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기업의 잘못된 선택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사건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CS 등 여러 분야에서 주목하는 긍정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들도 항상 윤리적인 대처를 한 것은 아니었다.
1982년 9월, 시카고에서 청산가리가 주입된 타이레놀을 먹고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존슨앤존슨은 사망 원인과 타이레놀의 관계를 부정하는 대신 미국 전역의 타이레놀을 리콜한다. 수사 결과, 범인이 슈퍼마켓과 약국에 진열된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한 것으로 드러나 책임을 면했지만, 존슨앤존슨은 재발 방지를 위해 타이레놀의 포장을 바꾸어 재출시 한다.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그들의 모습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타이레놀은 6개월만에 시장 점유율을 거의 회복할 수 있었다.
- 타이레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다
1989년, 타이레놀 과다 복용이 간 손상과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이 드러나자 존슨앤존슨은 피해자들로부터 설명 불충분을 이유로 고소를 당한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재판에서 패소하고도 소비자가 적당량을 복용한다면 타이레놀은 가장 안전한 제품이라고 강조하는 광고를 보냈을 뿐 책임은 외면했다. 또, 2009년과 2010년에는 제품 오염 문제로 수차례 리콜이 진행되었다. 존슨앤존슨은 오염된 제품에 대한 문제를 알았음에도 FDA 조사 이후에야 리콜을 실시해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업
네슬레는 분유 사업을 시작으로 제품군을 늘리며 성장했지만 분유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다.
- 네슬레와 시민단체
1970년대, 네슬레는 개발도상국에서 분유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제대로 분유 타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아 영어를 모르는 엄마들은 소독되지 않은 병에 오염된 물로 분유를 타 먹였다. 심지어 비싼 분유 값을 아끼기 위해 분유를 아주 묽게 타기도 했다. 그렇게 수천 명의 아기들이 설사, 이질, 전염병, 영양실조로 죽어 갔다. 시민단체들은 분노했지만 네슬레는 이를 사소하게 여겼고, 그 결과는 네슬레 전 제품에 대한 10년에 가까운 전 세계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네슬레는 1981년이 되어서야 잘못을 인정하고 WHO 규정을 준수할 것임을 약속하여 이를 감독하는 ‘네슬레 이유식감사위원회’를 만들어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러한 변화로 1984년, 대부분의 단체는 불매운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2010년, 네슬레가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인도네시아 팜오일 공급업자들과 비윤리적인 거래를 하는 것을 비판하며 네슬레의 키켓 광고를 패러디해 일상에 지친 남자가 키켓 봉지를 뜯어 오랑우탄의 손가락을 먹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네슬레는 이 영상을 삭제하는 것으로만 대응하여 다시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시간이 흘러도 성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네슬레는 그제야 팜유 공급자를 교체하였다.
비윤리 기업의 재도약
1847년 설립된 지멘스는 독일의 국민 기업이었지만 부패 스캔들을 일으키며 신뢰를 잃었다.
- 지멘스의 부패 스캔들
2006년 11월, 독일 지멘스에서 4억 6000만 유로에 달하는 비자금이 뇌물로 제공되었음이 밝혀졌다. 지멘스에 부과된 벌금과 합의금은 3조 원에 달했다. 사람들의 신뢰를 잃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그들에겐 준법을 위한 조직과 정책, 절차가 있었지만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문화와 준법 경영에 대한 의지가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 대대적인 개혁
지멘스는 신뢰 회복을 위해 먼저 기존 경영진 중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을 교체하였다. CEO까지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계 각국 지사의 감사조직은 독일 본사 중앙부서로 집중되었고, 재무장관 출신의 외부 감사인이 임명되었다. 준명감사인도 대폭 확대되었으며, 준법 교육은 관리자의 책임으로 넘어갔다. 관리자에게 교육을 받자 직원들도 준법교육에 대한 무게감을 달리 느꼈다. 지금도 지멘스는 자신들의 부패 스캔들을 숨기는 대신 대내외 교육에 활용함으로써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리적 기업도, 비윤리적 기업도 한순간의 선택으로 고객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기업이 윤리적 기준을 명확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위배하지 않는 것을 대전제로 한다면, 선택의 순간 망설임 없이 윤리적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