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킨 일도 아닐 텐데 봄이 왔다고 스스로 새순을 틔우는 자연…. 해마다 당연했던 계절의 변화가 이상하게 올해는 좀 남달리 느껴집니다.
초록의 새순을 가까이서 보고 있자면 ‘어쩜 이럴까?’ 그 신비로움에 감탄하며 경이롭다는 생각마저
들며 자연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또 와줘서 고맙다, 봄아” 봄이 들을 수 있다면 말해주고 싶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김삿갓처럼 떠돌며 제철음식을 찾아 돌아다닌 지도 이제 2년이 되었습니다. 산지를 방문해서 과수원이나 밭을 확인하고 얼마나 건강하게 작물을 재배하는지, 품질은 어떠한지를 검수해 소비자에게 전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만, 가끔 논밭을 보기도 전에 생산자분들과 나눈 이야기만으로도 그 땅과 작물이 눈앞에 훤히 그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그것은 생산자분들께 느껴지는 건강함 때문일 것입니다. 그분들의 몸과 마음, 또 말씀이 자연의 건강한 모습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자라며 부모를 닮듯, 땅에서 나는 작물, 나무에 열리는 과일도 신기하게 사람처럼 생산자를
닮더군요. 한때 바쁜 것과 부지런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쌓인 일을
끝내기에 급급해서 하늘 한번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을 되돌아 볼 틈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이루어야 할 것이 있다면 다른 무엇은 그만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부지런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야 제 생각이 조금 잘못됐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국을 떠도는 이 일을 하며 가장 크게 배우고 느낀 것 하나를 뽑아야 한다면 돈을 버는 즐거움도, 제 꿈의 목표를 달성해가며 느끼는 성취감도 아닙니다. 바로 내 몸과 마음에 찾아온 ‘건강함’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 맞을 준비를 하고, 아침에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점심이 오면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함께 먹고 저녁이 오면 저녁에 해야 할 일을, 밤이 오면 하루를 뒤돌아보고 정리하며 내일을 계획하는 것. 참 단순하고 쉬운 일이지요. 자연을 쫓는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은 바로 이런 단순한 건강함입니다. 봄이 오면 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새순을 틔우는 것처럼 저는 이런 것이 부지런함이 아닐까 합니다. 움직이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삶, 우리가 바쁘게 살 것이 아니라, 부지런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