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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취미

감물에 물드는 마을,
섬, 그리고 사람들

제주 성읍민속마을과 갈옷 염색 체험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헤집고 스며든다. 이 땅에서 가장 따듯한 남녘 마을인 제주도라고 예외는 아니다. 성읍민속마을 입구의 돌하르방과 마주 하면 송송 뚫린 모습에서 더욱 찬기를 느끼게 된다. 근자에 예쁘게 다듬어 만든 정형화된 돌하르방이 아니라 수수하고 소담스런 옛날 돌하르방이라 더 정감이 간다.‘ 할아버지, 마을구경 좀 할게요!’

글. 김수남..여행전문가

감물에 물드는 마을, 섬, 그리고 사람들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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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읍민속마을과 갈옷 염색 체험





돌하르방, 정낭, 정주석

성읍민속마을을 대표하는 그림으로는 세찬 바람에 쉬이 날아가지 않도록 잘 묶여진 초가지붕과 돌담, 집집마다 하나씩은 갖고있는 마당 한 켠의 물허벅, 단단한 대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세워진 정낭과 정주석 등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야외 화장실(돗통)을 빼놓을 수는 없다. 제주도와 일부 서남해안 섬 지방

에서는 돼지우리를 야외 화장실에 붙여 놓았었다. 사람의 인분을 먹고 사는 이른바‘똥돼지’를 집집마다 키웠던 것이다. 화장실에 앉아서 볼 일을 보고 있으면 시꺼먼 돼지가 달려와 꿀꿀대며 구멍으로 주둥이를 내밀게 되어 있다. 엽기적인 이 돼지가 아이러니하게도‘흑돼지’라 하여 미식가들로부터 최고 별미로 대우 받

는다. 사실 제주 시내에선 일반 돼지고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 흑돼지 간판을 내걸고 있다. 옛날처럼 인분을 먹여서 키우지

는 않지만 여전히 그 인기가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성읍민속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마당 한 쪽에 만들어진 돗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까만 털에다가 작은 체구, 튀어나온 주둥이가 인상적인 토종 돼지이다.

정낭과 정주석도 제주의 상징 마크로 빼놓을 수 없다. 대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놓인 정낭과 정주석은 기본적으로 구성원 간에 믿음이 형성되지 않은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풍경이다. 나무 막대기 3개가 옆으로 걸린 모습을 하고 있는데, 걸려 있는 모습에 따라 메시지가 다르다. 즉, 한 개가 걸리면 집 주인이 가까운 곳으

로 나갔으니 금방 돌아온다는 뜻이고, 두 개가 걸쳐 있으면 조금 멀리 나갔으니 저녁 무렵이나 되어야 돌아온다는 뜻이다. 세 개가 모두 걸쳐져 있으면 지금은 사람이 없으니 나중에 오라는 뜻이요, 세 개가 모두 내려져 있으면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휴가철과 같이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엔 사람 없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매일 들어오는 신문과 우유도 끊고 가는 요즘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이 세상 풍경이 아닌 듯하다.

마을 아낙들은 가끔 모여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육지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제주 전통 민요를 부른다. 남도 민요처럼 기교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구성지게 흥얼거리는 소리에서 나름대로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곳 민요의 특징이다. 새로운 목사가 부임했을 때 기녀들이 관덕정 앞으로 인사하러 나가는 모습을 담은 <신목사 타령>을 비롯하여 <계화타령> <용천검> 등의 민요를 소리꾼 뺨치는 실력으로 노래한다.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여서 노래 연습을 한다고 귀띔해 준다.

마을 입구를 지켜주는 역할을 돌하르방이 한다면 마을 안에도 마을을 지켜주는 것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바로 그 것인데,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길 양쪽에 서서 마을을 찾는 나그네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나그네들에겐 포토존 역할을 해주고 마을 주민들에겐 쉼터의 역할도 해주고 있다.





거목에서 볼 수 있는 넉넉한 포용력에 나그네의 마음은 절로 편안해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성읍민속마을의 팔자가 여러 번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 남제주군에 속하였으나 올 7월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설립으로 서귀포시가 되었다. 조선시대 세종 때(1423)에는 정의현으로 속했는데 도읍지 역할을 하였다 하니 규모가 꽤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마을에는 현재의 군청 격이라 할 수 있는「일관헌」이라는 관청 건물이 지금도 남아 있어 옛 영화를 말해 주고 있다.

성읍민속마을을 둘러볼 때는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이곳저곳기웃거리다 보면 안내해 주겠다는 주민이 나서는데 그 중에는 건강식품판매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도 있다. 건강식품도 좋겠지만 일부 주민이 팔고 있는 갈천 염색 제품은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아 제주 기념품으로 추천할 만하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부터 시작하여 모자, 가방 등의 액세서리까지 판매한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아쉬운 점은 관광객들을 위한 갈천 염색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 갈천 염색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마을에서 동쪽으로 훌쩍 넘어 한림읍까지 가야 한다.





