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여민락
일러스트. 서영원
여민락은 궁중음악 중 하나로 연회 때 하던 춤과 노래를 위한 무용음악이다. 조선을 세운 태조는 예악을 국시(國是)로 삼았다. 고려의 음악을 답습하긴 했으나 새 왕조의 위용을 찬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악곡이 필요했다. 이 일을 처음 담당한 사람이 개국공신 정도전이었다. 이후 세종에 이르러서는 대대적인 악곡 정리사업이 진행되었다. 궁중에서 시연된 음악과 춤곡을 ‘봉래의(鳳來儀)’라 했는데, 전인자(前引子)·여민락(與民樂)·치화평(致和平)·취풍형(醉豊亨)·후인자(後引子)가 여기 속한다. 여민락은 ‘봉래의’ 중 두 번째 음악으로 ‘용비어천가’ 중에서도 첫 번째 장, 2·3·4장, 그리고 마지막 125장을 가사로 했다. 원래는 장중한 분위기의 가사가 있는 노래였지만 지금은 가사도 없어지고 장단이나 잔가락 음역, 편성 악기도 바뀌었다. 궁중음악은 기능별로 제례악, 연례악, 군례악으로 나눌 수 있다. 제례악 중에서는 문묘제례악과 종묘제례악이 남아 있다. 군례악은 행진 음악인 대취타, 군악 등이 있다. 여민락은 연례악으로 이외에도 수제천이 아직도 전한다.
경인지역
군밤타령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연평(延平) 바다에 어허어얼싸 돈바람이 분다. 얼싸 좋네 아 좋네 군밤이요. 에헤라 생률(生栗) 밤이로구나” 군밤타령 앞부분이다. 바람이 불어서, 그저 좋다는 것이다. 2절도 가사는 단순하다. 달이 밝아서 좋다는 것이고, 3절은 눈이 와서, 4절은 개가 짖는데 눈치 없이 함부로 짖어서 좋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뒷부분에는 “나는 총각 너는 처녀, 처녀와 총각이 잘 놀아난다”고 좋다고 한다. 자연에서 사는 즐거움이 그리 특별할 것도 없고 남녀가 노니는 것이 그저 자연스러울 뿐이라는 우리네 자연관이 그대로 드러난 노래다. 군밤타령은 경기민요 가운데 가장 빠른 노래다. 이 노래의 장단을 볶는타령장단이라고 하는데 경기민요의 전반적인 분위기 그대로 경쾌하다. 요즘은 선소리(立唱)로 많이 불린다. 선소리는 말 그대로 서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다. 보통 열 명 안팎의 소리꾼이 노래를 부른다. 선소리의 총지휘자를 ‘모갑이’라 하는데 모갑이가 장구를 매고 노래를 메기면 다른 소리꾼들이 소고를 들고 한 줄로 늘어서서 춤을 추면서 뒷소리를 받아준다.
부산(경남)지역
통영개타령
한밤중 시골길을 가다가 멀리서 개 짖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면 개 짖는 소리도 어느 정도 운치가 있음을 알 수 있을 듯하다. 개는 우리 선조들이 가장 가깝게 지낸 동물이다. ‘통영개타령’은 개와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가깝게 지냈는지 알 수 있는 민요이다. “개야 개야 깜둥 개야 개야 개야 깜둥개야 가랑잎만 달싹해도 짖는 개야 청사초롱 불 밝혀라 우리 님이 오시거든 개야 개야 깜둥개야 짖지를 마라 멍멍 멍멍 짖지를 마라” 통영개타령 1절이다. 우리 임이 오시면 깜둥개야 짖지 말라며 임에 대한 사모의 정을 간접적으로 노래한다. 능청스럽기가 구렁이 담 넘어갈 듯하다. 2절에는 삽살개가 3절에는 백설개가 등장하는데 개의 색깔만으로도 사계절을 다 표현할 정도로 문학적인 완성도가 높은 가사다. 개타령은 통영개타령과 서도개타령이 있는데, 통영개타령은 통영지방 주위로 구전으로 전승되어 발달한 남도민요로 자진모리장단이다. 밝고 명랑하다. 어린이들의 동요로도 불리고 있다.
충청지역
만물소리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는 노동요가 특히 발달돼 있다. 첫 논을 맬 때와 마지막 추수를 앞두고 논을 맬 때의 노래가 다른 것도 그만큼 농경문화가 발달돼 있어 노동요도 세분화한 것이다. 모를 심은 후 가장 먼저 논을 맬 때 부르는 노래를 도사리 소리라 하는데, 만물소리는 이와 반대로 마지막으로 논을 맬 때 부르는 농업노동요이다. ‘만물’은 마지막이라는 의미이다. 만물소리는 큰 틀에서 ‘김매기 소리’ 중 하나이다. 충청남도 지역의 만물소리는 전국의 여러 ‘논매기 소리’ 중 하나로 분류될 정도로 보편성을 띠고 있는데, 서산의 만물소리가 대표적이다. 가사는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시간이므로 빨리 일을 마무리하자고 독려하며 풍년을 기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일이 고되니 서둘러 일을 마치고 싶은 농부들의 정서가 만물소리에 담겨 있다.
