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신문화 1953년 1월호
954년 ‘신천지’에 ‘윤삼이’로 발표
황순원의 소설 ‘아들’은 그의 소설 ‘윤삼이’와 정확히 같은 작품이다. 신천지에 ‘윤삼이’를 발표한 때가 1954년 1월이니 1년을 사이에 두고 체신문화와 신천지라는 매체에 발표한 것이다. 다만 문학매체였던 신천지와 달리 체신문화는 사보매체였기에 그 비중을 달리 볼 수 있다. 그래도 같은 시기 노천명, 김동리, 김광주 등의 작품을 체신문화에서 볼 수 있고, 황순원이 이 시기에 그 유명한 ‘소나기’를 발표했던 것에 비춰볼 때, 당시 체신문화가 문인들이 작품을 발표하는 매체로도 이름을 알렸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황순원의 ‘아들’의 내용을 살펴보자. 사금판 인부인 아버지가 자신이 캔 사금을 몰래 삼킨 뒤 집에서 배설하며 가난의 짐을 벗고자 노력하지만 그로 인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어머니는 사금판 감독, 철도 감독 등 남자들과 통정하며 결국은 어린 아들까지 버리는 반윤리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아들 윤삼이는 이집 저집을 옮겨 다니며 소년기를 보내고, 17살이 되던 해 아편중독으로 폐인이 된 어머니가 자신을 찾아오자 기꺼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음은 ‘아들’의 전문이다.
황순원 소설 아들 전문
그 해 살구꽃이 흩날리기 시작한 어느 날이었다. 새벽녘이면 들어서던 어머니가 낮이 기울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윤삼이는 울음을 참아가며 머리맡에 놓인 요강만 바라보곤 바라보곤 했다. 새벽녘에 돌아오는 어머니는 먼저 요강을 찾았다. 그 소리에 윤삼이는 잠이 깨곤 했다. 어느새 그렇게 잠귀가 밝아진 윤삼이었다. 머리 위까지 이불을 막 쓰는 어머니의 가슴을 더듬어 본다. 홱 손이 뿌리쳐진다. 넌 왜 세상에 나와 가지구 이 성화냐! 술냄새가 끼얹힌다. 그런 어머니의 몸은 무슨 열끼까지 띠고 있었다. 윤삼이는 저리 돌아눕는 어머니의 등 뒤에서 숨을 죽이며, 어머니는 어디가 아파서 그러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낮에는 무슨 병자처럼 하루 종일 자리에 누워 있는 어머니였다. 지겟문에 햇살이 훤히 비치기를 기다려 윤삼이는 어머니가 깨이지 않게끔 조심히 이불을 빠져 나온다. 살그머니 지겟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어머니의 고무신을 집어 든다. 속을 들여다본다. 언제나처럼 왕모래 섞인 흙이 들어 있다. 앞개울 사금판에서 나온 버력흙인 것이다.
※ 우정사업본부 블로그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blog.daum.net/e-koreapost
1946년 창간된 디지털포스트의 전신인 ‘체신문화’는 한국전쟁 전후의 역사와 문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보물창고다. <사보 1950>에서는 1950년대 체신문화의 보석 같은 글들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와 문학의 생생한 모습을 살펴볼 것이다. _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