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기분파 상사
최악의 상사 유형으로는 ‘시한폭탄처럼 기분에 따라 행동지침 모드가 바뀌어 비위를 맞추기 어려운 상사’, 즉 변덕스러운 성격의 상사를 꼽았다. 기분파 상사들의 특징은 기분이 좋을 때는 허허실실, 너그럽고 관대한 상사로 친근감을 표시하다가 순식간에 기분이 바뀌어 작은 트집거리도 놓치지 않고 감정의 폭격을 퍼부어댄다는 점이다. 회사 업무는 물론이고 조직 내 인간관계에도 자신의 감정을 개입 시켜 기분이 좋을 때는 문제없이 결재를 내려줬다가도 기분이 나빠지면 제대로 진행되어가고 있는 일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트집거리를 잡아 업무 진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사의 기분에 맞추려면 가능한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 상사의 눈치를 살펴 작은 변화도 빈틈없이 파악해 그에 맞는 처세를 펼쳐야만 평화로운 직장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분파 상사 밑에선 업무 능력보다 눈치 실력이 좋은 사람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눈치 실력이 떨어지는 부하직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상사의 감정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어 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2위 독설형 상사
기분파 상사와 어깨를 겨루는 꼴불견 상사 2위는 ‘업무에 대한 평가부터 사람 평가까지 인격을 모독하며 독설을 일삼는’ 독설형 상사가 차지하고 있다. ‘꼴불견’으로 인정한 독설형 상사의 특징은 말할 것도 없이 ‘독설’이다. 독설형 상사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언행에 대해 ‘남보다 조금 직설적이고 솔직할 뿐’이라는 합리화를 한다. 하지만 부하직원들은 솔직, 직설과 독설을 구분 못할 정도로 국어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독설(毒舌) :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 [비슷한 말] 독변(毒辯)ㆍ독언1(毒言)’이라고 단어 뜻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독설형 상사들의 혀(舌)에서 나오는 독(毒)은 부하직원들을 해치고,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한 말일 뿐,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는 솔직(率直)이나 ‘바른대로 또는 있는 그대로 말을 함’이라는 직설(直說)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3위 얌체형 상사
3위를 차지한 얌체형 상사는 ‘업무를 지시해 놓고 성과가 좋으면 자신이 한 것처럼 가로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평소에는 책상에 앉아 인터넷 서핑과 낮잠으로 시간을 보내다가도 윗사람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처럼 일에 몰두하는 행태를 보이는 얌체형 상사의 특기는 ‘남의 공(功)을 가로채고 자기 과(過)를 뒤집어씌우기’다. 정상적인 상식을 갖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만큼 염치없고 파렴치한 특기 덕분에 얌체형 상사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사람됨에 비해 빠른 출세 양상을 보인다. 이들의 무능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윗사람’ 덕분에 얌체짓은 훌륭한 처세술로 인정받으며 승진을 거듭해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무능함이 들킬까 지속적으로, 점점 더 교묘하게 남의 공을 가로채는 능력 도둑질을 계속 이어간다.
4위 사오정 상사
가끔씩 사오정이 되어버리는 상사는 매력적이다. 맥락에 맞지 않는 뜬금없는 말이나 행동은 사무실에 웃음을 선사하며 부하직원들로 하여금 상사를 편안하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여기게끔 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가끔을 넘어서 종종, 그것도 회의석상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까지 딴소리를 연발하는 사오정이라면 문제가 있다.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기본이고, 심한 경우 자질이 의심되기도 한다.
사오정 상사는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아 일 처리가 힘들어진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은 회사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인데, 사오정 상사와는 기본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똑같은 우리말로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내 의사가 전혀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부하직원은 의욕이 꺾이고 “나도 모르겠다”는 무기력증에 빠져 서서히 상사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런 사무실 분위기에선 제대로 된 업무처리를 기대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꼴불견 상사 대처법
하루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9 to 6(혹은 그 이상)’를 꼴불견 상사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직장인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꼴불견 상사 대처법’을 갖고 슬기롭게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M25의 설문조사
1위 씁쓸하게 웃으며 별거 아닌 듯 무심하게 대처한다. 32.2%(218명)
2위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며 타산지석으로 삼는다. 28%(189명)
3위 정정당당하게 상사에게 직접 부당함의 이유를 따져 묻고 항의한다. 11.3%(76명)
4위 더 높은 상사에게 또라이 상사의 부당함을 토로하거나 상담한다. 10.1%(68명)
5위 팀원들끼리 단결해 왕따시킨다. 7.2%(49명)
기타
커피 안에다 침 뱉기 등으로 사소하게 복수한다. 4.7%(32명)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 회사를 그만둔다. 4.7%(32명)
가장 좋은 방법은 상사의 꼴불견 행태에 일일이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자신의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보면 꼴불견 상사들이 주는 스트레스에 맞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상사의 불합리성에 당당히 맞서는 강한 태도를 보이는 직장인들도 상당수다.
꼴불견 상사의 꼴불견 행태를 그냥 두고 보지 않는 부하직원들도 있었다.
'한마디 말'로 시작하는 존경받는 상사 되기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다가 만약 자신이 꼴불견 상사의 조건과 일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더라도 너무 좌절하진 말도록. 자신의 꼴불견 행동을 조금씩 고쳐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부하직원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격려의 한마디를 더한다면 얼마든지 속 깊은 상사로 부하직원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고용노동부 취업포털 워크넷이 직장인 2,2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사에게 듣기 좋은 말과 듣기 싫은 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6%가 “일 없으면 일찍 퇴근해”를 듣기 좋은 말로 꼽았다.
“나 먼저 퇴근할게”(45.9%),
“나 다음 주부터 휴가야”(33.3%) 등
상사의 부재를 알리는 말들이 순위에 자리하고 있다.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53.3%), “자네라면 잘할 것 같아”(34.4%), “힘든 것 이해해”(20.7%) 등 격려의 말이나 “자네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 “역시 자네밖에 없어”, “수고했어” 등의 말도 순위에 올라 있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저도 모르게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무리 못난 상사라도 상사의 말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부하직원들은 상사의 꼴불견 행태에 속을 썩고, 반대로 따뜻한 말 한마디에 회사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계기를 찾기도 한다.
유능한 부하직원의 능력을 죽이는 것도, 모자란 부하직원을 승승장구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모두 상사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하루에 한번 이상 ‘듣고 싶은 말’을 건넨다면 활기 넘치는 직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