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는 사람
이춘호(집배원), 이수길(그 아들), 박 씨(수길의 모), 김은순(수길의 애인), 직원(아나운서겸), 윤미선(은순의 동무)
효과 : 우체국에서 수집된 우편물에 일부인 찍는 소리 요란하게 들인다.(두개)
춘호 수길아.
수길 네-
춘호 오늘부터 넌아마 사직동으로 나가나부다.
수길 아버진 어디루 나가셔요?
춘호 난 종로쪽야.
수길 인제 두 번만 더 배달구역이 바뀌면 관내는 전부 한번씩 다-도라다니게 돼요.
춘호 그래야 집배원 자격이 생기는 거야.
수길 아버지!
춘호 왜 그래?
수길 저-사직동이면 큰집들이 많은데 또 개에게 물리지나 않을 까요?
춘호 그러기에 처음 가는집에 우편물을 배달할때는 조심해서 그집상항을 살펴본 연후에 대문을 두들겨야 해.
수길 뭐... 주인이 대문을 열기가 무섭게 개가 먼저 달려드는걸요.
춘호 도둑잡자구 기르는 개가 소식전해주는 집배원을 물다니... 기맥힌 일야...
수길 세상이 시끄러운 탓이죠... 뭐 전에는 담에 철망두 없구 사나운 개도 흔치 않었다면요?
춘호 하는수있냐... 다 같이 격는 일인데... 세상 잘되기나 바라야지. 우리들인 아무리 발버둥질친들 소용있어.
수길 어떤집에선 개가 물려구 뎀비면 숫째 말리기커냥 웃으며 구경을 하지 않어요.
춘호 무식이 상식이래지 않어... 넓은 세상에서 무슨 꼴은 않볼라구... 개에게 물리고나서 우는 숫째 미리 조심해서 인정없이 웃고 보는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알때까지 견디어 보는거야.수길 아-참.(탄식하는 소리)
(스피카소리) 집배원 여러분! 곧 회의실로 머여주십시오. 통신과장님의 훈시가 있겠습니다.
<중략>
춘호 원 우리네 사이에 대접은 무슨 대접? 근데 시골가신 아버지는 왜 안올라 오시니?
은순 글쎄. 아버님이 병환이 나셨다구 오늘 편지가 오지 않았어요. 직장에나가는 몸이라 쫓아갈수도 없구 어떻걸까 걱정이에요.
춘호 음, 그양반이 병이 나셨구먼, 그럼 약이라두 사잡숫게 돈이래두 부쳐 드리렴......
은순 네 그렇쟎아두 통화등기루 부치려구 돈을 좀 장만해 놨어요.
춘호 그래 그 통화등기면 지전을 그대루 봉투에 넣어서 우체국에 갖구가면 되니까 참편리하지.
은순 네 돈액수가 분명히 봉투에 적혀져 있는데다가 영수증까지 손에 쥐구 있으니까 아무 걱정두 없구요.
춘호 아무렴, 인제 우체사업두 제법 발전했단말야. 뭐 시내 속달우편두 백환만 더 내면 오-트바이루 날라다주구 게다가 이번엔 소포까지 속달루 실어다주게 됐쟎아.
은순 다-아저씨 덕분입니다.
춘호 온 천만에...... 내야 뭐 일개 집배원인데......상사 지시대루 성실히 움직일뿐이지......(목성돋아서) 그렇지만- 집배원의 임무가 집집에 소식을 전해주는데 있는지라 편지를 받는이는 무심히 대해주지만 나로서는 그야말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좋은일을 하구있다는......웃쑥한 생각이 든단말야.
은순 아니게 않이라 그렇지 뭐야요.
춘호 자구새면......한아름씩 편지봉투를 들고 동리마다 다니며 한집 한집 문을 뚜들기는 기분은 집배원 아니구는 모를 일이지.
은순 무슨 직업이든지 다- 천직으로 알구 다니면 모두가 신성한게라구 호......
<중략>
은순 이번에 우리 집배원씨가 사직동을 맡았거든.
미선 그래 그럼 우리집에두 편지 같다주게.
은순 그럼.
미선 얘-난싫다. 남의 애인편지 먼저보는것.
은순 실컨봐야 겉봉뿐이지 별수 있어.
미선 참 겉봉만보는군 내용을 모를게다.
은순 대관절 문패나 똑똑이 달아놨어.
미선 문패-
은순 제발 주소 성명을 똑똑하게 적어서 뚜렷하게 좀 달어봐.
미선 앗다 저의 애인 집찾느라구 고생할가봐서......
은순 문패가 없거나 희미하면 왜 집배원만 고생이야 편지를 전하지 못하구 도루가면 낭패는 누가오는데.
미선 그건 그럴거라......문팬 안달어놓구 편지 도루 갔다구 시비는 못할게 않야.
은순 남의말말구 네나 얼른 문패똑똑이 달아놔.
미선 우리 그이가 지금 부산가 있는데 편지가 도루가면 쾌-니 큰일나게 곧 써붙여야지-
* 원문은 현대맞춤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있으나, 당시의 시대적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체신문화에 소개된 것을 동일하게 게재합니다.
※ blog.daum.net/e-koreapost에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