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비서 셀마
21세기 본격 정보화시대가 시작되는 2000년 1월 서울 역삼동의 한 인텔리전트빌딩 사무실. 개인 오퍼상을 운영하는 H씨는 매일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면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를 보고 “안녕 셀마”라고 말하는 것이 첫 일과다. 그러면 H씨의 음성을 알아듣고 작동된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는 3차원 입체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관능적인 전자비서 셀마가 방긋 웃으면서 나타나 반갑게 H씨를 맞는다. H씨는 밤새 중국 연변과 아프리카 케냐에서 세계 최대 통신망인 인터네트를 타고 전자우편으로 들어온 주문을 점검하고 재고 파악, 무역서류 처리 등을 컴퓨터를 이용해 혼자서 해결한다. 그러나 日씨는 키보드나 마우스에는 손길 한번 주지 않고 마이크를 통해 음성으로 지시하는 것이 전부다. 전자비서 셀마가 H 씨의 음성지시를 알아듣고 산더미 같은 업무를 알아서 척척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음성인식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의 목소리 하나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게 될 21세기 정보 화시대의 사무 환경을 가상해본 것이다. 인공지능 등 컴퓨터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음성 인식 컴퓨터 등 공상속에서나 가능했던 이같은 ‘휴먼컴퓨터’가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휴먼컴퓨터는 키보드나 마우스로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하는 기존의 ‘기계 중심’의 컴퓨터와 달리 음성 · 문자 등 사람의 일상 의사 표시나 뇌파등 신체에서 발산되는 전기적 신호로도 조작이 가능한 ‘인간 중심’의 컴퓨터이다. 사용자는 전문적 컴퓨터 사용법을 숙지하지 않아도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어 컴퓨터 사용환경의 혁신적인 변화가 도래하게 된다. 특히 장애자나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컴맹’들이 지금처럼 키보드 등 복잡한 컴퓨터 조작장치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누구나 숙달된 컴퓨터 사용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픽사용자환경(구이 · GUI)
휴먼컴퓨터를 살펴보기 앞서 현재 사용되는 컴퓨터 사용방식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컴퓨터 사용방식 중 인간이 가장 쓰기 편리하도록 고안된 것은 마우스로 그림메뉴를 눌러 컴퓨터를 조작하는 그래픽 사용자환경 (GUI ; Graphic User Interface)이다. 이 방식은 도스 상태에서 사용자가 파일을 삭제할 경우 ' ‘del’과 같이 복잡한 문자명령어를 사용할 필요없이 지우려는 파일을 휴지통처럼 생긴 그림메뉴(아이콘)에 집어넣도록 돼있다. 즉, 컴퓨터 사용법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일반상식으로도 기능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문 약자의 머리글자를 따 ‘구이’라 불리는 이 사용환경은 지난 1984년 美 애플社가 매킨토시컴퓨터를 처음 개발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美 마이크로소프트社도 지난 1990년 도스에 이어 차세대 운용체제로 선보인 윈도즈에 이 개념을 이용하면서 급속히 확산, 현재 가장 각광받는 컴퓨터 사용법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 개념도 그림메뉴에 대한 이해, 마우스 작동법 등 어느 정도 기계 중심의 작동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음성 등 인간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정보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문자인식컴퓨터
이에 따라 세계 유명 컴퓨터회사나 연구소들은 컴퓨터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들도 마치 TV를 사용하는 것처럼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 휴먼컴퓨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중 가장 빠른 개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문자인식컴퓨터이다.
