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겐 밤이 익숙하다
요즘은 8시부터 업무가 시작되는 회사도 많다. 7시부터 출근이 시작돼 50분까지 대부분 출근이 끝난다. 그리고 8시에 하루의 업무가 시작된다. 그렇다고 보면 대부분의 사원들은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하는가? 그리고 퇴근시간은 또 어떠한가? '삼팔육'과 '사오정' 등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불안하리만큼 분위기가 험악한데, 일찍 '땡' 하면서 퇴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즘 샐러리맨들은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잡고 늦은 저녁에 퇴근하는 경우도 많다. 집에 도착해 밥 먹고 차 한잔할 때쯤이면 이미 10시가 다 되어 가는 상황에서 아침형 인간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은 임원들이나 맞는 사이클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견을 가진 많은 사람이 옹호하는 '인간'이 바로 '저녁형 인간'이다. 저녁형 인간은 밤에 왕성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올빼미형'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저녁형 가운데는 예술가, 작가, IT업계 종사자, 광고대행사 직원 등 창조적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 아침형 인간만이 성공의 보증수표인 양 떠들어대는 사회 현상도 저녁형 인간에게는 시시한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벤처회사에 다니는 김은식(35세)씨는 저녁형으로도 충분히 성공인생을 구가 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녁형 인간보다 더 빨리 주목을 받았던 아침형 인간에 대해서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일이 맞는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고 간단히 대답한다.
그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일단 오전 10시쯤 자리에서 일어난다. 회사 출근시간은 11시쯤.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전 약속은 하지 않는다. 약속은 대부분 오후나 저녁에 잡는다. 저녁 약속이 끝나면 남들처럼 집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다. 다시 회사로 들어와 다음날 오전 1~2시쯤까지 근무한다. 연구원도 아닌데 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는 것은 조용한 밤 시간에 업무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늦은 밤에 일을 하고 문서를 읽는데, 집중이 잘 되고 마음도 편하다'며 심야 근무 예찬론을 편다. 그러다가 가끔 날을 새기도 해 그런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은데,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투잡스 시대가 저녁형 인간을 낳는다
저녁형 인간들은 효율적인 시간 관리와 노력 여하에 따라 아침형을 능가하는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침형 인간'에 대적할 만한 책으로 <퇴근 후 3시간>이라는 책이 나와 있을 정도다. 요즈음 각종 자격증 시험장에 직장인들이 넘쳐난다. 대학의 직장인을 위한 각종 교육과정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바야흐로 '샐러던트'의 시대다. '샐러던트'(Saladent)는 직장인을 뜻하는 'Salaryman'과 학생을 뜻하는 'Student'의 합성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장인의 신세를 비유한 말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은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아침형 인간'(14.7%)보다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하는 저녁형 인간' (76.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조사가 있다. 또 하루 업무가 끝난 뒤 대학원을 다니는, 말 그대로 '학생'인 직장인도 많다. 학원이 아닌 학교를 다녀야 하는 직장인들은 그대로 저녁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1주일에 2번씩 강의를 듣는 대학원생일지라도 시험에 리포트까지 쓰려면 새벽까지 공부해야 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저녁형 인간으로 라이프스타일이 정해지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9세)씨는 얼마 전 부인의 동의를 얻어 동네에 조그만 PC 방을 차렸다. 오후 7시면 퇴근을 해 곧바로 PC방으로 향한다는 곽씨는 저녁도 스스로 해결한다. 매달 받는 월급으로는 30평형 짜리 아파트 한 채는 고사하고 커 가는 자녀들 뒷바라지도 힘겹다는 정씨는 또 다른 직업(부업)을 가진 이유에 대해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애들 학원비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생직장이 보장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살 수만도 없는 이 시대 직장인들의 현실이 정씨처럼 이 렇게 두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투잡스'(Two Jobs)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 연구소에 따르면, 직장인 59%가 '직업을 하나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투잡스를 원하는 이유는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가 가장 많았으며, 취미나 특기를 살리기 위해, 혹은 사회적 욕구나 경제적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보니 투잡스족들은 대부분 저녁형 인간들이다. 공부나 일은 사람을 상대로 하지 않고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돈을 버는 일은 사람이 많이 깨어 있는 시간에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녁에 퇴근해서 자기 점포에서 일한다든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집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저녁형 인간이 많은 것이 현실적인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체력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체력 관리를 기본으로 원하는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인맥 관리 및 홍보 대책, 정보 공유, 가족 동의 등 여러 가지 면면을 생각해 신중하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사람의 몸은 방치해 두면 이성보다는 감성에, 일보다는 쾌락에 끌린다. 그래서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사람은 저녁형으로 기울게 된다. '사회적 여건상 아침형으로 살아야 할 사람이 나태함의 결과로 자꾸 저녁형으로 된다면 이는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전문가들은 자신의 몸이 저녁형으로 굳어져 있고 업무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아침형으로 바꾸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