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는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근로 의욕 저하라는 부작용을 더 많이 보이고 있는 것 같다. 통계로는 잡히지 않지만 각 개인들이 주5일로 예전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되는‘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효과도 생각보다는 적지 않나 싶다. 오히려 토요일과 일요일에 씀씀이만 헤퍼졌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고객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에서 주5일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인가. 법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을 주5일 근무를 하도록 의무화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처럼 빨리 이 제도가 확산될 수 있었을까. 은행들이 모두 토요일에 쉰다면 경쟁 논리상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근무하는 은행 서비스가 나와야 정상 아닐까. 특히 세계를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끼리만 토요일, 일요일을 지킨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10여 년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당시 상하이역 앞에 수많은 사람이 앉아서 무얼 팔고 있었다. 호떡 비슷한 것이었는데, 손님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그래서 통역을 대동하고 가서 잘 팔리는지 물어봤다. 빙그레 웃으며 잘 안 팔린다고 대답했던 그 중년남자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는 원래 방직공장 공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금은 장사 연습하는 거예요. 언제까지 방직공장 다닐 수 있겠어요. 나중에 갑자기 장사할 때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토요일마다 쉴 때 이렇게 나와 앉아있는 거예요.”
그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와 중첩돼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연휴긴데 어디 해외라도 가느냐?”며 부러워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클라이언트(고객)가 연휴 끝나자마자 최종보고서를 보내라고 해서 날 밤 새게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좀 쉬려고 큰 거래처를 놓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렇다. 고객을 위한 것이 기본 사명인 비즈니스에서는 고객이 있는 날이 우리의 근무일인 것이다. 경쟁이 심할수록 이런 자세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고객을 잡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라면 시간과 장소, 방법에 구애를 받지 말아야 한다.
회사와 가게에는 주5일이 있을지 몰라도 경영과 경쟁, 혁신, 서비스에는 주5일이 없다. 휴일을 잊어가며 일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고객의 움직임에 더욱 유연해지도록 시장과 고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마음 자세를 가질때라야 회사는‘민첩한(agile) 조직’으로 바뀔 수 있고 성장의 전진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