이 컴퓨터는 감응장치가 장착된 전자펜으로 메모를 하듯 명령을 내리면 이 문자정보를 컴퓨터의 디지털정보로 변환 · 해석해 적절한 컴퓨터 기능을 수행한다. 가령 철수에게 팩스를 보내려 할 때 사용자는 단지 ‘팩스 철수’라고 전자펜으로 쓰면 컴퓨터는 철수의 정보파일을 뒤져 팩스번호를 알아내 자동으로 팩스를 보낸다. 이같은 문자 인식기술은 키보드나 마우스를 장착할 만한 공간이 없는 개인정보단말기(PDA ; Personal Digital Assistant) 등 초소형 컴퓨터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개인정보단말기는 손바닥만한 휴대형 컴퓨터에 무선데이타통신 기능을 추가해 걸어가면서도 팩스나 전자메일 등을 보낼 수 있는 차세대 정보화기기이다. 이같은 개인정보단말기에는 美 애플社의「뉴톤」, IBM社의「사이몬」 모토로라社의「엔보이」등이 있다. 특히 美 제너럴 매직社의 차세대 운용체제인「매직캡」을 탑재한 모토로라社의「엔보이」는 펜인식 기능 외에 사용자가 전자펜으로 명령을 내리면 그 명령에 관련된 여러가지 작동을 알아서 처리하는 대리인(에이전트)의 개념을 선보여 문자인식컴퓨터의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 문자인식컴퓨터는 책 · 문서 등 인쇄문자를 키보드로 하나하나 타이핑할 필요없이 스캐너라는 이미지 입력장치를 통해 사진 찍듯이 읽어들이는 ‘스캐너인식시스템’에도 이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많은 인원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문서입력 작업을 스캐너로 읽어들여 편집과 수정이 가능한 컴퓨터정보로 바꾸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언론 · 출판사 등 방대한 정보를 데이타베이스로 구축하려는 곳에 효용성이 크다. 이미 이 시스템은 우체국에서 우편번호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시스템 등에 이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삼성 전자가 스캐너로 책의 내용을 입력해 이를 시각 장애인들에게 음성으로 읽어주는 독서용 컴퓨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음성인식컴퓨터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음성인식컴퓨터의 개발도 추진중이다. 이 컴퓨터는 “전화해” “워드프로 세서를 작동시켜” 등과 같이 컴퓨터의 조작을 목소리로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가령 비행기표를 원하는 시간에 예약토록 컴퓨터에게 음성으로 명령하면 이 컴퓨터는 항공기회사의 예약처리시스 템에 자동으로 접속,정해진 날자에 예약을 하고 그 결과를 컴퓨터합성음으로 보고한다.
이같은 음성인식컴퓨터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사람의 음성을 컴퓨터의 디지털정보로 고치는 ‘음성 패턴인식’과 입력된 음성의 의미를 해석해 내는 ‘자연언어 처리’ 부분이다. 이같은 난제는 최근 초보적이기는 하지만 음성패턴인식이 가능한 첨단 사운드카드기' 등장하고 인간의 생각을 컴퓨터로 표현하려는 인공지능 분야의 활발한 연구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음성패턴인식은 컴퓨터에서 C음성 · 음향 처리를 담당하는 사운드카드의 기능을 이용한다. 우선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컴퓨터 명령어를 본인의 음성을 통해 마이크로컴퓨터에 입력하면 사운드카드와 이를 동작시 키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음파를 분석, 특정한 명령어와 연결을 시켜 PC내 데이타베이스에 저장해 둔다. 그후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면 컴퓨터는 이 목소리의 음파를 데이타베이스와 비교해 특정 명령을 수행 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원리를 이용해 일반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이미 상용화돼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 사운드카드업체인 美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社는 사운드카드의 음성처리 기능을 이용해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하는「보이스 어시스트」라는 제품을 개발했고, 美 마이크로소프트社도 「보이스 파이롯J을 선보였다. 또 국내서도 한 중견 컴퓨터주변기기 개발업체가「보이스 액세스」라는 자체 개발 제품을 선보이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품은 아직까지 100〜1,000단어 정도의 음성만을 처리할 수 있는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뇌파컴퓨터
허황된 발상처럼 들리지만 뇌파 등 인체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감지, 사람의 생각까지 감지하는 컴퓨터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美 보스턴大 전산 · 심리학과 공동연구팀은 눈 주위에 전극봉을 부착, 안면 근육이 수축할 때 발산하는 미세한 전기신호를 감지해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시각제어 컴퓨터시스템’을 개발했다. 美 과학잡지「디스커버J誌가 지난해 선정한 기술 혁신상을 받은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모니터 하단에 나타난 영문 철자를 1〜3초간 응시하면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전기신호를 감지해 영문 철자가 자동으로 선택되도록 돼있다. 사용자는 이같은 과정을 반복해 단어와 문장을 만들어 컴퓨터를 작동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팔다리를 사용할 수 없거나 손과 음성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컴퓨터를 다뤄야 하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美 캘리포니아의 바이오컨트롤 시스템즈社는 인체에 흐르는 전기신호의 대표적 형태인 뇌파를 감지하는 뇌파인식컴퓨터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신체의 전기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하는 형태로 바꿔주는 신호변환기, 뇌파를 포착 · 증폭 하는 머리띠 등 첨단 장비를 통해 인간의 생각을 감지한다.
