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보양음식
뜨거운 태양 아래 젊음이 불타는 계절. 짭조름하고 조금은 비릿한 바다 향기가 그리워지는 여름이다. 특히 삼복더위에는“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근처에 혈액이 많이 모여 위와 근육에 혈액 순환이 안 되기 때문에 식욕이 떨어져 입맛을 잃기 쉽고,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빠지고 만성 피로로 영양 섭취에 문제가 있어 예부터‘보신’이라는 말이 쓰여 왔으며, 여러 가지 음식이 추천되어 왔다.”고한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 영양탕, 종류도 다양한 삼계탕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찾는 보양식이가 삼계탕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집에서도 단연 삼계탕, 아니 도라지를 넣은 도계탕의 인기가 가장 높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겨 피곤에 지친 일상의 수많은 파편들을 모두 떨쳐버리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어느 광고 카피처럼 우리 가족들은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일상의 탈출을 시도한다.
시원한 그늘과 시원한 음식이 너무도 고맙게 느껴지는 이 계절, 우리 가족은 도심의 뜨거운 공기를 피해 한적한 남쪽 마을 아이들의 할머니∙할아버지 댁으로 간다.
초봄에 병아리를 사다가 뒷전 텃밭 가까운 곳에 닭장을 짓고 너른 울타리를 치면, 그 속에서 마음껏 돌아다니며 조개껍질과 모이뿐만 아니라 풀도 뜯어먹으며 자란 닭을 우리 아버지는 집에 오는 가족들마다 손수 잡아주신다.
시골집에서 키운 닭, 아버지가 손수 키워 잡아 주신 닭의 맛은 그리 흔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머니는 삼계탕에 도라지를 넣어 삶아주신다. 그것도 몇 년 전 심은 것을 밭에서 캐다가 인삼보다 더 보약이라며 도라지를 고집하신다. 인삼∙대추∙마늘이 들어간 삼계탕에 우리 집에서는 인삼 대신 도라지가 들어가 어떤 효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버지∙어머니의 자식 사랑의 신념이라고 여기며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조금 퍽퍽한 살코기는 매운 풋고추를 갈아 넣어 담가둔 열무김치에 돌돌 말아서 먹으면 그 또한 일품이다.
그리고 신선한 날달걀을 갓 지은 뜨거운 밥 한 공기의 가운데를 조금 판 다음‘톡! 톡!’깨뜨려 비비면 밥이 샛노랗게 된다. 노랗게 변한 밥 한 숟갈을 떠서 참기름 장에 먹으면 그 또한 보약이 따로 필요 없는 우리 집의 특별한 보양식이다. 날씨가 점점 더워져 오면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언제인지 가장 먼저 궁금해 하시는 우리 부모님. 아이들보다 더 방학을 기다리시는 우리 부모님이 계신 곳, 소중한 나의 고향.
우리들은 일상을 떠난 편안함이요 행복인데, 구슬땀을 흘리며 자식들과 손주들 입에 좋은 것∙맛난 것 하나라도 더 넣어 주시고자 애쓰시는 이 여름. 더운 공기로 인해 불쾌지수가 최고로 올라가고 있는 요즘‘이열치열’이라는 말처럼 따끈한 삼계탕, 아니 도계탕을 빨리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