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보험사 소속 보험모집인 B는 본인의 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C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고, 그 결과 C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 딸 D(당시 26세)를 계약자겸 피보험자로 한 건강생활보험을 1991년 11월 30일에 가입하였다. 이 보험계약은 월 납보험료가 57,700원이고 보험가입금액은 1,000만원, 암치료자금 1,000만원, 암수술 급부금 300만원 등을 담보하고 있다.
한편, 피보험자 D는 상기 보험 가입 전인 1991년 8월 22일부터 9월 6일까지 E 대학병원에서 임신성 융모성 종양의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9월 18일부터 9월 26일까지 동 병원에서 2차 항암치료를, 10월 16일부터 10월 24일까지 3차 항암치료를, 11월 6일부터 11월 15일까지 4차 항암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 또한 보험 가입 2일째인 1991년 12월 2일부터 1992년 3월 30일까지 동 병원에서 5차례 항암치료를 추가로 받은 사실이 있으며, 1997년 7월 15일부터 8월 8일까지 F병원에서 전이성 융모성 질환(악성종양)으로 2차례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
피보험자 D는 1997년 7월 15일 F병원에서의 전이성 융모성 질환(악성종양)의 진단으로 13일 A보험사에 암치료자금을 청구하였으나, 9월 19일에 A보험사는 보험계약을 무효처리함에 따라 같은해 10월 4일에 피보험자 D는 보험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당사자의 주장
신청인 피보험자 D는 보험 가입 전에 E 병원에서 포상기태로 항암치료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당시 항암치료를 받고 완쾌 되었으며. 더욱이 계약 체결 당시에 주인 집 아주머니였던 모집인이 본인의 입원치 료 사실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보험 가입을 시킴과 동시에 고지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청약서를 임의 작성한 사실이 있으므로 현재의 암 관련 보험금 지급이 타당 하다고 주장하였다.
피신청인 A보험사는 피보험자가 E병원에서 포상기태로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과 모집인이 청약서를 임의 작성한 사실에 대하여 해당 모집인이 전혀 부인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피 보험자는 보험 가입 전인 1991년 8월 22일부터 같은해 11월 15일까지 동병원에서 임신성 융모성 종양의 진단하에 4차례 나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으므로 보험약관에 의거 당해 계약의 무효처리는 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인보험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례
신청인의 신청서, 피신청인의 처리의견서, 해당 보험약관 및 청약서, E대학병원의 발행 진단서 및 의무기록지, F병원의 발행 진단서 및 진료소견서, 모집경위서 등 관련 자료의 기록 내용을 종합하여 당해 보험약관에서 정한 암 관련 보험금을 피보험자에게 지급함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당해 보험약관 제9조(계약의 무효) 제1 항에 의하면, 피보험자가 계약일 이전 또는 계약일로부터 암에 대한 책임개시일의 전일 이전에 암으로 진단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이 경우에는 계약자 및 피보험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모르고 있었 거나를 불문함)에는 계약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우체국 암치료보험약관 제8조)하고 있다.
그러나 당해 보험 가입 전인 1991년 8 월 22일 피보험자가 E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임신성 융모성 종양의 진단하에 1992년 3월 30일까지 9차례에 걸쳐 입 · 퇴원을 반복하면서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최초 입원시에는 혈중 HCG-Beta 호르몬 수치가 63.265mlU/ml(정상 범위: 0〜5)으로 증가되어 그 후 계속 항암치료를 받은결과 점차적으로 동수치가 내려가서 제9차 입원기간 중인 1992년 3월 17일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에는 정상 범위 수치인 1.0으로 되돌아 온 사실로 볼 때 보험 가입 전에는 악성종양이 아니었다고 판단된다. 더구나 보험 가입 전에 악성종양으로 확 진된 사실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악성종양으로 진단되었다면 그 당시 자궁적 출술을 시행하는 것이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항암치료만을 시행한 사실만 추 정해 보더라도 악성종양은 아니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보험 가입 전에 단순히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 무효라는 피신청인의 주장은 그 이유가 불충분 하다고 하겠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피신 청인은 신청인에게 당해 보험약관이 정하는 암 관련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한다.
해설
본 분쟁 사안의 쟁점은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전에 진단받은 병명인 임신성 융모성 종양이 당해 보험약관상의 악성신생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둘째, 종양을 악성신생물로 볼 수 없다면 보험계약 체결당시의 제반 정황. 즉. 보험모집인이 피보험자의 병명 및 입원치료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 가입을 유 도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향후 고지 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상기 분쟁조정위의 조정례는 2번째 쟁점 사안에 대하여 구체적인 언급이 없으나,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논리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2가지 사안을 모두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므로 이하에서는 각 사안을 차례로 고찰해 보겠다.
악성신생물의 의미
우선 피보험자의 임신성 융모성 종양의 악성신생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악성신생물의 의미를 살펴보아야 하는 바, 당해 보험약관상의 악성신생물이란 한국 표준질병사인분'류의 기본분류에 있어 악성신생물로 분류되는 병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암(악성신생물)의 진단 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하여 내려져야 하며, 이 진단은 조직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하여야 한다. 상기의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에는 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암의 증거로 인정되도록 하고 있다(우체국 암치료 보험약관 제10조).
