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에 남보다 더 잘 살려면 우체국을 사라.' 이 제안은 영국의 유명한 국제통신사인 로이터통신이 최근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0년 뒤 사람들의 생활, 일 그리고 돈 버는 법」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조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 조언은 런던의 선물 중개 회사인 GNI의 피터 오슬러 박사가 낸 것으로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인터넷 쇼핑몰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관련 주식을 모두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성공이 확실한 '우체국을 사라'는 조언을 한 것이다. 오슬러 박사는 그 이유를 '앞으로 인터넷 시대를 맞아 우체국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 말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록 영국·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국이 이미 1980년대 후반에 기술 발전 추세에 부응하고, 우정사업의 효율화를 위하여 국영 우정사업을 공사화 또는 민영화하여 그 나라의 소포시장(택배 포함)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여 시장을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추었으나 우리는 1990년대 초부터 소포분야에 경쟁은 도입하였으나 우체국에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는 국영체제를 벗어나지 못하여 조직, 인사, 예산, 회계, 감사 등 제분야에서 사기업과 경쟁이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우정사업을 훌륭하게 키워 온 우리 종사원의 저력과 열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축소되는 분야에 있어서도 우수한 전략과 각별한 종사원의 노력이 있는 기업은 살아 남고, 아무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 할지라도 발전 전략과 노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살아 남을 수 없는 것이 기업의 철칙이다. 이제까지 전기통신 분야의 발전 우선, 정보화의 추진 우선 정책에 밀려 서구에 비하여 10년 이상 낙후된 우정사업 중 국내·국제 소포, 우편주문상품 등 경쟁 분야에 전담팀을 두고 체계적으로 전략을 개발하여 10년의 기간을 단축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도서·산간벽지까지 구축된 배달망과 창구망을 가진 우리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경쟁의 핵심인 소포사업에 주력해야 할 필요성이 크고 전망이 밝은 것을 정책 입안자나 우체국 접수·발착 담당자까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하더라도 의욕만 가지고 사업을 할 수는 없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현 우정사업 여건으로는 대규모 장비 도입, 예산 투입 등 모든 여건을 갖추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사실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작년에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소포방문접수와 요금 체계 개편, 운송 개편, 배달정보 제공 등을 시작하였다. 5개월 정도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포방문접수를 비롯한 소포 서비스 개선에 관한 우리의 의지를 새로이 하고, 우리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히 진단하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에는 대대적인 보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으로 취급 실적에 상응한 보상금을 지급하고,「소포사업 경쟁력 확보에 관한 연구」와 소포방문접수를 시행한 우체국의 의견을 종합하여 조직 정비, 장비 보급, 정보망 확충 등 대대적인 여건 정비를 추진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이번 호에는 차량보다는 이륜차 위주인 우리의 배달 여건에서 취급이 곤란한 고중량품·취약품의 접수 제한을 완화하고, 발착 및 집배원의 운송. 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택배사와의 제휴계획에 대하여 정리하였다.
택배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고중량품·취약품 운송·배달업무 완화계획
제휴 필요성
소포방문접수사업은 택배사와 경쟁 관계에 있다. 경쟁 관계에서 제휴를 할 수 있는가? 현재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경쟁자와도 취약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면 제휴를 해야 살아갈 수 있다. 국내 택배사가 국제 부분의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국제 택배사와 제휴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기통신사업자간의 기반기술 공동 개발, 불량거래자 정보 공유 등도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우리 소포 배달은 통상우편물 배달에는 적합하나, 다량의 소포 배달에는 부적합한 이륜차를 이용하게 되고, 운송에도 주요 도시간의 간선은 소포 전용 운송 구간을 확대하고 있어 우편자루를 사용하지 않고 파렛을 사용함으로써 운송 여건이 좋아지고 있으나, 지방 시·군간 지선의 경우에는 여전히 우편자루에 담아 운송을 하고 있어, 깨어지기 쉬운 소포의 운송에는 부적합한 점이 있다. 그러나 택배업체에서는 물품만 전문으로 배송하기 때문에 우체국 배송의 경우보다. 다소 고중량품·취약품 배송이 용이하다.
한편, 택배업체에서는 소도서나 산간오지로 가는 물품이나, 소형 저임의 물품은 취급하기 곤란한 면이 있다. 그러나 우체국에서는 전국 단일요금으로 소도서와 산간벽지는 물론 민간인 출입이 제한되는 지역까지도 배송망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택배사에는 이를 우편망을 통하여 발송하는 경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가적으로는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장애 요인인 배송 기능을 우체국 배송망과 민간 택배망간 제휴 상호 보완으로 강화함으로써 전국 도서·벽지까지도 별도의 대규모 투자 없이 배송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과거 통신망으로서의 우체국 배송망은 전자상거래 시대에 전자거래를 물류면에서 지원하는 사회간접자본인 물류망으로서 역할을 추가하여 이를 본격화하게 된다.
제휴 내용
그러면 어떻게 제휴할 것인가? 우정사업과 택배사 간 상호 배송 능력을 강화하여 상호 이익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우선 위탁 대상 물품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우리 집배원의 배달을 용이하게 하되 너무 많은 물량이 위탁 되어 사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20kg 이상의 고중량품과, 취약품·냉동품 등을 위탁 대상으로 하였다.
위탁 배송 구간을 정함에 있어서는 발송인과 수취인 사이의 수집·분류·운송·배달의 전과정을 위탁하는 방안, 발송인으로부터 발송할 소포를 일단 수집한 후 수집·발송 우체국에서부터 수취인까지 배송하는 방안(Post Office to Customer), 우체국과 우체국간 운송만 위탁하는 방안, 배달만 위탁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우체국에 의뢰한 고객의 신뢰성 유지, 신속성 유지, 우체국과 택배사의 수입 확보 및 경비 절감 등을 고려하여 발송인으로부터 발송할 소포를 일단 수집한 후 수집·발송 우체국에서부터 수취인까지 배송하는 방안(Post Office to Customer)을 선택하였다.
