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일출 명소, 대왕암 공원
울산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인 대왕암 공원. 간절곶과 함께 연초만 되면 세인들의 주목을 받는 이름난 일출 명소이다. 대왕암이라는 이름은 통일신라시대 문무왕의 설화와 관계가 있다. 문무왕이 죽어서도 동해를 지키는 호국룡이 되겠다고 하여 경주 감포 앞바다에 수중릉을 쓴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그 뒤 문무왕의 비(妃) 역시 대왕을 따라 호국룡이 되고자 동해 바다로 돌아갔으니 그 곳이 바로 울산의 대왕암이란다.
왕비가 누운 바다여서일까. 대왕암의 생김새는 이 땅의 어느 바윗덩어리보다도 기기묘묘하다. 마치 동해의 호국룡이 똬리를 틀고 꿈틀대는 것 같기도 하고 예술가가 혼신을 다해 빚어놓은 천지개벽의 순간 같기도 하다. 거친 동해 바다를 온몸으로 맞서며 울기곶 등대와 송림을 바라보고 있으니 왜적뿐 아니라 태풍, 해일이 불어 닥쳐도 끄떡없어 보여 마음이 놓인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울산시민들을 위하여 등대 앞에서 대왕암까지 산책할 수 있는 철제 다리를 놓았다. 덕분에 먼발치에서 쳐다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주의 문무대왕 수중릉과 달리 울산 대왕암은 자세히 그 위용을 쓰다듬어 볼 수 있다. 초겨울을 앞두고 있음에도 게으름을 피우는 몇몇 해국 무리와 이름 모를 해벽식물들이 격정의 바닷바람 속에서도 꼿꼿이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대왕암 송림 산책 코스의 최고 매력은 울창한 솔숲에 대왕암을 비롯한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솔숲 사이사이로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우리 꽃이 한데 어우러져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늦가을과 초겨울엔 늦은 해국과 털머위가 분홍빛, 노란빛 자태를 뽐내고 있고 은빛 억새가 솔숲의 빈틈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대왕암 입구에서 솔숲을 따라 들어가 해안 절경을 구경하며 돌아 나오는 거리는 약 2㎞ 정도다. 부지런히 걷기만 하면 30분이면 충분할 거리이지만 기암과 푸른바다에 취하고 또 모처럼 가족나들이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대왕암 산책 코스 끝자락에는‘울기곶 등대’라 불리는 등대가 2기 있다.
그 중 하나는 문화재로 지정된 옛날 등대다. 1906년 처음 불을 밝힌 뒤, 1987년 높이 24m의 미끈한 새 등대가 세워질 때까지 등대로서의 역할을 해온 옛 울기곶 등대는 높이가 9.2m로 밑에는 둥그렇고 위에는 팔각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에 등대가 자리하게 된 것은 일제시대 일본이 러·일전쟁을 일으키면서 군사적 목적으로 등간을 세운 것에서 유래한다. 등간은 지금의 등대와 비슷한 역할을 했는데 1905년 당시에는 목재로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일반인들을 위해 등대를 개방하고 있는데 등대 안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전망대와 홍보관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울산 대왕암은 간절곶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뜨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일출이 아름다워 연말연시에는 외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부쩍 느는 곳이다. 대왕암에는 숙박업소가 없고 바로 이웃하여 붙어 있는 일산해수욕장에는 대규모 숙박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일산해수욕장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키 높은 모텔들이 제법 많아 숙소를 구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
태화강 십리대밭과 천전리의 시간여행
명승에 대한 미련이 크게 없고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와 두런두런 사람 사는 이야기 좀 나누고 싶다면 태화강 십리대밭이 더 제격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들이 동고서저형의 지형에 따라 동에서 서로 흐르지만 태화강은 반대다. 울산의 가지산과 고헌산에서 발원하여 시내 한복판을 흘러 동해로 빠지는 태화강은 길이가 약 47㎞로 크진 않지만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로 큰 역할을 해 울산의 젖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밭을 중심으로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약 1.2㎞ 거리가 산책로로 잘 닦여져 있다. 이곳에 심어진 대나무는 5~6m 높이의 왕대로 150만 그루가 질서정연하게 심어져 있다. 산책로에 들어서면 짙은 녹음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호젓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동안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던, 그래서 조금은 후회도 되는 지난 이야기들, 부모와 자식 간 그리고 친척지간의 소소한 가정사들,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함께 보내는 동료와의 그동안 덮어두기만 했던 서운한 이야기들… 사람들이 소곤소곤 풀어놓는 이야기, 고민거리들을 대나무들은 가만히 들어준다. 그러다가 한 번씩 자연의 섭리를 전해준다. 소각소각 소각소각…