이와 같은 취지에서 감독원의 인보험분 쟁조정 위원회에서도 암보험에서 담보하는 암이란 단순히 조직학적인 악성종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학적 측면에서 양성으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뇌 또는 심장과 같이 특별히 위험한 부위에 발생된 것이고 임상학적으로 악성의 성격을 띤 것이라고 한다면 암으로 볼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임신성 융모성 종양의 악성신생물 여부
의학백과사전상 융모종(chorioma)은 영양배염의 증식으로 양성 또는 악성이 있으며, 융모상피 암종 (choriocarcinoma)은 태반에서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드물게는 임신과 관계없이 고환 · 난소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10〜30세에 발생하고 포상기태로부터 발전하거나 (50%), 유산을 동반하거나(25%), 또는 정상임신중(22%)에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의학 이론상 임신성 융모성 종양의 악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힘들고, 반면에 보험 가입 직전까지의 피보험자의 임신성 융모성 종양 진단에 관한 제반의 료기록지를 살펴본 결과, 보험 가입 전까지 병리학적 조직검사를 받았다는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고, 의료기록지상에 carcinoma 또는 C58( 융모상피암)이라는 확정진단 기록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폐 등으로의 전이에 대한 기록 및 사실도 전혀 없다. 더구나 그 당시 악성종양이라면 항암치료만을 계속 시행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종양제거술 또는 자궁적출술을 시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 시술을 시행 하지도 않았다. 1992년 3월에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HCG-Beta 수치가 정상 수치로 떨어진 후 5년 이상 경과하도록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사실 등을 종합해 볼 때, 보험 가입 당시의 피보험자의 진단명은 병리학적 · 임상학적 측면에서 악성종양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보험 가입 직전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으므로 악성종양에 해당될 수도 있으나, 악성 종양뿐만 아니라 양성종양도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일례로 자궁경 부암 0기도 대부분 항암치료를 받는다.
가입자 고지의무조항 중 단서조항의 의미
그렇다면 보험 가입 직전까지의 피보험 자의 진단명은 해당 보험약관상의 악성신 생물로 볼 수 없으므로 당해 보험계약은 무효처리될 수 없으며, 다만 보험계약 당시의 제반 정황을 고려하여 고지 의무 조항 중의 단서 조항 의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당해 보험약관상 가입자의 고지 의무 조항 중 단서 조항 1호는 보험사가 계약 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하였을 때는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규정(우체국 암치료보험약관 제15조 제2항 제1호)하고 있다. 이는 보험계약 해지권의 제척사유로서 고지 의무 위반 사실의 인지 주체는 고지수령권이 있는 보험자 · 대리점 · 보험의 등이 해당 되나 보험모집인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과거 법원의 판례였다. 그러나 최근 1997년 11월 12일 모 경제신문에 의하면 “보험모집인이 피보험자의 병력을 알고도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다면 보험사는 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못 한다.’,는 서울고법의 판결(97나21156)이 나옴에 따라 보험모집인의 법적 지위 등을 새로이 재검토해 볼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번 판결은 최근 보험회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 가입자격이 없는 사람들까지 억지로 보험에 들게 하는 보험모집인들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편, 단서조항 4호는 모집인 등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지 의무사항을 임 의로 기재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해지권을 제한하고 있다(우체국 암치료보험약관 제15조 제2항 제5호).
현실적으로 계약 체결 당시에 모집인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고지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는지. 혹은 고지 기회를 방해하지는 않았는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보험청약서상의 자필서명란에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자필서명이 없었다면 모집인이 계약자 등에게 고지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았거나 계약자 등의 고지 기회를 방해한 것으로 추단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모집인의 부실모집에 대한 보험자의 책임
상기 가입자의 고지 의무 조항 중 단서 조항의 의의에 비추어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책임 여부를 살펴보면, 우선 보험모집 인은 본인의 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고, 세입자의 딸을 피보험자로 하여 계약 체결을 하였다. 당시 피보험자는 임신성 융모성 종양 진단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보험거절 체였고, 동 사실을 보험모집인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보험 가입을 유도해 체결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물론 보험청약서 상의 고지 의무사항 및 자필서명도 해당 모집인이 임의로 작성하였다.
여기서는 보험업법 제158조에서 규정한 보험모집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은 차제에 논의할 기회를 갖기로 하고. 상 기 고법 판례(97 나21156) 및 지법 판례 (96 가합36000)에 따라 모집인의 부실 모 집에 대한 보험자의 책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보험모집인이 계약자를 직접 상담하여 모집활동을 하고 보험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계약자의 입장에서는 이들을 상대로 고지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후에 이를 둘러싼 고지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분쟁이 증가되고 있다.
동 분쟁 사안도 예외는 아니며. 당해 모 집인은 피보험자에게 고지 의무사항을 포 함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반면에, 오히려 피보험자가 보험거절체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업 실적 달성을 위하여 무리하게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청약서를 임의 작성하였다. 그러므로 피보험자의 고지 의무 위반이 성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피보험 자가 고지 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피보험자의 고지 의무 위반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의 암 진단에 따른 암 관련 보험금의 지급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보험모집인을 포함한 보험사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 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 의무를 지고 있다. 보험 자가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내용을 설명하고 보험계약을 유도. 체결한 때에는 고지 의무 조항을 포함한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 할 수 없으므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약관에 규정된 고지 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