이 경우에 우려되는 점은 우체국에 의뢰한 물품을 택배사에서 배달하게 됨에 따라 고객의 우체국에 대한 신뢰성을 저버릴 수 있고, 우체국의 접수원 정보, 즉 영업 비밀을 택배사가 알게 되어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우체국을 믿고 맡긴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물품 접수시부터 우체국과 택배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표지를 만들어 접수부터 배달 완료시까지 사용하게 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도 확보하고 종적처리도 용이하게 할 예정이다. 또한 우체국의 접수정보를 택배사에서 알게 되고 결국에는 우리의 고객을 빼앗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선 계약시에 상호 고객에 대한 부정경쟁 방지를 약속하도록 하고, 종국적으로는 우리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도서 및 저임의 택배사 접수 물품도 우체국에 접수되게 되므로 부정경쟁을 하는 경우 이에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우체국에서 업무 처리는 이용자의 신청에 의하여 소포를 방문접수를 실시하거나 창구접수하는 경우 그 소포가 고중량품 또는 취약품 등 위탁 대상 물품인 경우 별도의 위탁취급용 기표지에 의하여 접수를 실시하고, 인근 택배사의 영업소와 미리 약정된 시간(1일 1회)에 우체국에서 택배사에 위탁 대상 물품을 인계한다.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확보
업무 수행에 일관성을 기하기 위하여 전국망을 가진 대형 택배사 중 1개사를 선정하되 가능한 한 유리한 조건으로 선정하기 위하여 다음 조건을 구비한 업체 중에서 선정하기로 하고, 이를 위하여 본부에서 택배 업체 중 빅쓰리(Big three)로 알려진 대한통운, 현대물류, 한진을 대상으로 동시에 선정 신청을 하도록 하고 이 중에서 1개 업체를 선정하기로 지난 11월말에 방침을 정하였다.
<제휴조건>
● 전국적인 접수·운송·배달망을 보유한 업체
● 1일 1회 이상 정기적인 우체국 방문 및 당일내 수시 방문접수, 특수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익일 배달이 가능한 업체
● 우체국 접수용 기표지 사용, 즉시 우체국에 종적조회 정보제공이 가능한 업체
● 자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물품 손망실시 즉각적인 손해배상이 가능한 업체
● 접수·운송·배달 총 요금이 우체국 요금을 초과하지 않으면서 우체국에 많은 수익을 줄 수 있는 업체
선정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관련 전문가의 자문과 본부 및 현업의 의견을 수렴하여, 미리 참여 대상 택배사를 공동 소집하여 선정기준 및 평가 배점까지 사전 검토한 후 참여 대상 택배사에 지난 12월 초에 협력계획서 제출을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통운과 현대물류에서 협력계획서를 제출하였다. 심사·평가를 공정하게 하여 적격자를 선정하기 위하여 내·외부 전문가로 심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12월 28일 심사·평가하였다. 그 결과 양사 모두 탁월한 사업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협력계획에서 보다 우체국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대한통운이 제휴사로 선정되었다. 정보통신부는 제휴사로 선정된 대한통운과 대한통운이 심사시 제출한 당시의 기업의 능력을 부단히 변경하지 않고, 협력이행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서약서를 징구하고 계약내용에 포함시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제휴업무는 계약 체결 절차 등을 거쳐 2000년 1월 중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계약기간은 1년으로 하되 필요시 우리의 운송 및 배달 능력 등 여건을 감안하여 제휴사와 협의하여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기대 효과
우선 고중량품, 취약품 접수·배달에 따른 고객 서비스 강화 및 집배원 등 직원 부담 감소가 예상되고, 방문접수 수입 증가 및 접수물량 증가로 인한 세입 추가 확보가 가능할 것이며, 택배업체와의 협력 관계가 유지·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역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물류면에서 뒷받침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통상우편물 감소가 예상되고 우정사업은 앞으로 소포사업에 주력해야 된다는 것에 이의를 가진 사람은 없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정보화의 급격한 진전으로 가속화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이러한 추세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하여 방문접수도 실시하고, 운송망도 개편하였으며, 경쟁사인 택배 업체와의 제휴도 추진하였다. 이와 더불어 2000년도에는 소포사업을 우정 제1역점사업으로 추진하여 소포업무 환경을 대폭 보강하고 그 대가도 보상되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현업 실정을 너무 모른다든지, 여직원이 비오는 날 저울 들고, 우산 들고, 소포도 들고 달동네 산꼭대기의 가정에 방문접수를 하였다는 뼈아픈 얘기가 옛날얘기가 되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하며.
그러나 경쟁력의 핵심은 여건 개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 접점인 방문접수 담당자와 소포 취급자의 머리와 손·발끝에 달려 있다. 홍보, 전화접수, 창구접수, 방문접수, 발착·운송, 배달 및 불만 처리에 이르기까지 택배업체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절대 안전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뒤진 점이 발견되면 즉시 나 스스로 또는 동료에게 시정토록 하고 혼자 하기 어렵거나 나 혼자 개선하여 될 일이 아니거나 여러 사람이 알면 더 좋은 것들은 곧 바로 개선될 수 있도록 여러 사람에게 전파·보고하여 경쟁력을 갖추어 나와 우체국과 나라가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자.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적과의 동침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도록 하루 빨리 우리의 능력을 갖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