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산포 해수욕장 갯벌체험
땅이면서 바다요, 땅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다. 땅과 바다가 만나는 그 곳에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습지를 사 람들은 갯벌이라고 부른다. 갯벌. 아무 바닷가에나 갯벌이 있는 건 아니다. 축복받은 땅에만 갯벌이 있다. 큰 축복이건만 사람들은 오랜 세월 그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축복받은 땅에도 항상 갯벌이 있는 건 아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갯벌이 드러난다. 그래서 갯벌의 존재가 더 반갑고 의미가 있다.
해무가 짙게 드리운 몽산포갯벌
해무가 짙게 깔린 충남 태안의 몽산포 해수욕장. 썰물로 인해 갯벌의 끝이 어디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그 곳에 아득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을 사람으로 추정되는 머리에 수건을 두른 아낙이 갯벌에서 뭔가를 찾고 있고, 도시에서 온 듯한 여행객들은 이를 구경하기 위해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다. 아낙은 맛조개를 잡고 있는 중이었다. 요즘은 쇠꼬챙이를 이용해 쉽게 맛조개를 잡는데, 아낙은 맛소금을 이용해 잡고 있다. 호미로 갯벌을 적당히 긁어내어 맛 구멍을 찾아낸 후 소금을 뿌려 놓으면 신기하게도 맛조개가 쏘옥 올라온다. 몇몇 젊은 사람들은 이를 구경하다가 못 참겠다는 듯 슈퍼로 달려간다. 소금을 사서 직접 맛조개를 잡아볼 욕심인 것이다.
물 빠진 몽산포 해수욕장에 맛조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래 속 영양분을 섭취하고 나머지 모래알은 구슬처럼 말아서 쌓아놓는 엽낭게, 얼큰한 조개탕의 재료로 인기 만점인 동죽, 골뱅이로 통하는 큰구슬우렁이, 서해바다에만 산다는 서해비단고둥, 외계 생명체 같이 생긴 개맛, 촉수에 독을 품고 있는 해변말미잘, 갯벌의 청소부 갯지렁이, 쏙붙이, 불가사리… 어찌 저리도 개성 다른 생명체들이 서로 어울렁 더울렁 어울려 잘 사는지 기특하기만 하다.
특히 몽산포 해수욕장에는 집갯지렁이의 일종인 밀집벌레가 많이 산다. 갯지렁이의 일부는 갯벌에 수직으로 집을 지어 놓고 살기도 하는데, 이런 종류들을 바로 집갯지렁이라고 한다. 몸의 분비물과 갯벌의 미세입자를 시멘트처럼 잘 발라서 집을 짓는데, 종류에 따라서는 작은 조개껍데기나 부유물을 붙여서 한껏 멋을 부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집주인을 만나 보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사진 위부터
· 마을 아낙의 맛조개 잡는 솜씨에 매료된 서울 관광객
· 채집통을 들고 갯벌 생물체들을 관찰하고 있는 어린이들
· 갯벌체험 나온 가족들-조개잡는 재미에 해지는 줄 모른다.
사진 위부터
· 개맛-먹지 못한다.
· 소금 뿌려서 잡는 맛조개
· 서해에만 산다는 서해비단고둥-옛날 어린이들의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 캐어놓은 동죽이 사람이 한눈파는 사이 도망가고 있다
· 빈 고둥껍데기를 집으로 삼은 집게
· 촉수에 독을 지닌 해변말미잘
· 모래구슬을만드는 예술가 엽낭게
조개 잡고 염전 구경하고
사람들은 흔히 갯벌하면 진흙갯벌을 떠올리는데 진흙갯벌만이 갯벌의 전부는 아니다. 모래갯벌도 갯벌이고 단단한 자갈들과 갯바위로 이루어진 암반갯벌도 갯벌의 한 종류이다. 몽산포 해수욕장이나 인근 청포대 해수욕장 등 태안반도 해안국립공원 일대의 해수욕장들은 대부분 규사질의 단단한 모래갯벌이다. 모래갯벌의 특징은 발이 많이 빠지지 않고 옷도 쉽게 망치지 않아 어린이들이 체험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휴일이면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에 찾아들곤 한다.
많은 여행객들이 큼지막한 망태기나 양동이를 가져오고 호미도 챙겨온다. 말이 갯벌체험이지 조개잡이가 주목적이다. 쓱쓱 호미질만 몇 번 하면 갯벌 속에 숨어있던 동죽이나 우렁 등이 고개를 내민다. 요령이 있는 사람들은 맛조개도 제법 잡아간다.
