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을 줄인 약자, 즉 ‘한 번뿐인 인생’이란 뜻이다. ‘카르페 디엠(’현재를 잡아라‘라는 뜻의 라틴어)’이 삶의 태도라면, 욜로는 소비적 라이프 스타일의 구체적 실현이다. 자기 지향적이고 현재 지향적인 욜로 소비 스타일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나 “사고 싶은 물건 지금 사세요”와 같은 단순히 충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후회 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라는 삶의 철학이자 본인의 이상향을 향한 실천을 중시하는 트렌드다.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순간순간에 충실한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인 욜로는 변화보다 안주를,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라이프 스타일마저 바꾸고 있다.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살던 사람들이 순간순간을 즐기고 도전하며, 단순하고 명쾌한 가치를 좇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나를 뽑아주세요,
‘픽미세대’
지금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나를 선택해 달라’는 간절함을 가슴에 품고 산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지만, 순위대로 피라미드의 자리가 주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선택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고단한 세대이기도 하다. 픽미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대한민국의 20대를 지칭한다. 유년기부터 모바일을 통해 세상에 로그인한 이들은 아날로그 세대인 기성세대와 확연한 차별성을 갖는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히는 20대이지만 그럼에도 선택받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픽미세대. 아끼기 위해 실리와 합리를 추구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늘이라도 재밌게 사는 게 남는 것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열린 가치관으로 동성애나혼전 동거 등 사회적 터부마저 다양성으로 인정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공기가 언제 어디서나 사람과 함께 공존하듯이 언제 어디서나 사람을 지원하는 기기들을 통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조용한 기술, 우리는 캄테크의 배려 속에 살고 있다. 캄테크란 조용하다는 의미의 캄calm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일상 생활환경에 센서와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를 보이지 않게 내장하고 이를 활용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트렌드는 은밀할수록 편안해지고, 개인을 배려해주는 기술에서 새로운 가치가 생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캄테크는 평소에는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필요할 때 나타나 혜택을 주고 사용자에게 최소한의 주의와 관심만을 필요로 한다. 과거 단편적인 혜택을 주던 캄테크는 점차 맥락적인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기술을 넘어 소리 없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적절한 맞춤 혜택을 주는 일련의 과정이 캄테크인 것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공지능의 시대, 캄테크는 기술의 본질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내멋대로,
‘1코노미’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 부단히 노력해온 현대인들이 이제는 당당히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화하고 나 자신의 행복과 안위를 추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자발적인 고립’을 통해 무엇이든 ‘혼자 하기’를 선호하는 이들을 ‘1인’과 ‘이코노미’라는 단어가 조합된 ‘1코노미’라고 부른다.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취미나 여가생활 등 자신이 원하는 가치에 과감히 지갑을 열며 파워 컨슈머로의 자리를 차지한다. 1코노미의 확산은 비단 1인 가구에만 해당하는 트랜드는 아니다. 가족 공동문화의 산실이었던 거실이 공동화하고, 캥거루족·비혼족·딩펫족이 등장하는 등 공동체 문화를 대체하는 개인주의 시대의 문을 열며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혼자밥을 먹고 있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쉴새 없이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SNS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1코노미. 서로의 필요와 목적을 위해서만 모이며 각자의 신상에 단단히 ‘철벽’을 치고 ‘느슨한 모임’을 선호하는 이들은 철저히 혼자만을 위하면서도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나홀로 알아서,
‘각자도생의 시대’
전에 없던 심각한 자연재해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은 깊어 가는데, 정부의 문제해결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고, 국민들은 제각기 살아나갈 방법을 혼자 모색하고 있다. ‘각자도생’이라는 개인주의적 생존전략이 사회 전반에 걸쳐 퍼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억울하다”는 승복부재의 감정과 “나는 네가 싫다”는 타자혐오가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도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면서 교류와 상생의 기운이 옅어지고 각자도생의 환율·대외 정책이 대두하는 가운데, 나라 안에서도 이렇다 할 문제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무서운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의 문제해결능력은 믿을 수 없고, 직장은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며, 가족의 연대감도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자도생의 현상은 어쩌면 당연할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각자도생의 모색이 우리나라의 모든 영역에서 관찰되는 하나의 ‘증후군’이 되면서 나타나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 공동체적 정의에 승복할 수 없다는 억울함, 나이외의 타인은 어떻게 돼도 좋다는 혐오와 배척 등과 같은 사회적 연대감의 상실은 매우 큰 문제일 수 있다.
2017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지난 2016년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정체되어 있던 2016년의 분위기를 깨고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 2017년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