경북지역
쾌지나칭칭나네
‘쾌지나칭칭나네’는 ‘강강술래’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놀 때에 한 사람이 소리를 메기고 여러 사람이 받아주는 식으로 부른다. 소리의 빠르기도 강강술래를 닮았다. 처음에는 느릿느릿 춤을 추면서 천천히 부르다가 흥이 고조되면 빠른 장단으로 부르고 춤도 빨라진다. 느리게 부를 때는 굿거리장단 비슷하고 빠르게 부를 때는 자진모리장단 비슷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만큼 반주도 요란하다.
주로 꽹과리·징·장구·북 같은 풍물악기를 사용해 흥을 돋운다. 노래 가사는 고정된 것이 별로 없고 즉흥적이다. 현장성이 있어야 웃음도 줄 수 있다. ‘쾌지나칭칭’이라는 말은 임진왜란 때 ‘가등청정(加藤淸正) 나오네’하고 일본 적장이 쳐들어온다는 것을 예고하여 불렀던 것이 ‘쾌지나칭칭나네’ 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전북지역
판소리
판소리는 전라도 지역에서 많은 고수가 나왔다. 판소리 6마당을 정리한 신재효 선생도 전북 고창 출신이다. 신재효 선생은 그때까지 계통 없이 불리던 광대소리를 통합하고 체계를 갖추어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가루지기타령, 토끼타령, 적벽가 등 6마당으로 정리했다. 광대와 고수가 소리와 몸짓을 곁들여 펼치는 1인 오페라이다.
남도 특유의 향토적인 선율을 토대로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 엇모리·엇중모리 등 일곱 가지 장단이 변화무쌍하게 쓰인다. 또 아니리(白:말)와 발림(科:몸짓)으로 극적인 효과를 높인다. 서양음악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박수도 치지 않고 말을 해서도 안되지만, 판소리는 다르다. “잘한다!”, “얼씨구!” 하며 추임새를 넣어야 소리를 하는 사람도 더 신이 나서 판을 벌인다. 이는 판소리에서뿐 아니라 모든 민요에 포함된다. 가야금 산조를 듣더라도 추임새를 넣어보자. 그러면 연주자는 더욱 신이 나서 그 마당을 즐겁게 할 것이다.
전남지역
강강술래
강강술래가 진도의 노래지만, 진도는 우리나라 남도 음악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어서 강강술래 외에도 많은 노래가 지금도 전한다. 대표적인 것만 보더라도 남도들노래, 진도씻김굿, 다시래기, 진도북놀이, 진도만가, 진도아리랑, 사물놀이, 남도잡가 등 섬 하나에서 이처럼 많은 노래가 불린다는 사실을 안다면 깜짝 놀랄 일이다. 진도에서는 웬만큼 소리를 해도 소리한다는 소리를 하지 못할 정도다. 가가호호 할아버지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들이 다 소리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강술래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돼 있다. 노래이기도 하지만 마을의 처녀들과 아낙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커다란 원을 그리며 노래에 맞춰 마음껏 뛰면서 노는 민속놀이이기도 하다. 유교적 가치관이 사회 전체를 옥죄는 조선시대에 부녀자들이, 그것도 한밤중에 춤을 추며 논다는 게 놀랄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개방적이고 활달한 노래이다. 강강술래에서 ‘강강’은 원(圓)을 뜻하고 술래는 수레(車), 순유(巡遊), 순라(巡邏)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강원지역
정선아리랑
아리랑은 우리나라 전역에 있다. 한강 주변으로 뗏꾼들이 뗏목을 타고 오는 길목마다 아리랑이 만들어지곤 했다. 그뿐 아니라 진도에는 진도아리랑, 밀양에는 밀양아리랑이 있어서 대표적인 아리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 정선아리랑은 가장 슬프고 애처롭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면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고 했을까? 우리나라 민요나 소리, 산조, 기악곡이 마찬가지지만 이 노래는 방송으로 들을 것이 못된다. 노래 부르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고즈넉하게 들으면 더욱 좋다.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에서 들으면 정선 아리랑은 더욱 멋지다. 물 흐르는 소리가 아주 좋은 추임새다. 아니면 한겨울에 아랫목에서 이불을 덮고 듣는 것도 좋다. 정선아리랑은 강강술래와 달라서 조용하게 듣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오돌또기
“오돌또기 저기 춘향 나온다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까나 둥그대 당실 둥그대 당실 여도당실 연자머리로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까나”의 1절에서 보듯이 오돌또기는 육지에서 전래된 민요이지만 지금은 제주를 대표하는 노래이다. 통속민요의 하나로 특정한 장단으로 연주되지는 않는다. 장구를 수반할 경우라 하더라도 마냥 둥덩거리는 식의 장구치기만을 끊임없이 반복할 뿐이다. 1절과 달리 2절에는 제주도의 특성을 보여주는 노랫말로 이루어져 있다. “한라산 중허리에 시랑기(단풍) 든듯 만듯 서귀포 앞바다에 해녀가 든듯 만듯 둥그대 둥그대 당실 여도 당실 연자 머리로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까나”라는 노랫말에서 보이듯이 제주도와 서귀포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오돌또기 역시 노랫말이 고정돼 있지 않아서 즉흥적으로 노랫말을 붙여 시연되는 경우가 많다. 노래의 빠르기도 창자의 맘대로 가능하다. 느리게 하려면 느리게 부르면 되고, 빠르고 신나게 하려면 그렇게 부르면 된다. 노랫말뿐 아니라 노래의 빠르기도 열려 있는게 우리나라 소리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