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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제일주의
세상의 중심을 걷다!

끝까지 걸어야만 하는 경보의 모든 것

이제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에서 참가 선수 전원이 실격됐던 종목이 있다. 앞서가는 선수를 제치고 싶은 마음에 발바닥을 지면에서 떼거나 아예 뛰어버린 선수가 생겼던 ‘경보’ 종목이다. 경보는 아무리 빨리 달리고 싶어도 걸어야 하고, 두 발 중 한쪽 발은 무조건 땅을 디뎌야만 한다. 뛰고 싶은 유혹을 참고 견디는 자만이 비로소 웃을 수 있는 운동이자 이처럼 ‘자기와의 싸움’부터 이기고 봐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운동인 것이다.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행동인 ‘걷기’에서 비롯되었지만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경보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글. 전보경 + 사진. 김지수 경보심판장(대한육상연맹)

속도제일주의 세상의 중심을 걷다!
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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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에서 시작되어 스포츠로 발전한 경보 history


직립 보행 하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육상 운동


두 발을 지면에서 동시에 떨어뜨리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경보는 이것만으로도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운동이다. 경보가 운동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를 더듬어보면 이 종목의 ‘애환’이 더욱 크게 와닿기도 한다. 12~13세기경 영국 귀족들은 자신이 탄 마차를 뒤따라 걷거나 뛰면서 쫓아오는 하인들을 보며 쾌감을 느꼈고 급기야 귀족들 사이에서 누구 하인이 더 빠른지 내기를 걸곤 했다. 이것이 오늘날 경보의 효시가 되어 18세기부터 스포츠 경기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1866년에는 역사상 최초의 육상경기 대회인 제1회 영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열려 경보 7마일(약 11,200m) 경기가 등장했고, 이후 경보가 포함된 육상경기는 유럽 각국을 비롯하여 미국으로 전파되었다.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에서는 3,500m와 10마일(약 16,000m) 거리의 남자 경보 경기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이후 올림픽에서 대회별로 10km, 20km, 50km 등의 다양한 거리로 경기가 치러졌으나 현재는 20km(남녀)와 50km(남자)만 남았다.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부터 ‘특수종목 육상경기’라는 이름으로 대회가 개최되어 경보 종목이 주목받았고 한때는 직장인 경보 대회가 열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1970년 경보 대회에 참가한 선수의 사망 사고가 생긴 이후 경기 인구 감소와 규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식 대회에서 폐지되었다가 1982년 시민체육대회를 통해 10년 만에 부활하였다.경보는 20km 이상의 코스일 경우 중간에 지정된 지점에서 선수가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데 주최자가 지정한 공급소 외에서 음식물을 섭취한 경우에는 실격된다. 50km 이상 경보에는 경기 전 30일 이내에 의사가 보증한 증명서를 첨부해야 참가할 수 있고, 대회 주관사는 통상적으로 첫 번째 주자가 일몰 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경보 거리를 조정한다.





규칙을 알고 기본기를 적용한다면 체중은 down


관절에 무리 없이 장시간 걸을 수 있는 최적의 유산소운동


엉덩이가 씰룩씰룩, 빠르게 걸어가는 뒷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하는 운동 경보는 사실 매우 까다로운 운동이다. 단순히 빨리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앞선 발은 뒷발을 지면에서 떼기 전에 지면에 닿아야 한다. 쉽게 말해 한쪽 발이 땅에서 떨어지기 전에 다른 쪽 발을 내디뎌야 한다는 것. 몸을 받치는 다리는 신체를 수직으로 세운 자세에서 적어도 한순간은 곧게 펴야 한다. 경기 중에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심판으로부터 경고를 받는데 이 경고가 2회 누적되면 실격 대상이 되고 3회째에는 자동 실격 처리된다.

한쪽 발만 지면에 붙이고 걷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경기 중 보폭은 신장의 4/7~2/3까지로 제한하는데 만약 2/3 이상 될 경우에는 달리는 상태로 간주하여 주의를 받게 된다. 허벅다리를 너무 들어 올려도 안 되고 팔을 너무 심하게 흔들거나 반대로 전혀 흔들지 않을 경우에도 주의를 받는다. 상체 중심이 잡히지 않고 흔들리거나 발굽으로 착지할 때 혹은 발끝을 굽히는 각도가 적을 경우에도 어김없이 주의가 뒤따른다. 이처럼 무작정 걸으면서도 무심코 걸으면 안 되는 운동이기에 같은 속도의 달리기에 비하여 무려 1.5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다이어트 효과가 매우 크다. 경보 국가대표 김현섭 선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것저것 먹고 마시며 훈련을 하더라도 훈련이 끝나면 체중이 최소 2kg은 감소한다고 한다. 전문 선수와 일반인의 운동 강도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정확한 규칙을 익혔다는 전제하에 경보를 진행한다면 장시간 걸을 수 있어 유산소운동으로 그만이다.

