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조직 특성 중의 하나로 인식되는 관료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조직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조직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왜냐하면, 경직적이고 엄격한 조직구조는 생산성이나 성장을 방해 하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들은 명령계통의 범위 안에 머물러 안주하려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직무 자체가 업무 수행자의 재능이나 지식, 경험 등을 전문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의 자질들은 감추어진 상태에서 눈에 띄는 일 없이 그냥 지나쳐 버리게 된다.
그런데 조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개성을 표출시켜 조직에 유익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을 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되어야 하고, 모험을 수용하는 조직 풍토의 조성이 필요하다. 그 결과 사람들이 서로 편을 갈라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면서 다투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의 존립 근거를 목표 달성 추구보 다는 조직 자체의 생존에다 두는 경향이 발생 되게 마련이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개성을 통하여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지 않는 조직은 구성원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조직으로서, 획일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특성을 지니게될 것이다. 사람이란 잘 짜여진 제도에 길들여져 있을 때에는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표출시키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도 쉽게 예즉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죄대한의 목표 수행은 물론, 더 나은 목표를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조직체의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사람들의 업무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서 자율성의 개입 여지가 없는 상태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만 배울뿐 다른 일에는 일절 관심을 나타내지 않게 된다.
조직체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조직 환경은 구성원 개개인이 서로 다른 관점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독특한 방법으로 공헌하되, 전체적인 일의 방향이나 목적에 대해서는 공통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조직에서 공통의 목적의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이 함께 일을 해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개인적인 특성을 존중해 주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무사안일의 위험성
불행하게도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이나 그 구성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약하다. 기업체뿐만 아니라 관공서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 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무사안일’로 표현하며 ‘대기업병’으로 규정짓기도 하며, 나아가 ‘복지부동' 혹은 ‘복지안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앞날의 가능성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구상하는 일이 없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마음은 더더욱 없다.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너는 유형의 사람들은 어떤 일을 계획하든 혹은 실행에 옮기든 가장 안전한 방도를 찾으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들은 주변의 너무나 많은 변화로 인하여 혼돈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잘 견디어 내기 위해서는 그러한 변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생존하는 능력을 개발하고 판단력도 길러야 한다. 그러한 조직의 구성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생존의 논리를 스스로 터득하게 되므로 대담하고 모험심에 넘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상 모험을 감수하기를 적극적으로 권장 하지 않는 조직이야말로 큰 위험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와 같은 조직은 곧 존립마저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위험을 겪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하며, 또한 여러 차례의 위험과 그 극복을 경험한 사람은 나름대로의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기도 한다. 이렇게 얻은 지혜는 끊임없이 현재의 왜곡된 상태를 무너뜨리면서 변화해 가는 흐름 속에서 자신은 물론 조직의 생존까지도 가능한 법칙을 깨닫기도 한다.
모험 장려의 조직과 관리자
직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분위기가 형식적으로 조성되었다고 말하는 경우를 흔히 접한다. '그냥 일을 추진하다가 위험과 맞부딪쳐 보라.” 혹은 '한번 시도해 보라니까.”라는 말을 쉽게 듣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조직에서는 모험을 하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그런일을 한데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은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을 수행하다가 질책당했다는 얘기를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등의 이야기가 구성원 들에게 피상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보아 관리자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한다면 모험을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관리자는 조직이 적절할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장려하며 '악의가 아니 라면 각자의 뜻대로 처리해도 좋다.'는 말이 조직내에 널리 퍼질 때 비로소 구성원들은 도약을 시도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관리자의 입장에서 모험을 행한 직원에 대하여,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모험 후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그 담당자에게 제재를 가한다면 설령 그것이 보복성 인사조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할 의욕을 꺾게 마련이다. 따라서 관리자들이 조직의 분위기를 혁신하는 차원에서 모험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면, 먼저 좋은 성과를 거둔 경우에는 확실하게 보상하는 한편 실패한 직원에 대한 처벌은 없거나 극히 가볍게 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실패할 경우에도 성공한 것 못지않게 부차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이든 조직 발전을 위해 모험을 행한 개인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지는 일은 가급적 없어야 하며, 또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모험을 권장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려면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만약 실수를 용납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직원들은 자신의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고, 설령 그럴 경우도 잘못된 것이 없나 하고 염려부터 하게 된다.
