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에세이
부모님 전상서안부편지
“바람이 선선합니다. 기러기 떼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고 있습니다. 먼 길을 가는 새들에게 푸른 하늘은 얼마나 커다란 절망일까요. 지금쯤이면 집 앞 논두렁의 콩잎 포기가 누렇게 익어가겠지요. 벼 이삭이 무겁게 고개를 떨구고 있겠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에 제가 새로 영어사전을 구입해야 하는데요, 용돈이 더 필요합니다.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것 알면서도 이런 글월을 올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멀리서 못난 여식 드림.”
글. 유시연(소설가) + 사진. 이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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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재발견
그 단풍잎 편지 지금도 간직하고 있을까?
편지… 오십이 훌쩍 넘은 지금도 나는 ‘편지’란 말만 들어도 파르르 가슴이 설렌다. 내 가슴 한 자락에 깊숙이 새겨진 그 단풍잎 편지에 그 여학생 갈래머리가 살짝 스치는 것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흐르는 편지가 언젠가부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밀려나는가 싶더니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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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재발견
어머님을 부축해 드리던 날
모처럼 어머님과 같이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 건물 엘리베이터가 ‘수리중’이라는 표식을 보게 되었다. 5층까지 장 본 물건을 들고 어머님을 부축해 드리고 올라가려고 하니 꽤나 시간이 지체되었다. 어머님께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으시는 것이 예전 같지 않고 몸이 많이 불편하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