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의 눈에는 파란 하늘이 있다. 항상 천진하고 순수한 호수 같은 눈이지만 때론 그 맑은 눈빛이 상대방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내가 유치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몇 년 전 5월 어버이날을 앞둔 어느 수업시간의 일이다. 그날 아이들에게 카네이션 생화를 사다 준 뒤 거기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리본을 만들어 붙이는 수업을 할 때였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에게 드릴 카네이션 리본을 만들고 편지를 쓰고 아빠 얼굴 그리기를 진지하게 하는 아이들… 그러던 중 저만치에 앉은 효석이가(가명입니다)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이 카네이션 누구에게 달아주는 거예요? 나는 엄마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리는 효석이. 나는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마치 뭔가를 훔치다가 들킨 사람처럼 잠시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이에게 어떤 답을 해줘야 할지 몰라 석고처럼 굳어버렸다.
효석이 엄마가 집을 나간 것은 벌써 석 달이 됐다. 생활이 어려워서이었는지, 아빠랑 다퉜는지, 하여튼 그 일로 효석이 아빠도 실의에 빠져 다니던 공장도 그만두고 효석이 엄마를 찾는다며 집에도 잘 안 들어오고 그랬다는 것이다. 다행히 마을에서 그 형편을 알고 누나와 함께 사는 효석이네를 서로들 찾아가 돌봐주고, 구청과 동사무소에서도 생활자금을 대주며 보살펴주는 중이었다.
효석이는 초등학교 4학년 누나가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데려와 주곤 했다. 엄마에게 달아 드릴 카네이션을 만들기는 했지만,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니 효석이가 카네이션을 누구 달아주느냐고 묻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아이는 카네이션 리본에 “엄마가 보고 싶어요, 빨리 오세요”라고 썼다. 편지내용을 보는 순간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고개를 돌려 정신을 가다듬은 후 효석이에게 일렀다.
“응, 아빠가 곧 효석이 엄마 모시고 올 거야. 그러니까 이 카네이션 두 개 꼭 갖다가 집에 놓고 기다려 보렴. 알았지?” “네, 알았어요”라며 카네이션 두 송이를 가방에 꼭꼭 챙겨 넣는 효석이. 벌써 몇 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내 가슴에는 효석이의 호수처럼 맑고 천진한 눈빛과 그때 효석이가 고사리 손으로 만든 빨간 카네이션 두 송이는 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