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희랍 신화에 의하면, 제우스가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명하여 만든 인류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Pandora)는 신들로부터 온갖 선물을 받고 태어났다. 헤파이스 토스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참을성을, 아테나 여신은 방직 기술을 가르쳐 주었고, 아프로디테는 매력과 교태 그리고 가슴에는 격렬한 욕망과 몸을 나른하게 하는 생각을, 헤르메스는 염치없음과 교활한 성격과 거짓말을 판도라에게 주었다고 한다.
판도라는 하늘에서 내려올 때 신들로부터 상자 하나를 선물로 받았는데, 절대 그 상자를 열어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들었다. 그렇지만 호기심에 못이긴 판도라는 그 상자를 열어 보았고 그 안에서 온갖 불행과 재앙, 인간의 모든 번뇌와 괴로움이 나와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깜짝 놀라 뚜껑을 얼른 닫았지만, 이미 그 안의 다른 것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희망만이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인간은 온갖 불행과 어려움 속에 절망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간직하며 살게 되었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온갖 재앙의 극을 달하고 있는 것 같다. 노아의 홍수처럼 인도양에서 지구의 축이 흔들릴 만큼 큰 지진이 일어나 해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실종되었으며, 중동에서는 이라크에서의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국민소득 2만 불을 향하여 발전한다던 우리나라가 정책의 실패로 과거 일본과 같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빠져 소위 IMF 때보다도 더 어려운 경제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아이가 장 속에서 굶어 죽고, 많은 사람들이 권사(직장에서 권고사직 당한 사람), 집사(집에서 사무를 보는 사람), 장노(장기간 노는 사람), 목사(인생의 목적 없이 사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UN군이 중공군의 참전으로 후퇴를 하다가 중공군에게 포위되어 있을 때 종군기자 한 사람이 포위당한 한 미국인 병사에게 '지금 현재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 병사의 '나에게 내일을 주시오(Give me tomorrow!)'라고 한 대답이 미국 신문에 기사 제목으로 크게 난적이 있는데,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라도 인간이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던 것처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할 때만 가능하다.
중국에 선교 목적으로 국내의 몇 개 교회가 연합하여 세운 연변과학기술대학교의 김진경 총장이 북한에도 선교 목적의 대학교를 세우기 위해 북한을 왕래하다가 북한 당국에 의해 감옥소에 40일 정도 억류된 적이 있었다. 하루는 감방을 지키는 북한 병사가 '당신은 아마 내일 처형될 것이요.'라고 알려 주었다. 자기가 선교를 위해 북한을 왔다 갔다 하다가 죽으면 순교인데, 자기 같은 사람이 감히 순교자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요 죽은 후에는 천당에 갈 것이 확실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얼마나 하느님께 감사한지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찬송이 저절로 입에서 터져 나와 큰소리로 노래를 하니까, 감옥소를 지키던 북한 병사들이 '저 사람이 사형 당한다니까 드디어 미치는구나'라고 했었다고 한다. 김 총장은 그 후 불행하게(?) 사형도 안 당하고 풀려나와서 현재는 연변에서 열심히 하나님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이처럼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더라도 천당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어떤 교회에 '왜 고민하십니까? 기도할 수 있는데!'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모두 각자 자기가 섬기는 하느님에게 기도하고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