규칙이 까다롭고 실격 판정을 받으면 가차 없이 트랙 밖으로 물러나야 하는 냉정한 스포츠 경보. 그러나 경보는 일반인도 쉽게 체험할 수 있다는 매력을 지니기도 했다. 기본 기술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근육 이완이다.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상체를 곧게 펴고 가능하면 근육을 긴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기술, 추진은 뒷다리로 바닥을 밀면서 허리 회전을 이용하여 다른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미는 것인데 팔을 크게 휘두르고 보폭을 크게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발의 접지 기술로 뒷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지기 전에 앞발이 지면에 붙어야 하며 양발은 일직선상에 착지하여 나가야 한다. 마지막 기술은 끌어당기기로 대퇴부 근육과 중심 이동 힘을 이용하여 몸을 앞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기본기를 습득했다면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 자세도 살펴보자. 오르막길에서는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이고 보폭을 좁게 가져가며 팔은 조금 더 굽히고 심하게 흔들지 않아 체력 낭비를 억제해야 한다. 반대로 내리막길에서는 체중이 뒤로 실리게 하고 보폭을 넓게 한다. 앞팔을 낮은 위치에서 확실하게 흔들어주고 지형상 어느 쪽이든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면 된다. 





하루 30분 이상, 주 2~3회만 해도 효과 up


은근과 끈기가 핵심 인내의 운동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분류되는 경보는 폐활량이 증가하여 몸의 밸런스 조절을 돕는다. 다이어트 효과와 더불어 체내 노폐물 축적을 막아주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경보의 큰 장점이 된다. 당뇨, 고혈압, 심장병, 골다공증 등 각종 성인병과 이에 따르는 합병증의 위험을 줄여주므로 이미 중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적극 권장되는 운동이다. 속력을 붙여 뛰지 않아도 되니 관절에 무리 없이 관절통을 완화하기도 한다. 파워워킹을 하는 동안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류머티즘 통증을 줄여주는데 이는 체내 근육의 쇠퇴를 막고 혈액순환까지 개선시킨다. 

경보를 통해 이 모든 효과를 얻기 위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꾸준함’이다. 하루 30분 이상 걸어야 몸에 변화가 일어나고 주 2~3회 이상 주기적으로 진행해야 더욱 긍정적인 변화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비인기 종목’이라는 편견에 갇혀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정 선수를 응원하며 격려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면 선수들은 힘을 얻어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고 관람자는 오랜 시간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경보를 직접 하든 관람만 하든 은근과 끈기가 경보의 핵심 기술인 셈이다.

“경보가 힘든 이유는 뛰고 싶은 걸 참기 때문이야.” 2016년에 개봉된 영화 <걷기왕>에 나오는 대사를 통해 경보가 추구하는 운동 효과를 되새겨본다. 모두가 속도에 열광할 때 인내의 가치를 말하는 경보는 그래서 더욱 빛나는 운동이다. 




김지수 심판장에게 듣는 경보 Q&A


10,000m 최고 기록을 보유했던 전 국가대표 경보 선수이자 현재는 대한육상연맹 경기위원 및 경보심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수 심판장에게 경보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01. 경보는 지루한 운동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경보의 흥미로운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모든 운동 경기는 자신의 몸에 맞지 않으면 어색함을 느끼게 되고 자연스레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서 지루함을 느끼게 되지요. 정확한 규칙을 익혀 배운다면 경보는 어떤 종목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장시간 걸을 수 있으니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이라 할 수 있고 다이어트에 적합한 운동이지요. 국제육상연맹에서는 크게 2가지 규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두 발 중 한 발은 반드시 지면에 닿아야 하고, 전진하는 발은 지면에 착지하는 순간 무릎을 곧게 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만 유념하여 참여하거나 관람한다면 지루할 틈이 없을 거예요. 워킹(걷기)과 러닝(달리기)의 차이점을 알고 운동에 임한다면 더욱 빨리 규칙을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02.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을까요? 


처음엔 경보라는 개념을 버리고 일반 걸음보다 좀 더 보폭을 크게(파워워킹) 하여 허리를 곧게 세우고 걸음으로써 몸의 밸런스를 키울 수 있습니다. 복장은 통풍이 잘되면서 땀 흡수력이 좋은 가벼운 트레이닝이면 되고 신발은 가벼운 조깅화를 추천하지만 상급자에게는 약간 굽이 있는 마라톤화를 권하기도 합니다.



03. 경보에 대해 관심을 가질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운동이라 하면 꼭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경보는 우리 일상과 늘 익숙한 운동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은 힘을 더해 집에서부터 출발하여 가까운 공원과 운동장 등으로 하루 30분씩 시작한다면 경보의 재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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