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이 항상 좋은 일만은 아니다. 잘못된 일을‘열심히’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빠져 들어갈 뿐이다. 모든 임직원이 힘을 모아 노력했는데도 성과가 향상되지 않는다면 눈을 잠시 밖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혹시 고객들이 다른 업종이나 다른 지역, 다른 비즈니스로 떠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들게 된 삐삐(페이저) 산업을 생각해보자.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세계 최고의 삐삐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그런 호출 기능까지 포함하는 휴대폰 같은 새로운 혁신 제품이 나오면 기존 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물건을 사줄 고객들이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특히 요즘처럼 기술과 매체가 발달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예전에 제품 가격은 대부분 공급업체들이 정보를 독점했으나, 지금은 개인 소비자들도 세계의 모든 가격 정보를 사실상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영위하고 있는 업종을 계속 반성해야 한다. 새로운 제품이나 카테고리킬러(category killer)가 나와서 우리의 고객을 뺏어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게임의 규칙을 계속 진화시켜 가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극장 산업을 생각해보자. 극장 업종에서는 좋은 영화를 골라 상영해주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 보자.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뭘까. 오로지 새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목표인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영화를 핑계로 데이트를 하거나,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영화만 틀어주는’극장에 별 매력을 못 느낄 수밖에 없다. 마침 분위기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이 유행처럼 퍼져간다면 사람들은 토요일 저녁에 영화를 보는 대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단란한 한 때를 보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극장이 업의 성격을 바꾸지 않으면 눈뜨고 이 고객을 다 놓칠 수 밖에없다. 그러나극장은혁신에성공했다.‘ 영화상영업’이라는 업의 정의를‘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다시 정의한 것이다. 스크린을 다수 확보해 가족들이 골라 볼 수 있도록 하고, 바로 옆에 식당을 유치해 외식 손님도 올 수 있게 하며, 가능하면 쇼핑 공간이 있는 곳에 입주해 토요일 쇼핑 고객도 흡수할 수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영화 산업을 바꾼 멀티플렉스들은 시대에 따라 업종의 정의를 새롭게 만든 극장주들이 만든 혁신이다.
업을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고객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 상품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은 없을까. 그들이 그쪽으로 몰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우리가 대신 해주려면 어떤조치가 필요할까. 이런 고민을 주기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해나갈 때 우리 업종은 새롭게 정의할 수 있고 지금은 고객이 아닌 사람, 즉 비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는 혁신의 길이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