뇌파컴퓨터의 개발에는 컴퓨터기술외에 뇌파 감지를 위한 첨단 센서 등 첨단 과학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특히 뇌파 분석에 관한 연구 결과 들이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보통 사람의 두뇌 표피에 전극을 붙이고 이를 분석하면 미세한 전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데 이를 뇌파라 한다. 뇌파컴퓨터는 인간의 의식 상태에 따라 특유의 패턴을 보이는 이같은 뇌파를 이용해 작동된다. 사람이 반쯤 잠들어 있을 때는 10 HZ 파장의 알 파파, 깨어 있을 때는 15〜30 HZ의 베타파, 깊은 수면 중에는 0.5〜3 HZ의 델타파가 발생한다. 뇌파컴퓨터는 각각의 사물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뇌파를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생각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현재 뇌파컴퓨터는 전등을 켜고 끄는 것처럼 아주 단순한 상황을 감지하는 정도 이지만 뇌파감지, 증폭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 입어 개발에 활기를 띠고 있다.
기컴퓨터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산하 시스템 공학연구소(SERI)의 金東銘 박사팀이 인간의 여섯번째 감각인 氣(기 )로 컴퓨터를 작동하는 ‘기컴퓨터’의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 영화「구미호」의 컴퓨터 그래픽을 맡아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던 金박사팀은 '0과 1' 조합으로 작동되는 기존 서구식 컴퓨터 개념에서 벗어나 동양적 사고를 바탕으로 기컴퓨터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金박사팀은 아직까지 기의 실체가 분명히 규명돼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우선 뇌파인식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생각을 감지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뇌파인식컴퓨터가 세상의 모든 물체에 대해 수많은 뇌파 형태를 분석 · 정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양적 분석틀을 사용하고 있다. 즉, 기컴퓨터는 뇌파의 유형을 주역의 원리를 이용해 ‘음양과 8궤’의 조합으로 표준화려는 것이다.
기컴퓨터가 개발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말도 못하고 글도 쓸 수 없는 장애자가 컴퓨터로 컬러 컴퓨터그래픽을 그릴 경우 색상 · 모양 등을 머리속으로 생각하면 원하는 형태가 모니터상에 자동으로 나타난다. 이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TV 등 가전제품의 작동, 산업 현장의 기기제어 등에 응용될 수 있다.
기컴퓨터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도 많다. 우선 기를 감지하는 첨단 센서가 개발돼야 하고 감지된 미세한 신호를 증폭시켜 컴퓨터신호로 바꿔주는 신호변환 · 증폭장치도 필요하다. 또 이를 처리하기 위한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개발도 핵심과제 중 하나다. 뇌파 감지 · 증폭에 관한 연구는 이미 미국 등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와 있고 차세대 중앙처리장치도 신경망칩을 활용한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2030년경에는 실용될 것으로 金박사는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