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일 나는 아리랑을 전 세계에 알린다며 큰 희망을 품고 5명의 단원들과 함께 세계 일주를
떠났다. 15개국 29개 도시를 누비는 장장 117일간의 유랑 길이었다. 나는 희망찬 발걸음으로 아리랑
고개를 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홍콩 고개를 무사히 넘은 우리는 두 번째 고개인 인도로 향했다. 델리
고개 앞에 도착하자 쾌쾌한 매연으로 눈과 목이 순식간에 따가워졌다. 이 고개를 어떻게 넘을까 무릎을 털썩 꿇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부터 쫓아온 희망찬 빛이 나를 고개 정상으로 인도했기에 먼지 묻은 무릎을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막 고개를 넘으려 할 때 나는 방향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단장으로서 앞으로 넘어야 할 고개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깊은데다 억지로 먹은 인도의 강한 카레가 결국 나를 집어삼킨 것이다.
내 속은 인도 카레로 꽉 막혀 쉼 없이 구토를 하며 피를 토하기까지 했다. 3부 능선도 넘지 못한 나는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 세웠고, 손을 마사지 해주었으며, 끝없는 응원을 보내주었다. 바로 나와 함께 아리랑 세계일주 고개를 넘기로 한 단원들이었다. 단원들은 아픈 나를 위해 현지 한국식당에서 죽을 써왔고 잘 듣는다는 약까지 구해 왔다. 그리고 내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해주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내 속을 꽉 막은 카레도 아니었고, 높은 고개도 아니었다. 바로 ‘나는 혼자다’라는 생각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문제를 털어버리고 나니 힘들게만 보였던 고개가 무지개빛으로 보였다. 우리는 결국 세계 일주를 무사히 할 수 있었다. 나는 세계일주를 하며 참으로 많은 인생의 교훈을 경험했는데, 가장 큰 교훈은 절대로 고개를 혼자 넘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곁에는 인생의 고개를 씩씩하게 함께 넘어갈 인생의 동반자들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란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일수도 있지만, 우리 곁에 있는 동료일수도, 이웃일수도 있다. 그들을 단순히 고개를 넘는 경쟁자정도로만 치부한다면 아름다운 산을 결국 첩첩산중 넘지 못할 고개로 만들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당신은 혹시 지금 고개 앞에 기고만장하게 서서, 혼자 고개를 넘을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럴 때일수록 당신의 주변을 둘러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