감물에 물드는 사람들

제주 한림읍의 명월리. 물어물어 찾아간 그 곳엔 울창한 팽나무 숲이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기에 수령을 짐작할 수 없는 거목들이 더욱 반갑기만 하다.

하나 둘 모여들어 마을을 이루고 산 지 700년이 넘은 곳이라니 아마도 그 성촌(成村)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 주인공들일 것이다. 그래도 한때는 이곳이 교육, 행정의 발상지이자 중심지였다고 한다. 산수 경치가 빼어나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아들기도 하였으니 지금과는 또 다른 마을의 내력에 호기심이 인다.

명월리의 교육 중심지였던 명월초등학교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전성기의 옛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마을이 쇠하면서 아이들도 줄어들었고 농어촌 지역의 학교들이 그렇게 하나 둘 문을 닫

았듯이 이곳도 폐교가 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넓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지 10년이 넘었는데 최근 들어 이곳에 다시웃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폐교 후 학교 건물은 천연염색 작업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는데,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갈천 체험 프로그램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운동장에서 커다란 갈천을 말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몽생이’사람들이다.‘ 몽생이’라는이름이 궁금하다고 하자 손놀림을 잠시 중단하고 그 내력을 말해 준다. 몽생이는 제주 토종 조랑말을 뜻하는 말로 강아지를 강생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갈옷은 제주의 옷입니다. 그러니 그 이름도 가장 제주다워야 하겠지요. 제주하면 조랑말 아닙니까?”갈옷 예찬이 이어진다. 탈린 성분으로 인해 방취, 방충 효과가 뛰어나다. 게다가 자외선 차단 효과까지 갖추었으니 전통을 살린 옷이면서도 과학적인 옷이다.

몽생이의 갈천 염색 체험은 스카프나 손수건에 감물을 들이는 체험 활동인데 최근에는 감물 외에 쑥, 칡, 소목, 먹 등으로 준비된 프로그램이 다양화되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민들레조차도 천연염색 체험의 대상이 된다. 꽃과 잎 전체를 다 쓰는데 은은한 그린 계열의 카키색이 나온다고 한다. 체험객들은 운동장에 손수 염색한 작품을 널어놓고 말리는 동안 전시실을 둘러보곤 하는데 다양한 디자인의 옷, 모자, 가방, 각종 액세서리 작품들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홀린다. 몽생이 대표 양순자 님은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오랫동안 외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다 귀국한 예인(藝人)이다.


“갈옷은 자연의 재료로 만든 우리 옷입니다. 은은한 멋에서 기품이 느껴질 뿐 아니라 오래 입어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정된 원료로 정성스레 만든 옷이니 당연히‘명품’반열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갈옷이 일부 관광지에서 저가에 팔리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명품 갈옷만을 고집하고 있는 소신 있는 예인이다. 가격만큼이나 품질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몽생이에선 부담 없이 명품 갈옷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또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명품 명품 하여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정성이 담긴 작품이 최고 명품이 아닐까.







여행 쪽지


● 찾아가는 길(지역번호 064) >>


성읍민속마을 제주 시내에서 97번 국도(동부관광도로)를 이용하여 표선면으로 진입하면 이정표가 나온다. 인근에는 승마장이 많고 일출랜드(784-2080), 김영갑 갤러리784-9907), 제주민속촌박물관(787-4501) 등의 볼거리가 있다.

문의 787-1306(리사무소)

몽생이 제주 시내에서 12번 국도(해안순환도로)나 16번 국도를 이용하여 한림읍으로 들어와 옛 명월초등학교를 찾는다. 인근에는 한림공원(796-0001)이 있으며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도 가깝다. 문의 796-8285. 두 곳 모두 입장료는 없다.


● 몽생이의 천연염색 체험은 1만~2만원 선이다. 단체뿐 아니라 개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옷 한 벌에 25만원에서 40만원에 팔고 있지만 관광객들이 가볍게 사갈 수 있는 모자(2만원부터)나 자외선 차단용 팔토시(15,000원) 같은 소품도 많다.


● 업소 추천 >> 마을에는 규모는 작지만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몇 곳 성업 중이고 민박도 가능하다. 민박 문의 011-697-1708. 표선해수욕장의「탐라촌 흑돼지」(표선/ 787-2383)와 가시리의 서민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나목도식당」(787-1202)도 추천할 만하다. 남원 의귀리에 있는「티파니에서 아침을」(764-9889)은 스위스풍의 목조형 건물로 탁 트인 전망과 함께 감귤 농장의 풍경까지 껴안고 있어 추천 할 만하다. 아침에는 수다스런 직박구리가 창문에까지 날아와 단잠을 깨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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