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내 인생의 봄날
며칠 전, 아내의 초등교사 합격 소식을 듣고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더구나 15% 안에 들어서 원하는 지역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 아내의 나이 서른여덟, 결혼한 지 꼭 10년 만에 얻은 횡재였다. 아니, 횡재라기보다는 값진 노력의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2년 전, 아내는 나를 얼싸안고 '여보, 합격이야. 내가 교육대학 편입시험에 합격했다구.'라며 기쁨의 감격에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소리 높여 외쳤었던 적이 있었다.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늦은 나이에 편입하여 공부를 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이 있었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을 신청하러 농협에 갔을 때는 농협 직원이 '아주머니, 대학생 맞아요?'라며 못 믿겠다는 듯 의아해한 적도 있었다. 내가 가끔씩 '나, 요즈음 대학생 영계하고 같이 사니까 더 젊어지는 것 같네.'라며 농담을 하면 그때마다 아내는 싫지 않은 듯 씩 웃어주곤 했었다.
사실 아내는 2년 동안 초등학교 3학년 인 개구쟁이 아들과 네 살짜리 아이와 씨름하며 힘들게 공부를 하였다. 늦게 시작 한 공부인 만큼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교사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러한 아내가 늘 안쓰러워서 조금이라도 공부에 보탬이 될까 하여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 주곤 했었다. 결혼 10여 년 동안 외국어학원 강사를 하며 교사가 되어 보아야겠다고 몇 번의 임용고사와 사 립학교에 지원도 해보았지만, 아내에게 교사의 길은 멀고도 험하였다. 아슬아슬하게 커트 라인에 걸려서 불합격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니, 나도 안타까웠지만 당사자인 아내의 심정은 오죽 했을까?
그러나 이제 며칠만 있으면 그렇게도 원하고 간절히 바랐던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나는 평생 든든한 교육 동지를 하나 얻었다. 이제부터는 어려웠던 가정 형편도 조금은 펼 것이고. 아내가 자아 실현도 했으니 일석이조요 톡톡히 횡재를 본 셈이다.
그동안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공부하고 싶었던 박사 과정도 10여년을 미루었는데, 이제 부터 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내 인생의 봄날이 시작된 것 같다. 올해에는 교직 생활의 선배로서 아내가 어린 새싹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잘 지도, 조언해 주고 도와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