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형적인 항구도시인 부산에 있어서 바다는 존재의 이유이자 생명의 근원이다. 사람들 사는 냄새로 가득한 자갈치시장이나 심약한 사람들을 유혹하여 끌어들인다는 태종대, 젊은이들의 해방구 역할을 하는 광 안리나 해운대의 백사장이 있는 바다…. 각기 보여주는 모습은 달라도 하나하나 가항도 부산에 따스 한숨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바다는 생명을 상징한다.
우주 삼라만상의 생명체들이 바다에서 기원하였다 하지 않는가. 바다는 생명을, 그 생명은 시작을 의미한다. 2007년 한 해의 출발점에서 바다여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바다의 칼바람 앞에서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그리고 옆에 함께한 우리 가족을 안아보자. 꼭 끌어안아본 지 얼마나 되었던가! 시작 의의 미를 찾는다면 그 첫 번째 코스는 당연 기장의 용궁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바다 위에서 올라오는 근사한 일출을 볼 수 있는 데다가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관세음보살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신년 해맞이 놀이는 우리에게 있어 또 다른 기복(祈福) 신앙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일출 명소 용궁사가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성지로 대접받게 된 것도 이런 문화적 시류가 반영된 것이리라. 그런데 이곳은 여러 가지로 특이한 곳이다. 보통의 절 은산에 있어서 산문을 거쳐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곳은 내려가야 한다. 백팔 계단이 있는데, 올라가는 계단이 아니라 내려가는 계단이다. 마치 바닷속 용궁 세상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그렇게 내려가면 아담한 절이 나온다. 처음 용궁사를 접한 사람들은‘아!’ 소리와 함께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절이 갯바위에 터를 잡고 앉았기 때문이다. 파도라도 좀 거칠게 친다 싶으면 절이 위태로워 보일 정도이다. 백팔 계단을 내려와 불이문을 지나면 갯바위를 연결한 돌다리가 있다. 파도치는 물결이 돌다리 밑으로 들어왔다 내려가니 영락없는 용궁이다.
용궁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지는 몇십 년밖에 안되었다. 용궁사는‘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라는 선시로 유명한 나옹화상이 고려 말에 세웠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된 보문사를 모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절의 내력이 꽤 오래된 셈이다. 그러나 용궁사에는 아쉽게도 이렇다 할 문화재가 없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해수관 음대불이나 갯바위에 터를 잡고 새로 모신 지장보살 같은 많은 볼거리가 있어서 방문객들을 즐겁게 한다. 용궁사 바로 옆에는 수산과학관이 있다. 처음엔 국립수산과학원 내부 속 시설물로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연간 25만 명이 방문하는 인기 현장체험학습장으로 변했다. 해양자원, 어업 및 양식기술, 바다목장, 수산물의 가공, 어류 박제, 수족관, 선박전시관 등이 주제별로 나뉘어 전시되고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계절별로 진행되는 ‘해양수산 교실’이나 물고기 해부실습을 통해 해양생물체를 관찰하는 ‘물고기 속 엿보기’와 같은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새해에는 자체적으로 해맞이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용궁사와 국립수산과학관에서 4~5㎞ 올라가면 멸치와 미역으로 유명한 대변항이 나온다. 겨울철 대변항은 오징어 출어로 분주하다. 멸치젓과 마른오징어 같은 건 어물은 이곳의 대표적인 특산물. 분주히 움직이는 어촌의 하루를 돌아보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어물 몇 가지를 구입해 간다면 추억 가득한 최고의 여행 전리품이 될 것이다. 마을에는 멸치회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횟집들이 미식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족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부산의 밤바다
용궁사 밑으로는 송정해수욕장이 있다. 해운대나 광안리와 달리 이곳은 상대적으로 한 정한 편. 푸른 바다와 고운 모래, 바다보다는 사람들에게 더 익숙한 흰 갈매기 떼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곳 갈매기들은 관광객들이 과자만 들고 있어도 잽싸게 날아와서 물어가는 영악함을 보이고 있다. 새하얗게 몰려드는 갈매기 떼 앞에선 어른도 아이도 없다. 터진 웃음보따리가 넓디넓은 백사장에 쏟아지니 주워 담을 길이 없다.
