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렇게‘어머니’라고 부르니 많이 놀라셨을 듯합니다. 새어머니, 아니 저의 어머니. 제가가슴으로 열어젖힌 마음으로 어머니께 이렇게 편지라도 쓰지 않으면 너무 큰 죄를 짓고야 말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이제사 철이 들었다는 생각에서 당신이 계신 하늘나라에라도 이렇게마음먹고 글을 써봅니다.
몇 년 전, 저의 친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평생을 우리 엄마만 기억하며 사실 줄 알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새어머니와 함께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고, 아버지가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처럼 느껴졌으니까요. 한동안 아버지의 얼굴조차 보기 싫었으니 새어머니야 오죽했겠어요.
하지만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저의 집에 오신 새어머니, 어쩜 그렇게 먼저 가신 친엄마와 똑같이 닮으셨는지…. 그래서 아버지가 저희들을 달래며 설득하실 때마다“아빠도 너희 친엄마와 저렇게 꼭 닮은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단다. 그래서 더 마음이 끌렸던 거야. 아빠를 이해해 줄 수 없겠니?”라시던 말씀.
언젠가 제가 아이를 낳았을 때 예쁜 옷과 직접 미역국을 끓여 오신 거 생각나세요? 그동안제가 냉정하게 대하자 그래도 아이를 낳았으니 찾아가봐야 한다며 전화도 없이 직접 오셨죠.전“누가 언제 미역국 끓여 달라고 했어요? 필요 없으니 가져가 아버지와 드세요.”라며 고개를 돌렸죠. 그때 전 보았습니다. 새어머니의 눈물을…. 그리고 그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그렇게 밉니? 나 때문에 아버지와 등 돌리고살진 말아라. 네가 원한다면 아버지와 그만둘 수 있다.”며 흘리는 눈물에 전 아무 말도 할 수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몇 날 며칠을 두고 생각했는데, 제가 너무 나쁜 딸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새어머니를 이해하고 아빠도 이해하고 모두 다 사랑하려고 했는데, 새어머니 당신마저 몹쓸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이승의 끈을 놔버리셨습니다.
어머니!
이제 저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이제 너무 늦었지만 이제는 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요. 그리고 새어머니가 아닌 어머니로 대해드릴 거예요. 제사도 같이 모실 거예요. 돌아오는 주말,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 묘소로 인사드리러 갈게요. 사랑해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