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칠다. 출렁출렁 거리며 마라도 바로 앞까지 근접한객선. 이제는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좌우로 요동을 치기까지 한다. 배까지 넘쳐 들어온 파도가 1층 객실 창문을 세차게 두드릴 때마다 관광객들의 동요는 더 커진다. 국토 최남단의 섬마을 여행에 동행한 지인은 그 와중에도 애써 태평한 척 여유를부리고 있다.
마라도에선 한라산과 산방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백년초선인장 자생지
마라도 유일의 교통수단 카트
“와, 바이킹 탄 것 같네. 하늘 보이고… 바다 보이고… 다시하늘 보이고…”
궂은 날씨에 묶였던 뱃길이 다시 열렸건만 바다는 여전히 심술을 멈추지 않는다. 송악산 일본군 진지가 보이는 선착장을 출발한 지 25분 만에 배는 마라도 북단의 자리덕선착장에 도착한다. 관광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아직도 세찬 대한민국 최남단의 칼바람이다. 추위로부터 관광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커피, 라면, 어묵 등을 파는 포장마차와 일렬로 정렬되어 있는 전기 카트가 그 바람에 맞서고 있다. 전기 카트는 자동차 역할을 하는 마라도 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바람을 막기 위해 옆으로는 투명 비닐 덮개를 장착하였다. 보기에는 좀 흉물스럽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라도의 거친 바람을 이겨낼 수가 없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카트를 빌려 탄다. 그러나 카트가 없어도 4.2㎞ 거리의 순환 도로를 관광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내렸다 올랐다를 반복하여야 하고 만의 하나에 대비한 사고예방 차원에서 서행할 수밖에 없으니 걷는 것이나 타는 것이나 소요시간 면에서도 별 차이가없다.
마라도 성당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항공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푸른 바다를 항해하는 항공모함 같기도 하고, 거대한 전복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섬 마라도. 마라도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이다. 섬이 최남단에 있다 보니 섬마을의 주요 시설물들도 모두 기본적으로 한 가지씩의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마라도에 있는 교회는 우리나라 최남단의 교회요, 절도 우리나라 최남단의 절이다. 성당과 등대, 학교도 마찬가지로‘최남단’이라는 감투를 썼다. 총 면적0.3㎢에 40여 가구밖에 안 산다지만 생활에 필요한 시설물들은 그런대로 많이 들어섰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없어도 자장면 집은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은 없어도 세련된 간판의 유명 편의점은 있다. 금융기관이나 우체국 등은 없어도 비록 옹색한규모지만 문화시설로 통하는 박물관도 있다. 유일한 교육기관인 마라도분교는 이제 선생님 1명에 학생 1명만이 남았다.
마라도 풍광의 특이한 점은 섬 자체에 이렇다 할 나무가 없어서 인공 구조물들이 다 드러나 보인다는 것이다. 나무가 없는대신 잔디와 억새 같은 풀들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데, 이렇게 나무가 없는 것에 대해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마라도에사람이 정착하여 살기 시작한 때는 약 200여 년 전이라고 한다.그땐 섬 전체가 원시림으로 빼곡하였다는데 정착민들이 경작지를 마련하기 위해 섬에 불을 놓아 숲을 태워버렸고 그 탄 자리를 일구어 농지를 만들었기에 나무가 지금까지 없다고 한다. 그밖에도 달밤에 퉁소를 불었더니 사방에서 수많은 뱀들이 몰려왔고 이를 물리치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이 섬에서 나무와 뱀을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잠수함 밖 수중세계에서 열린 이벤트에 즐거워하는 사람들
마라도 인근 형제섬의 일출
기원정사 깨진 기왓장에 남겨진 추억
이국적이다 못해 마치 동화 속 풍경을 연상시켜
잔디와 억새 무성한 마라도의 전경은 이국적이다 못해 마치동화 속 풍경을 연상시킨다. 듬성듬성 자리한 성당과 등대, 팔각정 등은 어렸을 적 엄마 무릎 위에서 넘겼던 그림책 속 풍경그대로이다. 그곳에 서면 누구나 모델이 되고 배우가 된다. 특히 성당이 내려다보이는 억새밭이나 마라도 등대 앞, 산방산과 한라산이 배경으로 펼쳐진 억새밭 북동쪽 해안은 사진이 잘 나오는 포인트로 인기가 높다. 해안가로는 자리돔이 잘 잡힌다고하여 이름 붙여진 자리덕선착장과 그 옆 남대문바위, 동편의 선인장 자생지, 천신이 지신을 만나기 위해 내려온다는 장군바위,아기를 업어주는 여자아이의 전설이 전해지는 애기업개당 등이있어서 눈길이 간다.
마라도의 또 다른 명물로 자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소라, 오징어나 문어, 새우 등의 제주도산 해물을 넣어서 만든 해물자장면은 마라도에 온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찾게 되는 단골 메뉴다. 현재 마라도 교회의 목사님으로 활동 중인 남편을 따라 23년 전 부산에서 이곳 마라도로 이사와 정착했다는 마라도원조자장면의 여주인장, 마라도 정착생활의 에피소드를 묻자 대뜸바람 이야기를 꺼낸다. 마라도의 거친 바람이 얼마나 싫었던지살기가 싫었을 정도였는데 하루는 마음을 고쳐먹고 바람과 친구가 되어달라고 기도를 했단다. 그 뒤부터는 바람이 친숙하고자연스러워지고 나중엔 황홀한 정도로 좋아졌다고 하니 마라도바람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다.
마라도 등대
대한민국 최남단비
노란 잠수함에 승선하는 관광객들
그 바다 밑 세상은 어떨까? — 마라도 잠수함
마라도 땅 위에 바람이 있다면 바다엔 비경이 감추어져 있다.그 비경은 잠수함을 타고 돌아볼 수 있다. 모두 4곳에서 성업을 이룰 정도로 제주도에선 잠수함 투어의 인기가 높은데, 만만치 않은 승선료에도 불구하고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잠수함 관광의 특징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잠수함을타고 바다 속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모두 이런 바다여행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라도 잠수함 대합실은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송악산에서 용머리 해안 가기 전의사계리에 있다.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송악산 앞 바다의 잠수함 선착장까지 이동한 후 선착장에서 잠수함을 타고 해저 관광을 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총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엄밀하게 이야기 하면 마라도보다는 송악산에 더 가까운 편이지만 가파도나 형제섬 같은일대 해상 관광을 겸할 수 있어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본격적인 해저 관광은 약20~30분 정도 이어지는데 둥그런 특수 유리창을 통해 해저 20~30m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과산호초 군락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잠수함을 처음 접해보는 관광객들은 머리 위 모니터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잠수함 입수 장면에도 신기해한다. 잠수함 관광의 압권은 역시 잠수부에 의한 물고기 몰이다.
잠수부 한명이 물고기를 몰고 잠수함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여러 가지 물고기들의 유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데, 관광객들이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눌러대는 순간이기도 하다.
여행 쪽지
지역번호 064 공통
- 마라도 유람선(794-6661 / 송악산에서 출발), 마라도 정기여객선(794-5490 / 모슬포 출발).
어른 기준으로 공원입장료 포함하여 왕복 15,000원~15,500원. 유람선과 여객선의 차이는 여객선은 편도도 가능하고 유람선은 다시 되돌아와야만 한다.
- 제주 잠수함 관광(794-0200) 송악산 인근 사계리에서 출발.
- 마라도 원조자장면(792-8506) 해물자장
- 잠수함 선착장에는 다금바리회로 유명한 진미식당(794-3639)과 서민적 분위기의 해변정(794-4170) 을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