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를 넘어서 디지택트까지
화면 속 학교, 모니터 너머 선생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초기 대응 시 교육부는 개학을 연기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자 온라인 교육 활성화에 나섰다. 학교는 EBS 온라인 클래스를 비롯한 구글 클래스룸 등의 플랫폼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교사가 콘텐츠를 업로드하면 학생들이 여기에 댓글을 달고, 행아웃을 통해 채팅 또는 화상으로 수업하는 방식이다. 대학 강의는 실시간 유튜브, 아프리카TV, 팀즈(Teams), 줌(Zoom)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화상 채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변화에 교육자와 학생 모두 교실에서 진행되던 수업을 그리워하는 분위기다. 원격 강의에 필요한 인터넷 연결과 장비 구축도 어렵지만, 실시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가장 크다. 표정과 제스처 등 비언어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장기적으로는 교육 수준이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유통혁명’ 비대면 택배접수, 넓어지는 물류센터
우체국앱 또는 인터넷 우체국에서 택배를 접수하고 보관 장소를 입력하면 집배원이 이 소포를 수거해 배달한다. 비대면 방문 소포 서비스다. 이처럼 접수뿐만 아니라 식료품 및 각종 생필품을 택배로 받아보는 소비자는 전년과 비교해 훌쩍 늘었다.
통계청은 2020년 3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 3월과 비교해 11.8%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류센터였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폭발적인 택배 수요 증가는 유통 품질 저하로 이어졌고 온라인 쇼핑몰 및 택배사들은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유통 시장은 새로운 물류센터를 지어 돌파구를 찾았다. CJ대한통운은 축구장 16개 크기의 대형 풀필먼트센터를 마련했다. 쿠팡과 한진택배도 대전에 첨단물류센터와 메가허브물류센터를 짓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많은 경영컨설팅 업체는 물류센터가 2022년까지 매년 10%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Voice AI
상담하는 AI, 스마트폰 속 은행과 보험사
우체국은 매일모아 e적금, 편리한 e정기예금 등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는 예·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씨티은행에서는 디지털 고객 서비스 강화의 일환으로 챗봇 상담 서비스를 출시했고, 하나저축은행에서는 비대면 자동심사를 내세운 대출상품을 선보였다. 국민은행에서는 디지털 서비스 이용 활성화를 위해 ‘대학생 디지털 서포터즈’를 선발했다. 보험업계 역시 달라졌다. 우체국보험은 AI 로보텔러가 고객의 음성을 문자로 변환한 다음, 이를 음성으로 응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화생명은 보험금 지급여부를 AI가 심사하는 시스템을, 농협생명은 ‘바이오체인 인증’을 도입했다. 다양한 금융 및 보험 서비스까지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자차트 활성화, 접수·수납은 ‘앱’으로 하는 텔레헬스
코로나19 확산은 병원 진료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앱, 전화, 화상 등을 통해 환자가 의사에게 원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 텔레헬스(telehealth)가 활성화된 것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 간 원격의료만이 허용되지만, 현장 의료진이 X-ray 촬영을 하면 전자차트에 바로 등록이 되어 전문의가 원격 진료를 하는 방식으로 의료계는 코로나19 유행에 맞섰다.이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필로시스헬스케어는 미국 라이브케어사와 원격진료 앱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국내 스타트업 기업인 레몬헬스케어는 환자용 앱 서비스를 구축해 세브란스 병원, 서울대병원 등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운영 중이다. 이처럼 전국 대형 병원들은 진료 예약 및 결제, 보험청구까지 처리하는 앱과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랜선 너머 볼거리, 홈루덴스 전성시대가 도래하다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 밀폐된 공간에 모이는 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몸집을 부풀리는 것과 더불어 각종 공연들이 비대면으로 열렸다.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 일명 ‘방방콘’을 통해 팬들과 만났다.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교향곡을 연주한 다음 이를 유튜브에 올려 이 시국을 함께 헤쳐 나가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을 이어가는 대신 VR 체험 서비스를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찾지 않고도 전시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집(Home)에서 놀이(Ludens)를 즐기는 홈루덴스가 일부 사람들을 뜻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사회적 현상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