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원도 횡성에 우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횡성 우시장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인근 충주·제천 등충 청도와 경기도에서도 농민들이 모여들어 중부권 최대의 소 매매시장을 이루고 있다. 더군다나‘횡성한우’라는 명품 브랜드를 탄생시킨 고장이니 일반 여행자 입장에서 갖는 우시장에 대한 관심이 괜한 건 아니리라. 횡성장과 같은 날 열리는 5일장 형태인 우시장은 새벽 6시 무렵부터 열려 오전 9시경이면 파장을 이룬다. 가축시장 외의 거래는 불법 밀매매로 간주되었던 옛날에는 하루 800여 마리까지 거래되던 때도 있었으나 직거래 비중이 늘어난 요즘에는 150마리에서 200여 마리 정도로 거래량이 줄었다. 갈수록 사양화 길을 걷고 있지만 그래도 새벽 우시장 풍경은 여전히정겹기만하다.
태산만 한 황소를 데리고 왔건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추위에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사람, 흥정이 여의치 않았던지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는 사람, 감별사를 불러 임신한 황소의 뱃속 새끼까지 감별해내며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높이려는 사람…. 소를 끌고 온 농민들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순박함이 풍기는 전형적인 산골 할아버지 모습이 있는가 하면 말끔한 헤어스타일과 단정한 옷차림의‘사장님’ 모습도 있다. 또우시장에는소를 사거나 팔기 위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구경 나온 농민들도 많다. 흔치는 않지만 가끔은 호기심 많은 일반 관광객들도 있다. 무리 중에 단연 돋보이는 한 사람이 있다. ‘임신 감별사’로통하는충주 아저씨. 이 바닥 경력이 30년 넘었다는 그는 고객이 소 뱃속의 새끼를 감정해달라고하면 항문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새끼를 감별해낸다. 그렇게 임신이 확인되면 100만 원 이상은 더 받게 된다.
의뢰인: “새끼 건강하여요?”
감별사: “아, 그럼! 6개월 됐어. 난 잘못됐으면 새끼 잘못됐다고 이야기해!”
의뢰인: (웃으면서) “암놈이 쥬?”
감별사: “아니 아들인데.” 놀라며 암수도 알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감별 비로 받은 2만 원을 집어넣으면서 웃으며 그건 농담이란다. 새벽시장이라 가족이 움직이기에 부담스럽다면 구경하기에는 매월 7일과 22일 한 달에 두 번 낮 시간대에 열리는 송아지 매매시장이 더 좋을 수도 있다. 횡성 송아지 시장은 오직 횡성 사람들만 참가할 수 있다. 횡성한우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죽을 사람도 살려낸다는 참숯가마 찜질
횡성 우시장의 이색 풍물을 접하느라 새벽 일찍 움직였다면 그 피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전국 각지에 마니아를 만들어 놓고 횡성으로 불러들이는 횡성의 효자품목이 셋 있다. 2~3 시간 달려와 1시간 정도 줄 서서 사 먹는다는 횡성한우와 외국에까지 수출한다는 안흥찐빵 그리고 죽을 사람도 살려낸다는 참숯가마 찜질이 그것이다.
특히 웰빙붐을 타고 급속하게 번진 참숯가마 찜질은 횡성 이대 중화에 있어 선 원조라고 할 수 있는데,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일 뿐 아니라 몸속 노폐물을 배출해내고 기운을 북돋워주는 데에는 최고의 여행코스이다. 숯으로 벽면을 채운도 심의 찜질방과는 차원이 다르다. 참나무를 가마에 넣고 1주 일가량 태워서 숯을 만들고 난 뒤 그 숯을 빼내고 남은 열기에 몸을 맡기는 원리다.
숯은 숯대로 고가에 팔려나가고 남은 열기는 열기대로 판매 가이 루어 지니 꿩 먹고 알 먹고다. 숯 만들어내고 남은 열이 무에 그리 대단할까 싶은데 그게 아니란다.
“우리 단골손님 중에 당뇨합병증으로 실명한 사람이 있는데 일주일에 2~3번 정도 일 년을 그렇게 왔어요. 지금은 시력이 많이 회복되었어요.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는데, 두 달 전부 터는 당뇨약도 끊었다고 하더라고요.”
우천면 오원리의「경원 참숯」 쥔장이 전하는 손님들 사례 중 하나다. 옆에서 듣던 이용객 이한수 거든다. 아는 사람이 잘못된 수혈로 인해 만성 간질환에 시달렸었는데 숯가마 찜질 일 년 다녔더니 정상으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사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자들이 숯가마 찜질을 많이 찾는다는 건이 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숯가마 찜질 외에 생활 소품으로써의 숯에도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방취·방습·방부·방충의 기능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간장 담글 때 불순물 제거를 위해숯한덩이집어넣지 않았던 가!
숯가마는 얼마나 뜨거울까? 3대가 함께 하는 가족여행일 경우, 어르신들은 대부분 뜨거울수록 좋아하겠지만 아이들은 지레 겁먹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가마마다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숯이 만들어질 때의 가마 온 도는 보통 1,200~1,300 ℃ 정도에 이른다. 숯을 막 빼낸텅빈가마는‘꽃탕’이라고 부르는데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선수들만 입장할 수 있다. 그것도 수건을 덮어쓰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하루 이틀 지나면 온도가 차츰 떨어져 일반인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초보들은 열기가 적당히 식은 가마에 들어가면 된다. 가마에는 10여 명 정도 들어갈 수 있고 가마 입구에는 거적이 깔려 있어서 틈틈이 나와 쉴 수 있다. 참숯 가마 찜질에서는 샤워를 하지 않는다. 땀을 흠뻑 흘렸음에도 전혀 끈끈하거나 불편하지 않으니 신기하기만하다. 참숯 가마 안에서 땀을 쪽 빼고 나오면 몸이 무척 개운하다는 것이 하나같은 소감 들이다.
