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효율성은 5점 만점에 2.8점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회의는 필수다.
회사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 함께 머리를 맞대어 아이디어를 짜내고,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도 회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회의가 없는 회사는 직원이 성장하고 모두의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선보일 기회도 주지 않는 독재정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야장창 회의만 하는 것도 문제는 있을 것이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지, 아무리 회의가 중요하다고 해도 끊임없이 열리는 회의의 연속은 오히려 회의의 값어치를 떨어뜨려 부실한 내용의 집중도 낮은 불량회의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든다. 과연 한국의 직장인들은 얼마나 잦은 회의에 시달리고 있는 걸까?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5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3.2회 회의에 참석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일주일에 1~2회’ 회의를 한다는 답변이 44.6%로 가장 많았으며, ‘3~4회’는 26.5%, ‘5~6회’ 한다는 답변도 15.1%에 달했다. ‘전혀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한 행운아들은 4.6%에 지나지 않았다. 횟수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 ‘회의는 짧고 굵게’라는 회의실의
격언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도 있었다.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직장인 1,455명을 대상으로 ‘한번 회의할 때마다 소요되는 시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0%가 ‘30분~1시간’이 소요된다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10분~30분’ 35.1%, ‘1~2시간(16.4%)’, ‘10분 미만(8.3%)’,
‘2~3시간(1.8%)’, ‘3~4시간(0.3%)’, ‘4시간 이상(0.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일주일 평균 회의 3.2회
일주일 1~2회 회의 44.6%
일주일 3~4회 26.5%
일주일 5~6회 15.1%
전혀 하지 않는다 4.6%
한번 회의할 때마다 소요되는 시간
30분~1시간 38.0%
10분~30분 35.1%
1~2시간 16.4%
10분 미만 8.3%
2~3시간 1.8%
3~4시간 0.3%
4시간 이상 0.1%
회의는 스트레스의 본산!
직장인들에 있어서 업무의 하나, 생활 일부가 되어버린 회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속내를 살펴보면 회의에 대해 상당히 달갑지 않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764명을 대상으로 업무미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회의 때문에 평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70%에 육박했다.
이유1
회의 내용과 무관한 최종결정
21.7%
스트레스를 받는 주된 이유로는 ‘회의 내용이 최종 결정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21.7%)가 꼽혔다. 이는 회의를 단순한 요식행위로 생각하는 상사 및 최고결정권자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듯 보이는 과정이 필요해서 회의를 하긴 하지만 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나오든 간에 결국 자기의 의견대로, 편의대로 내려진 결론을 바꿀 생각이 없는 ‘윗사람’이 저지르는 부하직원에의 테러다. 이렇게 미리 결론이 난 회의일수록 회의시간은 유난히 길다.
의견을 통합할 의사가 없는 상사와 어떤 의견을 내도 무시당한다는 것을 잘 아는 사원들 간의 회의는 이 눈치, 저 눈치 속에서 지지부진 시간만 끌다가 간신히 끝을 맺게 된다. 절대적인 회의시간도 길지만 회의 참석자들이 체감하는 상대적인 시간도 길다는 것이 더 문제다.
지루하고 의미 없는 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시간을 죽여야 한다는 것은 자리에 앉아 버티는 것도 힘들지만 회사업무에서의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 사회인으로서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기
때문이다.
이유2
너무 잦은 회의
20.7%
너무 잦은 회의도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답변한 사람들도 20.7%에 달했다.
회의실에 몸만 들어갈 수 있다면야 하루에 몇 번 회의를 하든 아무 상관없겠지만, 문제 회의 때마다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발표를 맡았다면 자료준비부터 PT 작성까지 손가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발표를 하지 않더라도 회의에서 몇 마디 괜찮은 의견을 제시하려면 나름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일상 업무에 회의준비까지 제대로 끝내놓으려면 퇴근시간 사수는 남의 집 앞마당의 꽃처럼 나와는 인연이 없는 남 얘기가 되어버리게 된다.
이유3
좋은 의견에 대한 압박감
14.9%
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날도 있는 거지…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귀신같은 지적질이 들어온다. “왜 오늘은 한마디도 안 해? 뭐 좀 괜찮은 의견 좀 내봐.”
응답자의 14.9%는 회의에 대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유 중에 ‘좋은 의견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들었다. ‘좋은 의견’에 대한 압박감은 ‘뭐든 말해야 한다’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속 없는
의견들을 제시해 회의의 맥을 끊어놓거나 남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PT의 허점을 꼬집는 것으로 ‘괜찮은 의견’을 제시했다고 착각해 남들의 회의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회의가 힘든 건 바로 ‘너’ 때문!
회의할 때 가장 꺼려지는 유형
자기 맘대로형 27.6%
자기 고집형 22.5%
말 끊기형 14.0%
요점 일탈형 13.4%
발끈형 12.1%
가슴에 손을 얹고 떠올려보자.
내 발언이나 태도가 다른 회의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증폭기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가?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다면 다음의 항목들을 보고 혹시라도 일치하는 부분이 없는지 판단해보자.
바로 ‘회의할 때 가장 꺼려지는 유형’에 대한 설문결과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천 300여 명에게 회의할 때 가장 꺼려지는 유형을 설문한 결과, 27.6%가 상대 의견을 주의 깊게 듣지 않고 자기 식대로 생각하는 ‘자기 맘대로형’을 꼽았다. 아무리 상세한 설명을 해도 결국 내 맘대로 이해해 그 왜곡된 기억을 놓고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다. 평사원이라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팀장급 이상의 간부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오해와 왜곡을 풀어주느라 회의 진행이 더욱 늘어지고 효율성은 심하게 떨어지는 무의미한 회의가 양산될 것이다.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는 ‘자기 고집형’도 기피대상 2위(22.5%)를 차지했다. 내 의견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남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내 의견만 내세우는 고집쟁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지적을 당하게 되면 오히려 화를 내고 심술을 부리는 등의 적반하장식 대응을 펼쳐 회의 분위기를 흐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중간에 끼어들어 말을 자르는 ‘말 끊기형(14.0%)’, 회의 요점에서 벗어나는 얘기만 하는 ‘요점 일탈형(13.4%)’, 자신의 의견과 조금만 달라도 발끈해서 반박하는 ‘발끈형(12.1%)’도 스트레스 유발요인이 된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방해해 회의시간을 늘리는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말을 끊거나 요점을 벗어나면 다른 참석자들의 신경을 자극해 회의실 내부를 험악하게 만들기도 한다. 분명 회사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회의는 나름의 필요성과 존재 의미를 갖고 있다. 업무진행
상 꼭 필요한 회의일 수 있고, 사원 간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자리일 수 있다. 하지만 회의의 횟수와 소요시간, 참가자들의 화법과 태도에 따라 순도 높은 고농축 아이디어들을 탄생시키는 성공적인
회의가 되기도, 참가자들의 불쾌지수만 높아져 이후의 그날의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는 안하느니만 못한 회의가 되기도 할 것이다.
즐겁고 신나는 회의, 뜻깊고 알찬 회의를 만드는 것은 결국 참가자들의 손에 달려있다. 너무 잦은 긴 회의 대신 짧고 굵은 알찬 회의, 상사의 의견에 맞장구를 쳐주는 요식행위가 아닌 제대로 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회의가 이뤄진다면 회의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유발인자라는 오명을 벗고 제대로 된 존재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