태화강 상류를 따라가면 울산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가 나온다. 가로 8m, 세로 2m 정도의 암벽에 신석기시대 또는 청동기시대인들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암각화가 새겨져 있는데 암각화 속에는 고래를 비롯하여 사슴, 멧돼지, 물고기 등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고래는 수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림 속에서 살아나 울산을 먹여 살리고 있다. 한동안 장생포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포경산업이 그렇고 고래를 활용한 오늘날의 관광산업이 그렇다. 하지만 정작 반구대 암각화는 희미하여 잘 보이질 않는다. 더군다나 댐이 축조되어 봄철 갈수기를 제외하곤 물속에 잠겨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반구대 암각화 속 그림을 잘 볼 수 있는 곳은 고래 박물관과 같은 박물관들이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2㎞ 떨어진 곳에는‘천전리 각석(刻石)’이라는 또 다른 문화재가 있다. 신석기시대인들과 신라시대 사람들의 낙서가 새겨진 바위로 수천 년을 뛰어 넘어 당시의 생활과 문화,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더 재미있는것은 천전리 각석 바로 앞에는 초기 백악기시대의 공룡 발자국 200여 점이 뚜렷하게 남아있어 눈길을 끈다. 공룡시대에서 신석기시대, 그리고 신라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울산 반구대와 천전리로 떠나는 여행은 시간을 박제해 놓은 야외 박물관을 들르는 듯한 느낌이다.
반구대 암각화 주차장에서 반구대 가는 길, 천전리 가는 길은 계곡과 호수를 끼고 있어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역사유적지 산책길이다. 게다가 승용차를 제외한 관광버스가 진입하기 어려운 길이니 천상 부지런히 걸어야만 한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중간에는 대곡리 팜스테이마을이 있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특히 ‘맑은 기운을 끌어 모은다’라는 뜻의‘집청정(集淸亭)’현판이 눈길을 끄는 300년 묵은 옛집에서는 우리 차를 한 잔 하면서 잠시 누각에서 쉬어갈 수 있다. 쌀쌀한 기운을 뒤로 하고 우리 차 한 잔 하면 나 자신조차 선사시대의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듯 금세 취해 버리고 만다. 집청정에서는 다도 교육 프로그램과 여러 가지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천전리, 대곡리로의 산책은 공원처
럼 다듬어진 대왕암이나 태화강 십리대밭과 달리 한적한 숲길을 조금 걸어야 하므로 따뜻한 옷차림과 그늘진 곳의 살얼음을 조심해야 한다.
정자해변으로 대표되는 울산의 바닷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산책 코스이다.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화암마을 주상절리부터 시작하여 갯바위의 낚시꾼들, 등대가 있는 풍경, 정자항의 수산물센터와 분주히 움직이는 어선, 어부들이 연출해 내는 풍경은 참으로 역동적이면서 또 한편으론 열심히 사는 서민들의 끈끈한 삶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좋다.
바닷바람이 다소 거칠어 나이든 어른들에겐 조금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수산물센터에서의 싱싱한 해산물 쇼핑이나 정자해변에만 200여 개나 몰려있는 크고 작은 횟집들은 산책의 피로를 풀어주고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여행쪽지
★일정 서울(07:00 출발) →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나들목 → 천전리 각석, 반구대 암각화, 점심식사 → 태화강 십리대밭 → 정자해변 → 정자해변, 주전해변, 저녁식사 → 대왕암 송림(1박) → 대왕암 일출 → 장생포 고래 박물관 → 간절곶, 점심식사 → 외고산 옹기마을, 울산 출발(15:30) → 서울 도착(20:30)
★찾아가는 길 반구대 암각화나 천전리 각석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나들목이 빠르고 대왕암공원은 울산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울산까지 나온다. 반구대 암각화나 천전리 각석은 서울산 나들목에서 언양 방향으로 35번 국도를 따라 6㎞ 정도 진행하면 반구대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도 암각화까지는 4㎞ 정도 더 들어간다.
★추천 업소(지역번호 052 공통)
대왕암 지역 : 해녀의 집(232-3334), 돌고래 생선구이(235-9992), 대장군회초밥(235-4393), 오션뷰 호텔(235-7777), 모나리자 모텔(233-8365) 등 모텔 다수
정자해변 : 울산횟집(298-8877), 한양횟집(295-1212)
언양 : 진미불고기(262-0321)
장생포 : 원조고래맛집(261-5060), 고래고기원조할매집(261-7313)
★고래박물관 : 226-2809
★대곡리 팜스테이 집청정 : 264-1651
★외고산 옹기마을 : 238-1125/옹기 생활용품 구입과 체험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