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공항에서 창가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외국인을 보았습니다. 여유가 느껴지는 그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마흔이 된 어느 날 문득 그날을 떠올리며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손이 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100시간 정도가 지나자 겨우 제 손이 제 마음대로 움직였고, 1,000시간이 지나니 눈에 보이는 것은 거의 다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제 그림을 좋아하는 분도 생겼습니다. 그림을 본 출판사 편집장님과
인연이 되어 비전공자를 위한 그리기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어떻게 공대를 졸업한 직장인이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제가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저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 작은 것, 쉬운 것 등으로 시작해서 점점 크고 복잡한 것을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주변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일상이 예술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묻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리기 재능은 3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좋아하면 계속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손으로 하는 모든 작업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집니다. 재능과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재능이 있으면 시간이 조금 줄어듭니다. 그러나 계속하는 사람을 당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계속하려면 좋아해야 합니다.
둘째,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기입니다. 가끔 다른 사람과 자신의 작품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상처만 받습니다.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는 것이 자신의 성장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셋째, 재능의 발견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간의 재능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재능이 쓸만한 재능이 되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연습을 할지 말지는 오직 자신의 선택이며 이것을 계속하기 위한 연료를 열정이라고 합니다. 일부 천재를 논외로
하고 쓸만한 재능은 반드시 일정 시간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좋아하면 계속할 수 있습니다. 작고
사소한 일을 계속하고 이것을 모으면 더 이상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것이 모여 특별한 결과가
만들어 집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 중 무엇을 모아서 특별하게 만들지 고민해 볼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