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광장 같은 시장
종로와 청계천을 끼고 서울 한복판에 넓게 자리하고 있는 오늘날의 광장시장 자리는 조선시대 ‘배오개’라고 부르던 곳이었다. 이곳에 있던 배오개시장은 시전, 칠패시장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종로광장전통시장의 역사는 1904년 고종 즉위 4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개항 이후 중국과 일본 상인들이 서울 대부분의 시장을 지배하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1905년 배오개시장이 있던 곳을 근거지로 한국인들이 자본을 모아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광장시장은 그때의 회사 이름을 가져와 부른 것이다.대한민국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태어난, 11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광장시장은 지금과는 달리 초기에는 미곡, 어류, 과일, 잡화 등 싱싱한 농산물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후 상인들이 청량리 청과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 등지로 빠져나갔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피난민들의 군수품과 외제품 암거래를 포함해 생활필수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1960년대 들어서면서 직물과 의류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광장시장이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은 것 역시 이 시기 즈음이었다. 당시 밤마다 전국의 상인들이 밤차와 대절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와 옷과 원단 등을 사 날랐다. 종로광장전통시장은 현재 대지면적 약 4만 3,000㎡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 안에 주단포목, 직물, 여성의류, 구제옷, 모피, 커튼, 침구, 수예, 나전칠기, 주방용품, 수입품, 청과, 건어물, 정육, 채소 등 5,00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 역시 기존의 도소매 고객은 물론 먹거리 시장을 찾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 그리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채로워 1년 365일 매일이 시끌벅적하다.
종로광장전통시장 info
찾아가는 길
1호선 종로 5가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1분
운영시간 08:30~17:00(일반상가), 8:30~23:00(먹거리 및 식품)
문의 02-2269-8778(8855)
시장 주변 관광지 대학로, 종묘, 청계천, 동대문시장
한복은 광장시장의 대표선수다. 한복 옷감을 파는 상가의 역사만 해도 100년 이상으로 혼수용 한복, 각종 전통 한복, 아동한복, 생활한복은 물론 궁중복식까지 한복의 모든 종류가 한 자리에 있다. 500여 개 이상의 점포가 모여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한복 상가로 한복의 원단, 색, 디자인이 이곳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몸에 꼭 맞춰 입는 양복과 한복
최근 여러 언론과 매체를 통해 광장시장의 먹거리 시장이 인기를 얻으면서 광장시장이 일명 ‘빈대떡 시장’으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광장시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유시장이다. 요즘은 만들어진 옷을 사는 기성복 시대지만 1960~70년대는 옷을 살 땐 맞춤이 기본이었다. 사람마다 다른 체형에 맞춰 몸의 치수를 꼼꼼하게 재고 한 사람에게 꼭 맞춘 맞춤옷은 한두 해 입다 버리는 요즘의 옷들과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캐시미어, 실크, 자가드, 벨벳, 레오날드를 비롯한 최고급 수입 옷감을 두루 갖추고 있는 광장시장의 직물 상가는 최소 3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테일러들이 수십 년간 이어오는 양장 기술을 뽐내는 곳이다. 광장시장 내 여러 상가에 구석구석 포진해 있는 직물 관련 상가의 수만 약 300여 개 이상으로 남3문 2층에 위치한 수도직물부 상가 내에는 체험관을 조성해 원단, 패턴, 재단, 제봉 등 맞춤옷에 관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상인 강사들이 1:1 맞춤교육을 통해 전통과 기술을 그대로 살린 작품을 완성하고, 미래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광장시장은 혼수 용품의 메카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한복은 광장시장의 대표선수다. 한복 옷감을 파는 상가의 역사만 해도 100년 이상으로 혼수용 한복, 각종 전통한복, 아동한복, 생활한복은 물론 궁중복식까지 한복의 모든 종류가 한 자리에 있다. 500여 개 이상의 점포가 모여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한복 상가로 한복의 원단, 색, 디자인이 이곳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상가들은 수십 년 이상 한복만을 다뤄온 장인들로 100% 수작업으로 만드는 한복에는 이들의 경륜과 범접할 수 있는 기술이 들어가 있다. 50년 이상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주단’의 지승순 사장님은 이곳에서 가족 3대의 혼수를 모두 다 준비했다.
“제 결혼부터 저희 딸, 그리고 최근에 손주의 혼수 한복까지 여기서 제가 다 했어요.” 시간의 깊이만큼 노련한 솜씨, 얼굴만 봐도 척하면 딱하고 알 수 있는 색의 조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창적인 디자인까지 갖춘 최고의 한복을 광장시장에서는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유통구조를 줄일 수 있는 시장에서만 가능한 ‘착한가격’ 이다.
종로광장전통시장은 한복을 통한 흥미로운 행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최고의 한복 기능을 가진 시장 상인들이 학생들을 지도해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만들고, 이들이 무대에 서서 직접 만든 한복을 선보이는 패션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광장시장이 히트다 히트
광장시장은 최근 서울과 시장을 대표하는 최고의 핫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방송사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고, 젊은 커플과 외국인들의 SNS 인증샷에도 광장시장 태그가 필수처럼 걸려 있다.
광장시장이 이처럼 스타의 자리에 등극하는 데 가장 기여를 한 건 시장의 먹거리 장터다. 종로 5가의 북2문에서 동문과 남1문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빈대떡, 전, 족발과 거대한 크기의 순대, 떡볶이, 오뎅, 김밥, 칼국수, 만두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수십 개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광장시장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마약 김밥은 평범해 보이는 김밥을 톡 쏘는 겨자 소스에 찍어 마법 같은 맛을 낸다. 여기에 녹두를 현무암 맷돌로 갈아 만드는 두툼한 빈대떡, 간장만으로 담백하게 맛을 낸 잡채, 통통한 쌀떡으로 만든 떡볶이, 그리고 눈앞에서 바로 빚어 조리해주는 칼칼한 칼국수까지 먹고 싶은 메뉴가 산처럼 쌓여 있다. 먹거리 구간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또 다른 별미인 대구 매운탕 집과 육회 골목이 이어진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구를 푸짐하게 넣어 매운 양념으로 진하게 끓여 낸 대구 매운탕 집엔 소주 애호가들이 날마다 줄을 서고, 싱싱한 육회를 비빔밥과 육사시미 등 입맛대로 골라 먹을 서 있는 육회골목 역시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 광장시장의 먹거리 장터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장소는 바로 2층과 3층에 자리하고 있는 구제품 시장이다. 옷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나만 알고 싶은 보석 같은 쇼핑 장소이기도 하다. 광장시장의 구제품 시장은 이미 30년 전부터 성행했던 상가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포 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구제옷 시장은 초보자들에겐 쇼핑 자체부터 생소할 수 있지만 한두 번 발을 들여놓고, 가게의 주인들과 친해지다 보면 옷을 찾는 방법이나 흥정 방식에서 금세 요령이 생긴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장은 고루하고, 예스러운 곳이라고 했던가. 광장시장과 친해지면 ‘패피’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Mini Interview
김사직 | 종로광장전통시장 상인총연합회 회장
“종로광장전통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90% 이상이 직물 관련 상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맞춤옷이 성행했던 전성기 시절의 관심을 되찾아오기 위해 상인들과 우리 상인회에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먹거리 시장 또한 도시가스 설치, 상하수도 시설 공사 등을 통해 상인들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위생교육과 철저한 고객 관리를 통해 국내는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우리 시장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11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장시장의 이 전통을 앞으로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