사람들은 계란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가마 안에서구워먹기도하지만 숯가마 찜질의 최고 이벤트는 역시‘3초 삼겹살’이다. 3초 삼겹살은 큰 삽 위에다 삼겹살을 올려놓고 고온의 가마 속에 집어넣으면 3초 만에 익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숯 가마에서 구워낸 삼겹살은 일반 삼겹살과는 그 맛이 확연히 다르다. 참숯공장에는 대부분 구내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3초 삼겹살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참숯가마에 땀 쭉 빼고3초 삼겹살로 점심식사를 채우고 나면 세상 부러 울 것이 없다.
‘안흥찐빵’의 본고장
「경원 참숯」이 있는 전재 고개를 넘어가면 안흥면에 이른다. 안흥면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찐빵집이다. 그 유명한 ‘안흥찐빵’의 본고장이다. 마을에 찐빵집은 많지만 줄 서서 사 먹는 집은 정해져 있다. 면사무소 바로 앞에 있는「면사무소 앞 안흥찐빵」이 그곳으로 평소에도 매장 밖까지 줄이 서있을 정도이다. 손님들의 반응 또한 재미있다. 빵은 한 개에 300원으로 비싸지 않지만 줄 서서 기다렸다가 사기 때문에 낱개로 사가는 사람은 없다. 한두 박스는 기본이고 대여섯 박스를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대량 구입이 이루어지는 것은 선물용으로도 많이 활용하지만 두고두고 먹어도 질리지 않는 안흥찐빵의 고유한 풍미 때문이다. 「면사무소 앞 안흥찐빵」의하루소비되는 밀가루가 20㎏ 짜리로 10~15포 정도라는 것이 쥔장의 귀띔이다.
안흥찐빵 맛의 비결은 횡성농협의 팥을 쓰는 등 순수 국산재료를 사용한다는 점과 생이스트와 막걸리를 넣고 아랫목에서 빵을숙성시키는등 전통방식대로의 제조법에 있다. 결국 맛의 비결 은특 별한 그 무엇이 아니고 바로‘정성’이라는 이야기이다. 특급 비밀이 될 수도 있는 부녀자들이 방에 모여서 찐빵을 빚어 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찐빵을빚던부녀자들중에는 별다른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같아독립하여새로운 찐빵가게를 여는 사람도 있지만 영업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함께 가게를 일궈 오던 언니가「심순녀 안흥찐빵」이라는 이름으로 분가하였다. 그동안 안흥찐빵의 브랜드 가치는 점점 높아져 지금은 안흥찐빵 축제도 조그맣게 열고 합자회사를 통해 외국에 수출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횡성 테마랜드 와치 악산 자락 구룡사
그밖에 가볼만한 인근 여행지로 드라마 <토지>를 촬영했던 세트장이 있는「횡성 테마랜드」와 치악산 자락 구룡사를 손꼽을 수있다. 횡성 테마랜드의 세트장에는 한국과 중국·일본의 1960년대 모습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민속용품과 놀이기구도 있어서 가족여행 일정에 넣기에 무리가 없다.
원주 땅으로 들어가는 구룡사 역시 노약자들의 가벼운 트레킹에 적합하다. 경내까지의 산책로가 완만하고 솔숲이 좋다. 특히 등산로 초입에는‘황장금표’라는 비석이 있다. 옛날 임금의 관(棺)을 만들 때 쓰는 품질 좋은 소나무를‘황장목’이라고 불렀는데,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하여 벌목을 금한다는 표지석을 세운 것이다. 함께 한 아이들에게 황장금표의 유래를 간단히 설명해준다면 아이들로부터 존경과 감탄의 찬사를 듣지 않을까?
여행 쪽지
서울 출발 - 횡성 테마랜드 - 점심식사(한우플라자, 3초 삼겹살) - 참숯 가마 찜질 - 안흥찐빵마을. (숙박일 경우) 구룡사, 횡성 온천 추가
횡성의 참숯가마(지역번호 033) : 「강원참숯」(342-4508)이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 그만큼 사람도 많다. 「경원 참숯」(342-0413)은 가마가 11개로 규모가 작은 편이라 오붓한 면이 있다. 두 곳 모두 숙박과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
횡성한우 : 횡성한우는 국내 최고품질을 자랑한다. APEC 때 부시 미국 대통령이 “원더풀!”하며 감탄했고, 하인스 워드 방한 때도 횡성한우가 식탁에 올라갔다고 한다. 그 한우를「한우플라자」(345-6160)에서 맛볼 수 있다. 횡성축협에서 직영하기 때문에 믿고 맛볼 수 있고 고기만도 구입할 수 있다. 2층에는 한 우전 시관이 꾸며져 있다.
「다래골 산방」(031-914-5300) : 「경원 참숯」 바로 밑에 자리한 토속적 분위기의 펜션. 흙과 나무로 지어졌다.
「면사무소 앞 안흥찐빵」(342-4570) / 「횡성 테마랜드」(345-5691) / 구룡사(732-4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