'매번 저렇게 잡아가는 데도 조개가 많은 거 보면 신기해유~'
몽산포 터줏대감으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식당 주인은 스스로도 신기한 듯 웃어 보인다. 정작 마을 주민들은 동죽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곳 동죽들은 대부분 외지인들의 사냥감이 되고 만다. 갯벌이 육지 못지않은 생산성을 지녔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갯벌의 생산성과 건강한 바다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의미에서라도 한 끼 끓여먹을치 정도 잡아가지고 가는 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린 조개들까지 싹쓸이하는 등 무분별하게 대량으로 잡아가는 사람들과 먹지도 않을 것이면서 심심풀이로 잡아 다시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다. 이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그래서 환경단체 등에서는 갯벌체험 할 때 조개 잡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갯벌의 가치 측면에서 볼 때, 높은 생산성만이 그 전부가 아니다. 육지의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여과 역할로 바다를 깨끗하게 정화시켜 줄 뿐 아니라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도 막아준다. 얼마 전에 전해진 쓰나미의 대참사를 생각해 볼 때 갯벌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갯벌이 있었다면 지진해일이 호텔을 직접 집어 삼키는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관광객들은 조개도 잡고 갯벌에서 뛰놀기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 바다와 갯벌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한다. 굳이 갯벌체험이 아니어도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닌 몽산포 해수욕장은 휴양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 3.5km에 달하는 고운 백사장과 함께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그늘진 솔숲은 몽산포만의 자랑. 뜨거운 여름 하늘을 가려주는 소나무 숲 아래에서 사방에 떨어진 솔방울도 주워보다가 싫증나면 돗자리를 깔고 누워도 보고, 지나가는 바닷바람에 몸도 맡겨 보니 세상을 잊는 데에는 이만한 것도 없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이라면 해수욕장에서 태안 읍내 방향으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천일염 생산 염전을 권하고 싶다. 옛날이야 서해안이라면 가는 데마다 염전이 있었지만 요즘은 염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되고, 또 천일염도 저렴한 수입산이 들어오니 옛날처럼 우직하게 바닷물로 소금 만들어서는 먹고 살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이곳에 가면 지금도 성업 중인 염전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소금을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려면 맑은 날 오후 3~4시 경에 방문을 하여야 한다. 이때 쯤이면 저수지에서 1차 증발지, 2차 증발지를 거쳐 결정지에 이른 바닷물이 소금이라는 결정체로 둔갑하기 때문이다. 염전 사람들은 이를 두고 '소금이 온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바닷물을 통해 소금이 들어온 것뿐이다. 자연의 허락 아래, 자연과 함께 융화되어 살아가는 그 모습, 그 마음가짐이 부럽다.
밀대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인부들의 검게 그을린 피부와 하얀 소금, 그리고 그 반영(反影)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바둑판처럼 정리된 소금밭과 비스듬히 서 있는 소금창고, 빈틈을 찾아 빼곡하게 뿌리를 내리고 제 살길을 찾아가는 염생 식물들이 그리는 염전의 풍경 역시 한 폭의 그림이다.
사진 왼쪽 앞부터
· 가만히 바라만보아도 좋은 바다 그 속에 갯벌이 숨어 있다.
· 바닷물로부터 소금을 얻는 염전-갈수록 보기 힘들어지는 풍경이다.
장길산 세트장과 청산수목원
몽산포 해수욕장 바로 옆 몽산포항으로 가는 길에는 TV 드라마 세트장이 들어섰다. 〈장길산〉이란 모 방송국의 TV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장길산 세트장'으로 통하고 있다. 15,000여 평에 이르는 넓은 대지에는 옛 가옥과 거리가 재현되어 있고 지금도 〈환생〉이라는 또 다른 드라마가 촬영되고 있다. 개인 소유다 보니 홍보가 덜 된 편이지만 그래도 알음알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명소이다.
인근 남면 신장리의 청산수목원도 비교적 덜 알려진 곳.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수목원은 연, 수련 등 각종 수생식물들의 천국인데 매년 여름이면 연꽃 축제를 열고 수목원을 개방한다. 올해는 7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열 예정이라고 한다.
그 외 태안읍내 백화산의 태안마애삼존불이나 태안 해안국립공원의 절경을 배를 타고 구경할 수 있는 관광 유람선, 철새 축제를 여는 천수만과 간월도, 지척에 다리가 놓인 안면도 등 태안의 볼거리는 한둘이 아니다.
● 갯벌 체험시 주의사항
- 사전에 물때를 확인하고 찾아간다.
- 생물은 가능한 자연 상태의 것을 관찰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만 채집을 한다. 마구잡이로 잡아서는 안 된다.
- 채집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떤 생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 갯벌에 쓰레기 같은 오물을 버려서는 안 된다.
- 밀물 때에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서둘러 나와야 한다.
- 체험 활동 후에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구체적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다.
● 여행 메모
몽산포 해수욕장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홍성 나들목 진출, 안면도 방향으로 진행하면 철새 축제가 열리는 서산 방조제를 지나게 된 다. 끝 지점에 도달하면 왼편은 안면도 가는 길, 오른편은 태안 가는 T자형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하면 청포 대 해수욕장과 몽산포 해수욕장이 차례로 나온다.
몽산포 해수욕장 번영회(041-672-2971)에서 식사, 숙박, 교통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청산수목원(041)675-0656.
먹을거리와 잠잘 곳
해변식당의 우럭매운탕 몽산포 지역 터줏대감이 운영하는 횟집으로 싱싱한 횟감은 물론이고 부담 없는 가격에 바닷가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우럭매운탕도 추천할 만하다. 해변식당에서 함께 운영하는 숙박시설 「꿈의 바 다」는 바닷가 바로 앞에 인접하여 조망이 빼어나다. 누워서도 몽산포의 푸른 바다와 갯벌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으로 단골도 많은 편. (041)672-2036
읍내 토담집의 꽃게장과 우럭젓국찌개도 유명하다. (041)674-4561
그 외 「하늘 그리고 바다」(672-2272), 「블루오션리조트」(672-2069), 「바다와 소나무」(672-0030) 등의 펜션 들이 성업 중임. 바로 붙어있는 청포대 해수욕장에도 많은 펜션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태안군에는 갯벌체험과 염전체험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농촌 전통테마마을이 있어서 이곳을 이용하는 것도 좋 다. 볏가리 마을 011-9635-9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