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딸, 현정아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아비와 딸이란 이름으로 너와 내가 만난 것도 참으로 귀한 인연이겠지.
불가에서는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결실의 계절, 이 가을에 우리를 아프게 하고 떠난 사람들이 살아 돌아 온다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이겠지. 그러나 부질없는 이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 아비는 왜 그토록 이미 끝난 인연을 붙들려고 갈망하는 지 모르겠다. 독신으로 자라 혈연에 목말라 했던 이 아비는 어를 낳아 안고 다니며 가슴 부플었던 지난날들이 가난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절 가운데 하나였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네가 아비의 뒤를 이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교직을 선택하기를 내심 바랬지만, 국민의 공복으로서 나누고 베풀며 위하는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너의 논리에 동의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너의 그런 생각이 아비의 굳어진 사고보다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 이었기 때문이다.
출장 중에 너의 합격 소식을 접하고 '수고했다.' 하고 덤덤하게 말은 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계서서 손녀가 야무지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 누릴 길 없는 회한의 정에 북받쳐 뜨거운 눈물을 쏟아 붓고 말았단다. 무난하게 커주고 자력으로 공무원의 길로 들어서는 너를 보면서 참으로 대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현정아.
태어나 처음으로 애비의 품을 벗어나는 너의 짐을 싣고 제천 송학우체국으로 가던 날, 잔뜩 긴장한 너를 보면서 기쁨이나 홀가분한 마음보다는 왜그리 마음이 짠한지 모르겠구나. 부모와 자식간의 정은 하늘이 준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또 절감했었다. 삶의 그물망을 넓혀 나가기 위해서 내품을 떠나 던 날, 텅빈 너의 방에서 이 아비는 한번 진한 가슴앓이를 맛 볼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이 자식에게만은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것은 어쩔 도리가 없더라. 너도 일정한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 때론 애물단지 같은 자식이지만 그 자식이 예뻐 죽겠는데 어찌 하겠는가.
네가 본청에 특채되어 집으로 돌아 온던 날. '손수 음식을 해줄 수 있어 참 행복하다.'라며 환하게 웃던 엄마의 얼굴과 그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해 주면 고맙겠다.
내딸, 현정아.
노을 지는 낙조를 살포시 안은 호숫가에서 노니는 한 쌍의 원앙새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진한 감동과 기쁨을 주지. 그러나 그 원아이 사람들에게 탄성과 감탄을 자아내려고 물밑에선 쉼 없이 물갈퀴를 휘젖고 있잖아. 그 원앙새처럼 아름답고 매력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우리 딸이 되어라. 아울러 무지개도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 아름답게 존재 할 수 있는것처럼 너도 너에게 걸맞는 빛깔과 향기대로 살아가거라.
이 애비는 네가 굴곡없이 평탄하게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세상살이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을 쉽고 부유하게 살아가는 자는 그들만의 자만과 희열이 있겠지만, 인생을 어렵게 살아가는 자들은 그들만읜 긍지가 있고 성취되었을떄는 짜릿한 쾌감이 있기에 어떤 경우가 닥치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현정아.
조직 생활이라는 것이 기쁨과 즐거움만 주는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와 곡해로 너를 아프게 할 때도 분명코 있을것이다. 기계는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치면 잘 돌아기만 다양한 속성을 지닌 인간이란 개체는 사고의 차이로 갈등과 진한 회의를 느낄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시련은 고통만 주고 가는게 아니라 경험과 강인한 오기를 주고 가는 것이기에 태산같이 의연하되, 누운 풀잎처럼 겸손한 자세로 너에게 주어진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아름답고 향기나는 딸이 되어라. 너는 그걸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이 애비는 확신하고 있다.
우리 딸, 현정아.
웃음이 담밖으로 넘쳐 흐르는 우리 가정을 만드는데 네가 깨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면서 네가 소속된 조직에서 무의미한 존재가 아닌 의미를 부여하는 귀한 존재가 되길 기원한다. 현정아, 아주 많이 사랑한다.
우정가족이 편지쓰기 행사에 참여하여 정이 넘치는 편지 문화를 확산함으로써 우정 사업 이미지를 높이고자 실시한 제1회 우정가족편지쓰기대회에서 가족 부문 대상을 수상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