맛과 정성을 다하는 동해 오징어
오징어는 뼈가 없는 연체동물의 일종으로, 머리·몸통·다리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0개의 다리와 몸통 사이에 머리가 숨겨져 있어 頭足類 十脚目으로 분류된다.
입의 주위에 달려 있는 다리 중에서 양쪽 2개가 특별히 길어 먹이를 잡는 등 팔의 역할을 하고, 다른 8개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머리라고 착각하는, 삼각형의 지느러미는 헤엄칠 때 방향타 역할을 한다. 원추형의 몸 길이는 30~40cm 가량이고, 적갈색의 작은 반점이 많다. 몸빛은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하나 대체로 암갈색 이고, 죽은 것은 희게 된다.
어떤 종류의 오징어는 몸에 석회질의 뼈주머니를 지니고 있다. 그것을 흔히 오징어뼈라 부르지만, 몸속에 길게 뻗어 몸의 균형을 이루어 주는 일반 생선의 뼈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또 오징어는 등 쪽에 먹물주머니를 갖고 있는데, 적의 공격이 있을 때 이 먹물을 뿜어대면서 피한다. 때문에 오징어는 墨魚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오징어는 새우나 멸치 등 어린 물고기를 잡아 먹는 미식가이다. 봄과 여름에 30~40개의 알 덩어리를 해초에 낳는데, 산란을 마치고 나면 죽는다. 그러니까 오징어는 한해살이인 셈이다.
오징어는 고단백질 식품
오징어는 난류에 무리를 지어 사는데, 한반도 주변과 일본 큐슈 부근의 바다에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동지나해 일대에서 산란·부화된 것들이다. 이것들이 봄이 되면 북상하는 난류를 따라 부산 앞 대한해협을 지나 대부분 동해 연해 및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바다에서 자라다가, 8월 경이 되면 남하하기 시작하는 한류에 밀려 남해의 산란 장소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 나라 동해에서는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8~10월 무렵에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
곡식이나 과일도 추수기가 있듯이 오징어도 잡아야 할 때가 있다. 성어기인 8~10월 중에 잡은 오징어가 살이 올라 맛이 좋다. 그 반면 1월부터 5월까지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 설령 잡힌다 해도 고기가 잘고 양이 적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
오징어는 낚시로 잡아 올리는데, 주로 밤에 낚는다. 오징어는 낮에는 수온이 5~15도로 낮은, 깊은 바다 속에 살다가 밤에는 수온이 높은 표층으로 올라가는 수직이동을 반복한다. 때문에 오징어가 바다 위로 뜨는 시간에 오징어 잡이가 이루어지는데, 그때 오징어를 유인하는 도구가 불빛이다. 배 위에 강렬한 전구(집어등)를 켜 놓으면 오징어 떼가 몰리는데, 그때 낚시로 건져올린다. 밝은 불빛은 비단 오징어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먹이가 되는 잡어들도 좋아하므로, 빛을 따라 몰리는 먹이를 따라 오징어 떼가 몰리기도 한다. 오 징어를 그물로 잡아올리면 잡는 과정에서 상하기 때문에 판매 가격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잡은 오징어는 아침에 귀향한 즉시 위탁판매장에 넘겨 경매에 부쳐진다. 경매가 끝나면 즉시 할복장으로 옮겨 내장을 처리한 다음 건조시켜야 한다. 건조작업은 바닷가에 설치된 덕장에서 이루어지는데, 대개 3일 밤낮이 걸린다. 오징어를 햇볕에 널어 놓은 지 5시간쯤이 지나서는 늘어붙은 다리를 일일이 떼어내기도 한다. 장마철에는 실내에서 훈풍을 일으켜 말리기도 하는데, 햇볕에 말리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건조가 끝난 오징어는 저온창고에 보관한다.
정보통신가족으로서의 남다른 열의
우리 나라에서는 동해안의 울릉도를 비롯해 속초·주문진·삼척·양양과, 서남해안의 목포와 흑산도가 예로부터 오징어 산지로 유명하다. 또한 이들 지역은 일찌감치 우편주문판매에 뛰어들어 각 고장의 뛰어난 오징어 맛을 전국에 자랑해 오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동해항·묵호항 등 2대 국제항을 보유 하고 환동해권의 중심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동해시에서도 근래 마른 오징어가 우편주문판매 상품으로 산뜻하게 포장되어 전국에 선보이고 있다. 그곳에서 '동해형제건어물'을 운영하고 있는 최잠암 사장의 손길에 의해서이다.
경북 영천 출신인 최잠암씨(59세)는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다섯 형제 가운데 셋째로 자라났다. 어려서부터 집안 일을 돕다가 청년기에 접어들어서는 3년여 동안 메리야쓰 장사도 해보았으며, 그러다가 입대를 했다.
“제대를 하고는 고향에 있기가 갑갑했어요. 농토가 좁아 일거리가 많은 편이 아니었으니 그에 매이기보다, 저 넓은 바다를 상대로 해야 어떤 길이 열릴 것 같더군요.”
최잠암씨는 주문진항이나 묵호항 등지에 살고 있는 군대 동기생들을 찾아 나섰다.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들을 통해 바다와 연관된 여러가지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의 일을 거들면서 농사가 아닌 색다른 작업들을 체험해 볼 수도 있었다.
