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시스템과 신경계의 긴밀한 협조를 받는 장
사실 장은 원래 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야 음식을 통해 섭취한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상피세포는 단일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 겹의 세포층만 통과하면 바로 혈관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각각의 장 상피세포는 통과시킬 것과 통과시키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여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선택적 장벽’을 형성하기 위해 단단한 접합에 의해 결합되어져 있다(이를 Tight Junction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고 병원균이나, 독소, 노폐물, 덜 소화된 음식찌꺼기 등은 통과시키지 않도록 구분할 수 있을까?
건강한 장 점막은 세포들이 밀착연접Tight Junction한 선택적 장벽을 통해 투과성을 조율한다. 장 점막은 능동적, 수동적으로 열고 닫는게 가능한 문이기 때문에 언제 열고 언제 닫아야 할지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것은 장 점막에 존재하는 무수한 면역세포들과 장 신경Enteric Nerve System, 그리고 자율신경의 하나인 미주신경이 중추신경계와 주고 받는 피드백에 의해 이루어진다. 장 틈새를 둘러싼 세포로부터의 신호 발생에 의해 세포사이의 공간을 적절히 차단하여 투과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자율신경과 연결되어 장 환경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즉, 면역시스템과 신경계의 긴밀한 협조에 의해 적군은 방어하고 아군만 통과시키는 것이다.
또한, 장 상피세포 밑에 있는 줄기세포는 장 상피가 손상되면 빠르게 세포 분열하여 손상된 부위를 메꾼다. 그래서 건강한 장 상피는 4~5일마다 지속적으로 갱신된다. 그런데 만약 장 신경계나 자율신경, 면역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선택적 투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유해독소들이 장을 통과해서 혈관으로 유입되고 장줄기세포의 재생도 느려져 장 손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장 누수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각종 유해물질과 장내 부패균이 만들어낸 독소, 소화되지 못한 고분자 음식찌꺼기들이 장 상피세포간의 벌어진 틈을 통해 혈관으로 유입되어 전신을 순환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와 맞서 싸우느라 전신 곳곳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illustration 이지희
전신 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제2의 뇌, 장
장누수증후군의 초기 증상은 만성피로나 복통, 소화불량, 설사 정도지만, 혈관을 따라 돌아다니는 유해물질(독소)이 피부로 가면 두드러기, 아토피 등 만성 피부질환을 일으키고 뇌로 가면 두통, 어지럼증, 치매, 불면, 우울증이 나타나는 등 장누수증후군은 손상된 장 하나로 온 몸에 병을 일으키는 심각한 증상이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70~80%가 장에서 만들어질 뿐 아니라, 장에는 약 1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몰려 있어 장을 ‘제2의 뇌’라고 말하기도 한다.
치매, 우울증, 파킨슨과 같은 신경정신질환도 먼저 장을 건강하게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장 점막을 통해 유해물질들이 혈관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면 면역체계는 항상 그것들과 싸우느라 비상사태가 되므로 만성적으로 염증을 달고 살게 된다. 면역체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유해물질이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와 정신없이 공격하다보면 면역체계의 판단력이 흐려져서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러므로 장 누수증후군은 만성피로와 복통은 물론, 비염, 아토피, 치매, 자가면역질환 등 전신의 모든 질병을 유발하는 기초가 된다. 전신의 세포에 깨끗한 혈액을 공급해야 할 신성한 혈관에 개구멍으로 오염물질들이 섞여 들어와 혈관이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함께 전신을 순환하니 당연한 결과이다.
불규칙한 생활이 만들어내는 직장인병 장누수증
일반적으로 장 상피세포가 손상되거나 위축되어 상피세포간의 간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은 대부분 잘못된 생활 습관과 관련되어 있다.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식이섬유 섭취부족, 가공식품·밀가루음식· 유제품·고지방·고설탕 식품의 과다섭취), 과도한 음주, 흡연, 항생제 또는 소염진통제 남용, 그 외 수면부족과 운동부족, 나쁜 자세 등이 있다.
장은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80:20으로 유지되어야 건강한데, 유해균의 먹이가 되는 나쁜 음식들이 계속 들어오면 유해균이 과다증식되어 장의 환경이 나빠진다. 음식 외에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거나 야근, 회식, 불규칙한 식사 등 바쁘고 불규칙한 생활패턴을 가진 집배원들은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장누수증후군을 개선하려면 스트레스를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하고, 유산균과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며 장에 해로운 음식들을 삼가고 약물 오남용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척추가 틀어지면 장과 중추신경계 사이의 신경전달에 장애가 생기므로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