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다수 대 다수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긴밀하게 연결되는 세상을 뜻한다. 공공 부문에서 블록체인 적용 모범사례로 꼽히는 사례가 미국우정청(이하 USPS)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USPS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미래 우편 서비스를 개혁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서비스 분야 외에도 신원확인과 기기, 공급사실 관리 등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USPS는 독자적인 디지털 통화 ‘포스트코인(Postcoin)’ 개발을 통해 기존 환전과 지급결제 서비스에 적용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포스트코인을 바탕으로 미국 전자송금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USPS는 사용자 신원확인 인증서비스, 우편사물인터넷(Internet of Postal Things)서비스, 우편물 추적·통관·지불에 대한 통합정보를 블록체인과 연동해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편 트럭 운행비용 절감과 전자거래 간소화, 스마트 계약 분야에서 혁신적 플랫폼을 선보였다.
우체국, 물리적 공간을 블록체인으로 연결
1990년 후반부터 모든 국가는 인터넷 보급 확산으로 우편물량이 급감했다. 전자상거래 확산도 우체국이 수행하는 여러 사업에 영향을 끼쳤다.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금융사와 IT기업까지 각종 간편결제와 전자상거래 기반 플랫폼을 상용화하면서 우체국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업 환경 변화로 우체국이 보유한 강력한 네트워크도 이제 IT라는 강력한 소구를 만나 그 경쟁력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USPS는 기득권을 버리고 블록체인을 조직은 물론 모든 분야에 융합했다. USPS가 참여하고 있는 사업 중에는 금융서비스, 신원증명서비스, 장치관리, 공급 체인관리 등이 있다. 이 모든 분야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한 혁신적 실험을 단행했다. 공공 부문 USPS의 이 같은 혁신은 다른 국가 블록체인 사업에도 모범사례로 꼽힌다.위에서 언급했듯 USPS는 포스트코인을 국제 전자 송금 등 금융서비스에 접목했다. 중개자가 필요 없는 블록체인 기술에 USPS의 높은 기관 신뢰도를 융합하여 송금을 비롯한 여러 금융 서비스의 선진화를 꾀하고 있다.
포스트코인은 두 가지 용도로 쓰인다. USPS는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코인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해당 코인에 정보 계층을 추가시켜 고유의 특수자산(포스트코인)으로 활용한다. 사용자는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포스트코인을 교환할 수 있고, 시스템 유지관리나 별도 지불에 필요한 보안 투자가 필요 없다. 또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 기능을 관리하는 데 쓰인다. 이 경우 속도와 저렴한 비용, 통제 용이성 때문에 접근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얻는다.전문가들은 포스트코인을 향후 강력한 우편송금 지불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우편사업자들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묶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우편사업자 간 상호운영성이 확보되면 만국우편연합(UPU)은 기준과 규칙을 제정하고 포스트코인을 이용한 통합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포스트코인이 거래되면 세계 모든 사람이 전자 송금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현금서비스까지 확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 우편 인프라를 혁신하다
공공 부문에 블록체인의 활용가치는 폭넓다. 전문가들은 모든 공공 서비스를 못으로 비유한다. 망치(블록체인) 하나만 있으면, 각 영역별 못을 박아 완제품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우편인프라 혁신이다. 전통적 우편인프라를 응용 사물 인터넷 기반 우편사물인터넷(IoPT)으로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IoPT는 저비용 센서를 통해 우편 인프라를 계측해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기능을 내장해 인터넷에 연결한다. 이를 우편 사업에 투영하면 재래식 우편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새로운 고객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편배달 차량과 우편 분류 장비가 블록체인 기술과 융합돼 스스로 추적, 모니터링, 유지 관리가 가능해진다. 또 차량 부품 관리와 보증 기간 확인, 교체 부품 계약 체결, 서비스 요금 지불 등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네트워크로 통합 관리된다. USPS가 추진 중인 여러 프로젝트에는 관리 자동화 분야도 포함돼 있다.
IoPT가 확장되면 많은 수의 장치나 네트워크가 통합 관리되어 중앙집중형 리스크도 사라진다. 한발 더 나아가 신원증명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USPS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이용하는 가상 ID와 실제 신원 식별정보를 연동한다. 이를 통해 보안 처리된 웹사이트에 로그인해 서류 공증과 스마트 계약에 참여할 수 있다.
배송 프로세스를 혁신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우편 사업 중 공급 체인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파이프라인으로 활용 가능하다. 소포와 우편물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급 체인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우편 발송인과 수취인을 비롯한 다른 우편업체, 관세청, 화물 운송 파트너 등 USPS 사업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을 관리하고 국제 우편 서비스 속도 향상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각 우편물에 센서를 내장해 추적 이력을 관리하고 지불 및 통관 분야에도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여 스마트 계약 플랫폼으로 모든 체계를 바꾸면 된다. 화물과 추적 정보 추가는 통관을 보다 촉진해 배송주기도 줄여준다. 또 지불 프로세스를 배송 프로세스에 통합시켜 포스트코인으로 지불하면 온라인 업체의 비용 절감에도 유용하다.
블록체인은 상거래 부문 금융, 물류, 배송을 초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USPS가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통합 기술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편환 분야는 물론 국제 송금, 신원증명, 장치 관리, 전자상거래 공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블록체인 하나로 묶는 혁신 프로젝트다. USPS의 이 같은 혁신 실험은 세계 공공서비스 부문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블록체인, 공공 부문으로 확대
영국 정부는 일반 행정 업무는 물론, 각종 공공서비스 분야에 블록체인 적용을 추진 중이다. 공과금과 과징금 징수, 납세, 시민행정, 여권발급, 토지 등기 내역 등 일선 공공업무와 기록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또 진료기록 등 의료서비스 내용 통합 관리에도 나설 예정이다.
온두라스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공기록 관리 체계 도입을 모색한다. 약 800만 명이 거주하는 섬나라 온두라스는 2016년에 발표된 세계 투명성 지수 부패부문 104위를 기록했다. 토지대장 관리가 허술한 온두라스에서는 군벌, 토호세력, 심지어 관료까지 토지 대장을 조작해 일반 농민 토지를 빼앗거나 정부 자료를 해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 대안으로 온두라스 정부는 시스템 해킹이 어려운 블록체인 적용을 추진 중이다. 국가 토지대장 관리를 기존의 단순 전산 데이터베이스 방식에서 블록체인 적용 방식으로 전환해 안전한 주택담보대출, 계약, 광물권리에 적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관련 시스템 개발은 미국 블록체인 개발사 팩텀(Factom)이 맡았다. 에스토니아도 수년 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공공서비스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가드타임(Guardtime)이라는 기업이 고안한 ‘키 없는 전자서명 인프라스트럭쳐(KSI)’를 자국 서비스에 전면 적용했다. KSI를 통해 에스토니아 국민은 정부가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 개인 정보가 잘못 기재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정보접근이 가능한 내부 관리자가 불법으로 정부 네트워크에 침입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준다. 시민들은 전자상거래 등록, 전자세금계산서와 같은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이제 블록체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한국도 한국전력 등 여러 분야 공공기관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여러 사업을 검토 중이다. 한국 정부는 기업 간 자율적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고 공공 부문 지원과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규제에 따른 기업의 불확실성이 최소화되도록 제도 정비를 해야 한다. 단순한 규제 완화는 해결책이 아니다. 명확한 법적 해석과 구체적인 제도 마련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