나이 설흔에 결혼을 한 최잠암씨는 그 후 동해시에 눌러 살면서 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당장 번듯한 사업체를 꾸려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으므로 우선 '동해시 건조인협회'에 가입을 했다. 여느 영세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형편껏 오징어 등을 사들여 건조시킨 다음 협회에 납품을 하면, 협회는 이를 도맡아 건어물시장에 내다 팔고 시세에 따른 이익금을 배당해 주었다.
비록 남의 이름을 빌리고 그 그늘 아래에서였지만, 몇년을 계속 하다 보니 오징어 장사에 차츰 눈이 뜨였다. 또한 매사에 성심을 다하노라니 주 위에 하나 둘 도와 주려는 이들이 생기고, 버릴 것 없는 알뜰한 살림을 살다 보니 수중에 돈도 조금 모였다.
최잠암씨는 비슷한 길을 걸어오던 넷째동생 경암씨(52세)와 힘과 뜻을 합쳐 1997년 3월에 마침내 '동해형제건어물'이라는 사업체를 차릴 수 있었다. 이렇다 할 간판도 없이 묵호동 자택이 사업장이었으며, 집 앞마당 140여평이 그대로 덕장으로 꾸며졌다. 자본금 2억여원의 자그마한 사업체였지만, 그들 형제의 꿈은 야무지기만 했다.
'동해시 오징어는 동해안 다른 지역에서 나는 것들에 견주어 맛이나 품질이 대등한 수준이고 연륜도 깊은데, 웬일인지 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더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동해시 오징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여 나가는데 주력했습니다.”
이같은 최사장의 열의에 더욱 불을 댕긴 계기가 있었다. 우편주문판매에 대한 참여가 그것이다. 두 형의 포부를 읽은 막내동생이 그 뜻을 실현할 마땅한 방법으로 우편주문판매를 권했던 것 이다. 그 막내동생은 오랫동안 정보통신공무원 생활을 하며 국민의 편의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궁리해 오던 터였으니, 최잠암 사장도 정보통신가족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잠암 사장은 1997년 8월부터 동해 오징어를 우편주문 상품으로 공급하기 시작해 그해말까지 5개월 동안 2,071건을 판매함으로써 5,222만여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그리고 1998년에는 11월까지 4,094건에 9,158만여원의 매출 실적을 거두었다.
초창기라서 아직 만족할 만한 영업 신장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특히 작년에는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아 공급과 가격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작년에는 엘리뇨 현상 탓인지 비오는 날이 많았으므로 오징어 잡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또 수온이 낮아져 성어기에도 근해에 오징어 떼가 몰리지 않은데다가, 어선들은 기름값이 부담스러워 멀리까지 출어를 하려들지 않았다. 그래서 오징어의 매입 가격은 널뛰기를 했던 반면, 우편주문 상품의 판매 가격만큼은 계속 안정성을 유지해야만 했다. IMF 한파로 인한 오징어 수요의 급격한 감소도 피부에 와 닿았다.
이영일 동해우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체국 전직원을 바닷가로 데리고 나가 풍어제라도 올리고 싶습니다. 요즈음 우편주문 소포는 물론 주민들이 일가·친지에게 보내는 오징어 소포마저 눈에 띄게 줄었어요. 우편주문판매사업을 갓 시작한 최사장은 더욱 고전을 하리라고 짐작되는데, 꾸준히 한 길을 최선을 다해 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동해시는 청정한 해양 도시로, 또 금강산 관광의 관문으로서 새롭게 용
트림을 하고 있으니까, 그에 따라 앞으로 지역 산업과 경기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크게 기대를 하고 있죠.'
이렇듯 힘겹게 사업을 꾸려 나가더라도, 장사를 해서 얻는 수익 못지않게 최잠암 사장이 중요시하는 다짐이 있다. 그 속내는, 늘 변함없이 질 좋은 오징어를 전국에 공급함으로써 울릉도나 속초 오징어만큼 한 친숙감을 동해 오징어에서도 우리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최사장은 아무리 비싼 값에 사들인 오징어라도 품질이나 선도, 건조 상태가 미덥지 못한 것은 따로 건어물시장에 내고, 우편주문 상품에는 절대로 포함시키지 않는다.
가짜 참기름, 가짜 굴비에 이어 가짜 삼겹살까지 등장하는 얄팍한 상혼의 세태 속에서, 그 자신의 이문은 박하더라도 우체국의 공신력만은 굳게 지켜 나가고자 하는 최사장의 고집은 참으로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당장의 행보는 더디고 아둔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토록 드물게 양심적인 상인 정신이 있기에 동해시가 우리 나라의 최고급품 오징어 산지로 떠오를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마른 오징어에는 단백질이 쇠고기보다 3배 이상 들어 있다. 그런데도 콜레스테롤의 함양이 많아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며 한때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어패류에 함유돼 있는 콜레스테롤이 육류와는 달라 성인병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애용되고 있다. 오히려 동맥경화증·고혈압·심장병 등을 일으키는 콜레스테롤의 체내 합성을 억제함은 물론 아미노산·핵산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른 오징어와 땅콩은 아주 잘 어울리는 식품이다. 맛이 어울릴 뿐만 아니라, 지방산·비타민B·레시친 등이 땅콩에서 공급되어 영양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이러한 성분을 따지기 전에, 오징어는 소주 한 잔 혹은 맥주 한 컵을 기울일 때 가장 서민적인 안주거리가 된다. 또한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겨 찾는 유구한 전통의 군것질거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