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항은 동해안의 포구 중에서 가장 포구다운 맛을 간직한 곳이다. 그리 크지 않은 항구에는 고만고만한 고깃배들이 물살에 출렁거린다. 특히 강구항의 새벽 풍경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희부윰한 여명을 뚫고 하나 둘 들어오는 고깃배들이 활력을 전해준다.
오전 5시. 서로 마주보게 양쪽으로 방파제를 쌓아놓은 내항에 정치망 · 통발 · 채낚기어선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수협 직원, 중매인,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어시장에 등장한다. 이들은 배들이 들어올 때마다 옮겨다니며 흥정을 시작한다.
강구항의 명물은 뭐니뭐니해도 대게
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많이 잡히는데, 몸통이 원형에 가까울수록 맛이 좋다고 한다. 또한 근해에서 잡은 것일수록 크고 염도가 낮아 담백한 맛을 낸다. 작은 것은 30cm에서 큰 것은 70cm에 이르며 클수록 비싸고 맛도 좋다. 요즘 영덕 대게를 못잡는 기간(4월~12월초)이라 이래 저래 포구의 활기는 죽어가고 있다. 그래도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과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어촌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요즘 강구 사람들의 희망은 고기잡이 전문항구에서 먹거리 · 볼거리가 풍부한 해상관광지로 변신을 해보자는 것. 40여 점포가 입주한 풍물거리는 값싸고 신선한 해산물을 요리할 먹거리 장터다. 이곳에서는 대게찜을 비롯해 게탕 · 오징어회 · 모듬회 · 매운탕 등 영덕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다양한 요리를 해준다. 홍게로 끓여주는 게탕은 한 냄비에 5만원, 매운탕 2만원, 오징어회 3만원 선이다.
홍게와 대게는 비슷하게 생겨 일반인들이 구별해 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맛이나 가격 면에서 홍게보다는 대게가 월등하다. 홍게는 한 마리에 싼 것이 1천원밖에 하지 않는데 비해 대게는 5만원이 보통이고 최상품은 10만원을 호가한다.
대게는 수심이 150미터쯤 되는 얕은 곳에 자라 새벽에 그물로 잡지만, 홍게는 수심이 500미터 이상인 진흙 속에서만 산다. 그래서 대게를 삶으면 구수하고 향긋하지만 홍게는 진흙 냄새가 난다. 부둣가에 밤새 잡아온 고기를 풀어놓으면 어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진다. 강구어시장의 얼굴인 영덕 대게의 대는 ‘크다(大)'는 뜻이 아니라 '발이 대나무처럼 이어졌다'고 해서 대나무(竹)란 의미이다. 영덕 대게는 엷은 분홍색으로 붉은 홍게와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색깔, 모습이 비슷한 다른 지역 대게와 비교하려면 맛을 봐야 한다. 대게는 겨울이 제철이지만 가을에도 미리 찜을 쪄서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 먹곤 한다. 가격은 가을이 더 비싸다.
1930년대만 해도 영덕 대게는 무진장 많이 잡혔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와서 난류와 한류의 변화로 영덕 대게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영덕 대게는 주로 영해의 대진 앞바다에서 감포 앞바다에 걸쳐 서식한다. 이곳이 동해의 난류와 한류가 만나 대게가 살기 알맞은 수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암게와 수게는 매년 3~4월에 교미하여 그 다음해 봄에 7만~15만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이 알은 1년이 지나야 게로 부화된다. 영덕 대게의 어획기간은 12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로 법률로 정해져 있다. 또한 몸 너비가 12cm 이하의 새끼 대게는 잡을 수 없도록 정해놓았다.
바다의 낭만과 포구의 서정이 녹아 있는 곳
강구항은 대게가 아니더라도 바다의 낭만과 포구의 서정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따금씩 영화나 TV 드라마의 촬영지로 각광받는 곳인데,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이곳이 주무대로 등장 하기도 하였다.
강구항에서 축산항 · 대진포구를 거쳐 영해로 이어지는 918번 지방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코스의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이 918번 지방도로가 7번 국도와 만나는 축산에서 국도를 따라 다시 남쪽의 영덕읍으로 내려가다 보면 이곳의 특산물인 오징어 말리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한편, 강구항을 끼고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삼사해상공원이 나온다. 일출맞이 장소로 그만인 곳이다. 국내 최대종인 경북대종(무게 28t, 지름 260cm, 높이 418cm)도 볼거리. 숲에서는 각종 생물들의 합창소리가 정겹다. 이 대종의 형태는 신라 성덕여왕 신종을 본떠서 만들었다. 대금을 부는 비천상, 사과를 든 천인상 등이 새겨져 있어 매우 아름답다. 국내 최대 화석박물관인 경보화석 박물관도 가볼 만한 곳이다. 화석수집가인 강해중 씨가 20여년 동안 수집한 화석을 모아 1996년에 세웠다. 제1전시장에는 세계 20여개국에서 모은 1,500여점의 화석들이 시대 · 지역 · 분류별 특징에 따라 전시돼 있다. 12개의 공룡알 무더기 화석, 희귀한 꽃봉오리 화석, 뼈 마디마디까지 생생하게 보이는 물고기 화석 등이 전시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제2전시장에는 식물화석 테마관으로 규화목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화석 130여점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에서는 하루 3회 화석을 주제로 한 50분짜리 영화를 상영한다.
강구에서 포항 쪽으로 가다가 만나게 되는 남호해수욕장과 장사해수욕장은 바닷가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여기에다 가자미 · 우럭 · 광어 등이 잘 잡혀 바다낚시터로도 인기가 있다.
강구항에서 해안가에 접한 918번 지방도를 타고 북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금진해변이다. 명태를 비롯해 과메기 · 오징어 말리는 장면을 쉼없이 만 나게 된다. 바닷가 도로가 모두 어물 말리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는 길
서울에서 강구까지 가는 버스는 드물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강구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하루 한 차례.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구로 가는 직행버스는 수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