그러므로 조직의 정책적인 방향도 구성원들이 순수한 의도에서 창조적이면서도 의욕에 넘치는 시도를 행한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관용하면서 그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어 이후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만약 관리자가 구성원들의 실수나 모험을 장려한다면 조직 전체의 분위기가 놀랄 만큼 자 유로워지는 효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분위기의 덕택으로 인하여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발명품을 만들기도 했다. 또 의사 결정 과정상의 실수에 따른 위험도 용납되는 것이 허용된다면 그 효과는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서 그것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자연히 알게 되고, 더 나은 프로젝트의 구상도 그 전의 실패에서 얻게 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직원들은 점차 실수란 피해야 하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배움을 주기도 하는 좋은 결과’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새로운 조직 리더의 특성
또 긍정적인 자세로 생각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기꺼이 모험을 감수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아가 개별 구성원들의 독특한 자질을 활용하여 조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더욱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각 조직을 특성있게 만들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조직문화가 형성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알아 두면 자신이 그 조직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업무 처리를 효과적으로 한다는 것은 곧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잘 파악하는 일에 뛰어날수록 자신이 맡은 업무 효과성도 높아지게 된다. 만약 조직이 자신의 구성원들에게 묵시적 · 제도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요구한다면.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지 말라고 한다면 이는 본질적으로 그들의 고객에게 최대한의 봉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와도 같다. 이 경우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쉽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것이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많은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어떻게든 혁신하려고 노력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출했다가 관리자에게 혼쭐만 났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들로 하여금 그렇지 않다는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 관리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구성원들이 기존의 잘못된 규칙을 깨뜨리는 것을 기꺼이 지지함을 그들에게 확신 시켜 주는 일이다. 그래서 관료제적 의미의 ‘관리자’는 새로운 탄력적 조직에서 요구되는 ‘리더'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 양자간의 차이가 어떤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관료제적 관리자는 관리만을 하고, 새로운 리더는 혁신을 한다.
둘째, 관료제적 관리자는 사안을 단기적 관점에서 보고, 새로운 리더는 장기적 전망을 갖는다.
셋째, 관료제적 관리자는 언제 어떻게 할 것 인가를 생각하고, 새로운 리더는 무엇을 왜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넷째, 관료제적 관리자는 최종 결과에 집착하고, 새로운 리더는 프로세스(process), 즉, 과정을 중시한다.
다섯째, 관료제적 관리자는 현상을 수용하려 하지만, 새로운 리더는 그 현상에 도전한다.
관리자의 전결에 의해서만 모든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경영의 목표와 초점이 흐린 채 진행된다면 그때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은 관료주의일 것이다. 조직에서의 관료주의를 없애려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이상이 있고, 각자가 그 직분에 상응하는 프로페셔 널리즘(professionalism)이 있어야 한다.
관료주의 불식의 효과성과 정착화
관료주의가 성한 곳에 나타나는 병폐는 혁신 정신의 결여이다. 관료주의와 혁신은 공존할 수 없으므로 기업내 모든 부서에서 개선과 혁신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며, 그때의 조 직 생산성은 향상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히 기득권층의 양보가 필요하고, 또 정보 공유에 의한 합리적 경영을 위해서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스피드(speed) 경영을 위해 분권화도 반드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즉, 동일한 시간 소요하에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해야 함을 의미한다. 새로운 리더는 ‘조직 발전을 도울 수 있는 능력, 새로운 비전을 달성하는 능력, 그리고 오랜 시간 지속될 변화를 제도화하는 능력' 등을 소유해야 한다.
이제 행정 부문에서의 관료제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방법으로서 비효율성 · 비효과성 및 불공정성을 감소시키고 기업가의 혁신성을 유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의 관리와 운영시스템, 내부유인체제 및 조직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을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종래의 주먹구구식 기획과 운영에서 탈피하여 장기적 · 전략적 계획하에 고객(국민) 만족을 중시하는 혁신적인 기업가형으로 바꾸어 나가려면 경직성을 지닌 조직을 유연한 것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리더 혼자서 되는 일이 아니다. 즉.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이른바 새로운 리더적 성향을 지니고 조직 혁신을 주도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