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잠깐 은행 좀 다녀올래?
- 40.4%
복사나 프린트 같은 업무상 심부름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은행 업무나 주민센터에서 각종 민원서류 떼어오기 같은 행정업무 심부름은 정말 참기 힘들다. 은행이나 주민센터까지 찾아가는 것도 번거롭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심부름의 내용에 비해 시간과 노력의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고는 아랑곳없이 심부름을 해줘도 막상 상대방은 고마운 마음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심부름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은 회사 업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에 업무시간이 줄어들어 그만큼 잔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필요한 잔업이 많아지면 자칫 ‘주어진 시간 내에 자기 할 일을 못 하는 무능한 직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심부름은 심부름대로 하고, 나중에 일 못 한다고 지적 당할 것은 뻔하니 직장인 입장에선 정말로 들어주고 싶지 않은 부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상사로부터 ‘은행·행정업무 등 사적인 일’을 부탁받는 경우가 가장 불편하다고 답변한 직장인이 40.4%로 가장 많았다.
2위 커피 좀 타와 봐
- 31.3%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물과 커피 심부름에 대해 ‘불편하다’고 답변한 응답이 31.3%로 2위를 차지했다. 커피 한잔 타러 갈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상사라면 부탁을 듣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커피를 타서 대령하겠지만, 실제로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상사 중에는 한가롭게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으른 상사 타입이 대부분이다. 일에 열성적인 상사들은 일에 몰두해있을 때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 업무의 맥이 끊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부하직원들에게 좀처럼 사사로운 심부름을 시키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상사들은 부하직원의 업무 사정까지 봐줄 만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 심부름을 자주 시키는 상사일수록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커피 심부름 자체가 싫은 것보다 ‘무능한 상사의 커피 심부름이 싫다’는 것이다.
3위 내 친구가 요즘 보험을 하는데…
- 9.5%
‘상사의 지인이 파는 물품구매나 보험가입’이 응답자의 9.5%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품판매에 대한 부탁은 선의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지인을 도와주겠다는 선의나, 부하직원들에게 좋은 상품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선의 말이다.
문제는 부탁을 받는 입장에선 강요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상사가 소개한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다간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니 무리를 해서라도 구입을 할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엔 동료들끼리 경쟁적으로 ‘누가 더 많이 사드리나’를 겨루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들어주기 싫은 부탁을 웃으면서 들어야 하는 입장도 화가 나는데, 금전적인 지출까지 생기니 그야말로 부탁의 이중고(二重苦)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4위 돈 좀 빌려줘
- 5.9%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도 쉽게 하지 못하는 부탁인 대출 부탁을 부하직원에게 서슴없이 하는 배려 없는 상사들도 상당한가 보다.
‘돈 빌려주기’ 부탁을 불편하다고 응답한 직장인들도 5.9%나 됐다. 아마도 ‘돈 빌려주기’를 부탁하는 경우가 그렇게 흔하지 않아서 그렇지, ‘대출’ 자체가 갖고 있는 심기 불편함을 고려한다면 1위의 고민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상환기간은 언제로 정해야 하는지 등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 큰소리를 치지 못하고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 속에서 스트레스만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절을 하면 그 다음부터 밀려올 상사의 뒤끝은 어떻게 감당할까? 결국 대출 부탁은 들어줘도, 거절해도 문제인 셈이다.
불편한 부탁, 불편해도 들어주는 이유는?
사람은 쉽게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나 주저 없이 거절할 수 있는 부탁에 대해선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좀처럼 들어주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안 들어줄 수도 없는 부탁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더 나아가 싫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아무리 불편한 부탁이라도 거절 못하고 들어주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47.0%가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답변했다.
뒤끝에 가까운 개인적인 감정을 품으며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거나 더 나아가 업무 배정이나 인사고과에 악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로 상사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응답한 3.6% 중 47.6%가 ‘거절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것을 보면 상사의 부탁은 일단 들어주고 보는 편이 현명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부탁을 들어줬다고 해도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다. 부탁을 들어준 후의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는 응답자가 55.5%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는 44.5%의 답변에 비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부탁을 들어준 후의 부정적인 결과로는 ‘상사가 당연한 듯 더 많은 부탁을 했다(45.5%)’, ‘내 업무에 차질이 생겨 곤란했다(7.7%)’, ‘상사에게 아부한다고 동료들에게 비난 받았다(2.3%)’는 답변이
있었다.
불편한 부탁에 대한 현명한 대처법
온라인교육사이트 에듀스파(www.eduspa.com)가 공기업취업교육사이트 잡스터디(www.jobstudy.co.kr)와 함께 직장인 4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상사의 불편한 부탁에 대한 대처법으로 쉽게 거절하지 못 하고 받아들이는 ‘우유부단형’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전체의 52.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상사와의 인간관계나 상사의 지위를 고려한 끝에 오는 어쩔 수 없는
우유부단한 태도이다. 하지만 요령껏 거절한다면 이 같은 우려에서 벗어나 속 편하고 부담 없는 직장생활을 즐길 수 있다. 직장상사의 불편한 부탁을 거절하는 최고의 노하우 1위는 ‘정중하게 얘기하기(26.7%)’가 꼽혔다. 왜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지에 대해 상사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최대한 정중하게 말하는 것이다. ‘수락하기 어려운 상황을 예로 들기’도 24.0%로 2위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에 대해선 “도무지 여윳돈을 융통할 수 없는 경제상황”을 설명하거나, 은행업무 같은 사적인 심부름에 대해선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업무 분량이 이 정도입니다”라고
부탁을 들어주기 힘든 자기 상황을 밝히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얘기를 해도 부탁을 거절당한 입장에선 좋은 기분이 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무리를 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다.
때로는 듣기 싫고 불편한 부탁도 기분 좋게 들어주는 마음 씀씀이를 갖는 동시에 곤란한 부탁, 도를 넘어선 부탁에 대해선 최대한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거절하는 단호함으로 부탁에 대처한다면 직장상사와의 인간관계도, 사무실의 분위기도 평화롭게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