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발걸음이 가벼우려면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만남이 즐겁고 편안해야 한다. 등 뒤의 상사가, 옆자리의 동료가 그런 사람이라면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가 조금 더 기분 좋고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그런 동료를 갖고 싶은 바람을 갖기 전에 나부터 함께 일하고 싶은 편안하고 신뢰감 있는 동료가 되는 것이 다른 동료들을 변화시키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회생활을 통하여 나의 부족함, 나의 단점을 어느 정도 아는 직장인이라면, 새해엔 조금 더 달라진 내 모습,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뢰하는 동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거듭난다면 업무 협조는 더욱 순조로워지고 직장생활도 즐거워질 것이다.
남 도우며 잘난 척(?)하기
자만심과 자신감은 글자 한 자 차이보다 더 작은 차이로 갈리는 일일지 모른다. 자기 자랑을 하고 좀 잘난 척한다 하는 사람 중에도 그 모습이 결코 ‘밉지 않은’ 건 그 방법이 밉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자만심이 될 수 있는 자신감을 과하지 않게 잘 조절하고 있는 사람, 누가 봐도 잘난 것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바탕 웃자고 하는 유머러스한 잘난 척은 크게 밉지 않다. 더구나 남들 하기 싫어하는 일을 자청하려고 하는 잘난 척은 더 멋지다. 예를 들면 “우리 집에서 분리수거는 내 담당이에요. 내
가 제일 잘해요. 그러니 아무도 손대지 마세요.
가정쓰레기 분리수거 10년 노하우를 담아 여기는 내가 치우겠습니다” 같은 잘난 척은 백 번 해도 밉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잘난점을 말하다가 그 끝에 치명적인(?) 단점을 재미있게 말해도 밉지 않다. “근데 제 최대 단점은 너무 열심히 하다가 막 중요한 것도 분리수거 해버리니 알아서들 중요한 건 챙기세
요. ‘이상하게 허전해요. 제 마음에서 뭘 가져가신 거죠?’ 이러면 저 책임 못 집니다” 그 단점은 두고두고 남이 우스개로 우려먹어도 좋을 말한 재미있는 것이라면 모두가 유쾌해진다. 단점을 당당히 밝힐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다. 능숙하게 자만하면 절대로 나쁜 이미지를 주지 않는다. 누구나 인정하는 장점을 유머와 위트로 표현해주는 방법이 좋다.
‘배려’에 무게두기
솔직한 것은 장점이지만 배려가 빠지면 단점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각한 병중에 있는 사람을 찾아 갔다가 “안색이 몹시 나쁘시네요. 회복이 더뎌 보여 걱정입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그보다는 “안색이 좋아보이십니다. 곧 쾌차하실 거예요. 용기를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병문안 간 사람의 좋은 태도다. 너무나 당연한 데도 이런 배려가 부족하여 본의 아니게 상처 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거짓말 하는 게 더 나쁘다’ 고 하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이런 말은 ‘거짓말’에 무게를 두지 말고 ‘배려’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과장님이 완전 저기압이야. 그러게 좀 빨리 보고하지. 화날 만도 해” 이러면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도 서운할 수 있다. “과장님이 기분이 안 좋으셔. 나도 이대리가 요즘 많이 바빴던 것 아는데, 보고가 늦어진 이유를 좀 준비해서 들어가 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는 말하기는 언제나 중요하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도움이 될 일을 묻거나 힘이 될 말을 전할 수 있다. 생각에 진심이 담겨 있어야 그것이 훼손되지 않고 상대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웃길 수 없어도 웃기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은 늘 환영 받는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며 함께 어울리고 싶어한다. 무슨 말만 하면 주변 사람이 빵빵 터지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다. 하지만 모두 그런 감각과 재능을 갖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 되는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먼저 유머 감각 있는 사람이 되는 비결을 찾기 전에 남을 웃겨야 한다는 부담을 버려야 한다. 안 웃기면 좀 어떤가? 빵 터지는 웃음이 아니면 어떤가? 꼭 웃긴 이야기를 찾아서 웃기거나 농담을 통해 웃길 수도 있지만, 그냥 따뜻한 이야기나 훈훈한 이야기, 즐거웠던 이야기들로 웃게 할 수도 있다. 그것도 어려우면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그때 잘 웃어주고 충분히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동료는 기뻐할 수 있다. 농담이나 유머를 듣고 보여주는 활발한 리액션은 말하는 사람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따라서 먼저 자기 마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유머는 그 사람의 여유와 기분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즐겁게 반응함으로써 나를 좀 더 여유롭고 따뜻한 사람으로 보여줄 수 있다.
말의 뼈에 살 붙이기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 중에 처음 만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첫 대면에서 ‘한 마디’는 너무나 중요하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의 이미지를 제대로 심어주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언어의 연금술이 살짝 필요하다. 처음 만나 인사를 할 때도 “좋은 아침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와 같은 전형적인 인사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말하기 방법이 필요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근데 자주 뵈었던 분 같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멀리서 뵐 때 TV에 혹시 나오신 분인가 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분일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보통 정형화된 말이 기본 뼈와 같다면, 이런 표현들은 말에 살을 붙여서 좀더 부드럽고 느낌이 있어진다. 상대가 한층 기분 좋아질 수 있는 표현이면서 나를 인상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가까운 동료에게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이러는 게 어렵다면, 누구나 늘 쓰는 말에 단어 하나를 바꾸어 나만의 표현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으로 조금씩 진화할 수 있다. 말을 통해 좋은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회사사용 설명서
사회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좀 더 활기차고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함께 고민해보는 2016년 연중 캠페인
글. 전미옥(CMI연구소 대표, 현 서울여성가족재단 운영위원)
고려대 언론대학원 졸 <상사 동료 후배 내 편으로 만드는 51가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