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앞바다에 복주머니처럼 생긴 섬 하나가 있다. 다도해에 속해 있으면서 동쪽 바다가 활짝 열려 사철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볼 수 있는 돌산 섬을 일컬음이다. 이 섬은 순천만과 여수만으로 갈라지는 기점이기도 한데, 섬을 감싸 두른 금오산은 그 모양이 거북의 등을 연상케 한다.
아무려나, 이 돌산 섬에는 독특한 별미가 있다. 바로 돌산 갓김치다. 돌산갓은 다른 지역의 것보다 줄기와 잎이 크고 연한게 특징이다. 갓은 보통 검붉은 보라색을 띠고 털이 많은데, 돌산갓은 털이 전혀 없고 색깔도 배추와 같은 녹색이다. 봄에 노란 갓꽃이 지천으로 피는데, 이곳 사람들은 금오산에서 불어 내려온 청랭한 바람에 갓꽃 무더기가 흔들거리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말한다.
입안을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돌산 갓김치
임금님께 진상했다던 돌산 갓김치는 임포항 주변 횟집이나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데, 모두 손수 담근 갓김치들이라 집집마다 그 맛이 다르다. 소금에 절여 싱싱함을 잃지 않은 갓줄기에다 빨간 양념을 입힌 갓 김치는 입안을 톡 쏘는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갓은 전라도 어느 지역에서나 재배되는 농산물이지만 돌산에서 나는 갓을 으뜸으로 쳐준다. 다른 지역의 갓은 김치를 담근 후 매운 맛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없으나 돌산 갓 김치는 바로 먹어도 매운 맛이 거의 없고 향긋한 냄새를 풍겨 입맛을 돋우어 준다.
또한 돌산갓은 섬유 성분이 적어 조직이 부드러우며 단백질 함량이 다른 채소류에 비해 높은 편이고 특히 우리의 주식인 곡류에 부족되기 쉬운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무공해 알칼리성 식품이다. 비타민 B1과 B2는 발효 과정에서 약 2배로 증가되며 미생물이 생산하는 여러 가지 소화 효소가 많아 소화를 돕는 작용도 있다.
부재료로 첨가된 고춧가루와 파는 비타민 A와 C를 많이 함유하고 있고, 마늘은 살균력이 강한 자극성 물질이 들어 있어 갓김치의 숙성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새우젓이나 멸치젓은 채소류에 부족한 단백질, 아미노산 및 지방질의 공급원이 되며 젖산 발효로 신맛과 PH를 산성으로 하기 때문에 부패균의 번식을 막고 발암성 물질의 발생을 억제한다. 또한 성인병 예방과 허약 체질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갓김치는 발효에 의해 생긴 젖산과 칼슘이 결합해 젖산칼슘이 되어 몸 안으로 흡수가 잘되는 특징이 있다. 갓 자체의 효소 작용에 의해 생성된 항균성 물질이 갓김치의 발효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저장해도 쉽게 시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갓은 세계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나 원산지는 중국으로, 용도에 따라 향신료와 채소용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서는 채소용이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종자에서 추출 하는 품종과 김치 재료용 품종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돌산갓은 여천시 관내에서만 재배 농가가 700호에 이르고 돌산 갓김치가 널리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해돋이가 장관인 돌산 향일암
돌산 갓김치 만드는 과정을 보면, 선별-다듬기-절임-탈염 및 세척-탈수-양념혼합-버무리기-숙성-포장 순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갓의 떡잎이나 병든 잎을 제거하고 흙과 같은 이물질이 달라붙지 않도록 잘 다듬어 소금(천일염)에 1~2시간 절인 다음 물기를 뺀다. 갓김치를 담글 때 필요한 여러 가지 부재료, 즉 고춧가루, 멸치젓(새우젓), 마늘, 생강 등을 잘 갈아 찹쌀 풀을 넣은 후 물기를 뺀 갓과 파를 넣고 잘 버무린 다음 그릇에 담아 저온에서 숙성시킨다. 숙성 온도가 낮을수록 김치 맛이 좋은데, 이는 김치 발효 중에 생성된 휘발성 유기산들이 낮은 온도에서 김치액즙 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들 갓김치에 들어가는 부재료의 첨가량에 따라 갓 김치의 맛과 발효 숙성 기간도 달라지기 때문에 부재료의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갓은 김치 외에도 돌산갓 물김치, 돌산갓 된장국, 돌산갓 나물, 돌산갓 김치전 등으로 개발 보급되고, 있다. 여천시 관내에는 6개의 돌산 갓김치 가공공장이 가동 중이며 일본·미국·동남아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여수를 찾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곳이 있는데, 바로 향일암이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을 갖고 있는 향일암은 금오산의 중턱에 매달리듯 들어앉아 있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가 장관인데, 평일은 다소 한산 하지만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금오산 밑에 아늑하게 누워 있는 임포항은 포구다운 멋이 진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선창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과 양식장 부이들이 하얗게 떠 있는 모습은 어촌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봄이 오자 이곳 사람들은 부쩍 바빠졌다. 임포항에서 돌산대교 쪽으로 오다 보면 무슬목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자갈이 파도에 쓸려 우르르 쏟아 내는 해조음을 들으며 해안을 따라 걷는 기분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무슬목 입구에는 승전을 기념하는 이충무공 전적비가 있으며 가파른 대미산 정상에는 충무공이 쌓았다는 달암성이 남아 있다.
가는 길
갓김치의 본고장인 돌산도까지는 여수 시내버스정류장에서 111번 시내버스가 자주 다니며, 직행버스는 여수 공용터미널에서 임포항(향일암)까지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돌산대교를 건너 30 분쯤 달리면 방죽포에 이르고 여기서 돌산도의 끝을 향해 조금 가면 율림리 임포에 닿는다. 방죽포에서 임포에 이르는 길은 잔잔한 남해바다와 야트막한 산이 어우러져 비경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