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직장 만들기
신문사의 호칭은 간단하다. 특히 기자들이 대부분인 편집국은 13년쯤 지나 첫 직책인 ‘차장대우’를 달때까지는 전부 기자다. 그러나 기자들끼리‘○기자’라고 부르는 일은 없다. 그래서 선배에게는 성을 앞에 붙여 ‘권 선배’‘최 선배’‘김 선배’하는 식으로 부르는게 관례다. 뒤에 붙은 ‘님’ 자는 생략이다. 수습기자가 편집국장에게 ‘이선배’라고 해도 별문제가 안 된다. 선배는 후배에게‘권영설 씨’ 하고 부르면 그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여기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새로운 호칭이 생겼다. 성을 생략하고 무조건‘선배’라고만 부르는 것이다. 김 씨, 이 씨, 박씨는 이들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아무나 그저 지나면 ‘선배’하고만 외친다. 몇몇 고루한고 참들이 지적도 많이 했건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여자 후배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계속 이렇게 불렀다. 그런지 몇 해. 갑자기 남자후배들 중에도 간단히‘선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오히려 필자에게도‘권선배’라고 부르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졌다.
냉정하게 따지면 세 글자보다 두 글자가 편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주 쓰는 용어는 과감히 줄여 쓰는 경향이 있다. 독일에 사는 동포들은 마르크라는 단위 대신 5막, 3막 하듯 ‘막’으로 줄여 쓴다. 미국 교포들도 달러, 센트라는 단어 대신 우리식‘불’과‘전’을 더 많이 쓴다.
그러니 ‘권 선배’보다는‘선배’가 훨씬 편한 것이다. 그런 것을 정착시킨 것은 어쨌든 남들의 비난을 아랑곳 않고 계속 선배라는 단어를 애용해 온 여자 후배들이었다. 결국 필자도 이것이 아주 편해졌다. 문화는 더 편하고 더 자연스러운 것들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주류가 될 때 바뀌고 새롭게 이뤄진다. 호칭에관한한언론사에선 여기자들이 그 힘이 됐다.
창의력을 표현하는 것 가운데 C=D2이라는 공식이 있다. 창의력(creativity)은 다양성(diversity)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뜻이다. 똑같은 종류의 사람, 예를 들면 사무직 남자 둘이 있으면 사실상 똑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둘이 모여 보았자 창의력은 1배, 즉 늘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이 있으면 전혀 달라진다. 창의력은 2의 제곱, 즉 4배로 늘어난다. 실제로 부서에서 회식을 할 경우를 생각해보라. 동기 남자들끼리 정하면 가는 곳이 뻔하지만 거기에 여사원이 끼면 선택의 폭은 실제 4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남자, 여자에 외국인이 낀다면 창의력은 3의 제곱, 즉 9배로 늘어날 수 있고 남자, 여자, 외국인, 어린이까지 합세하면 창의력은 4의 제곱, 즉 16배로 증가한다.
무슨 의미인가. 개성이 강한 종업원이 많을수록 창의력이 넘치는 조직을 만들기가 쉬워진다는 얘기다. 창의력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요즘, 이 명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직원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더욱 키워주자. 거기에 발전 의원 동력이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