부산은 바다도 좋지만 밤도 좋다. 그러니 밤바다는 두말할 필요 없겠다. 부산 야경의 제일경은 역시 광안대교이다. 총연장 7.42㎞로 국내 최장 현수교인 광안대교가 수영 강하구에서 뻗어 나와 광안리해수욕장을 바다로가로질러남천동49호 광장으로 들어간다. 공사기간만 8년 걸린 대역사이다. 색색이 변하는 조명 옷을 걸친 광안대교의 감상 포인트는 광안리 해수욕장이 나 해운 대한화 리조트 쪽이다. 광 안리나 해운대의 화려한 불빛과 조화를 이루는 광안대교 조명예술은 마치 바닷속에서 올라온 거대한 해룡이 숨을 쉬는듯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더 적극적으로 광안대교의 야경을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해상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티파니 21호는 300명 정도 태울 수 있는 크루즈선으로 선상 워크숍이나 결혼식, 회갑연, 송년회와 같은 각종 파티를 맞춤 식으로 진행해 주고 있다. 개인 승선객들에 겐 뷔페식 저녁식사 와라 이브 공연이 곁 들여지는데, 환하게 불 밝힌 광안대교를 밑으로 넘나들면서 음악과 디너를 즐기는 시간이 이어진다. 환상의 시간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도록 배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2시간 30분 정도 부산 앞바다를 유영한다. 크루즈선만 있는 건 아니다. 보다 저렴한 비용에 오륙도 앞바다를 운항하는 유람선 동백 호도 있다. 해운대 미포에서 출발하여 동백섬, 광안대교를 거쳐 광안리 앞바다를 운항하는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가끔은 별난 이벤트도 열린다. 미혼 커플의 요청으로 이루어지는 프러포즈 이벤트도 그중의 하나이다. 전문 업체의 진행으로 열리는 프러포즈 이벤트에서는 함께 동선 한 많은 승객들이 한 마음으로 축하를 보태주니 그 감동이 더해진다. 아마도 프러포즈 받는 이에겐 크루즈 여객선에서 맞이하는 환상의 부산 야경이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서민들의 삶과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자갈치 시장이다.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시장, 밤이라고 쉬이 잠들지 않는다. 관광객들은 좀 줄어들어 비교적 한적한 구경과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산물 시장답게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해산물은‘없는 게 없다’라고 할 정도지만 간판품목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술이나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에 선단 연고 레고 기와 ‘곰장어(곰장어)’가 최고 인기 품목이다. 건어물 파는 곳에서는 술안주와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는 두투(상어 내장), 장어껍질로 만든 묵 등이 이채롭다. 멀리서 온 관광객들도 호기심에 한두 가지를 구입해본다. 바닷가의 노점과 판잣집으로 시작된 자갈치 시장에 12월 1일‘자갈치 새시장’이라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갈매기의 힘찬 날갯짓을 표현한 건물 외관에 색색이 바뀌는 조명이 아름다워 자갈치시장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자갈치시장은 어른부터 어린이까지 모두가 흥미로워하는 곳이다.
워낙 많은 관광자원을 지닌 부산이다 보니 1박 2일, 2박 3일을 할애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자연스레 그 일정도 빼곡할 수밖에 없다. 강행군으로 무리를 했다면 몸도 마음도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 여독을 풀기엔 온천 만한 것도 없다. 부산은 온천문화가 발달했으니 동래온천과 해운대온천은 대표적이다.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은 노천 온천이 유명하다. 푸른 바다를 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매력. 동래 쪽에는 허심청이 유명하다. 전국 의대 중탕, 사우나들이 개업이나 리모델링하게 되면 반드시 거쳐서 벤치마킹 해가는 곳이기도 하다.
여행쪽지
3대가족 1박2일 일정 짜기
부산 기장군에서 해운대구로 이어지는 바다여행 코스 위주로 짜보았다. 서울 기준(KTX 및 렌트카 이용 조건)
1일 09:00 서울 출발(KTX) → 12:00 렌트카 대여 → 12:30 자갈치 시장(점심식사 포함) → 14:30 태종대 → 17:00 해운대로 이동 → 18:00 광안대교 야경 감상, 휴식 → 19:00 선상 나이트 투어(티파니21 또는 동백정) → 21:30 숙소(송정 또는 해운대)
2일 06:30 용궁사 일출 → 08:00 대변항 → 09:00 아침식사 → 10:00 국립수산과학관 → 12:00 송정해수욕장산책 → 13:00 점심식사 → 14:00 온천욕(파라다이스 또는 허심청) → 16:30 렌트카 반납, 부산 출발 → 20:00 서울 도착(KTX)
업소 추천(지역번호 051 공통)
금호렌트카(441-8000) 밤 10시까지 영업. KTX 이용고객 영수증 지참 시 40% 이상 할인 혜택.
티파니21, 동백정(1577-7721) 티파니21은 선상디너포함 / 동백정은 유람선만 운행.
숙소 해운대, 광안리에 특급호텔 및 모텔 밀집 / 송정 해수욕장에 모텔 밀집. 송정관광호텔(702-7766), 뉴송정콘도민박(701-6766)
맛집
토암도자기공원(721-2231 대변항) 3,000여 점의 토우작품이 야외에 전시됨. / 광어골(703-5212 송정) 가정식 한정식 7,000~10000원. / 대변항 멸치횟집 : 용암할매 회집 721-2483, 장군회촌 721-2148, 해동횟집 721-9477 / 해운대 : 소문난암소갈비집(746-0003), 서산농원(747-4333 저렴한 생고기)
온천 또는 해수사우나
파라다이스호텔 옥외온천(749-2333, 해운대) / 허심청(555-1121, 동래) / 해수락(702-1938, 송정 해수욕장, 찜질방을 겸한 대중사우나)
해동용궁사(722-7744) 주차장에서 108계단만 내려가면 나오기 때문에 노약자도 무리 없다.
수산과학관(720-3061) 9시부터 입장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