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나라의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한다. 또한 우리 경제를 묘사하는 수치들도 심각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1996년도 우리 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203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외채의 누계도 1,000억달러가 넘어 일년간 이자 부담만도 6조원에 가까운 실정이다.
1997년도 무역 적자도 정부의 예상치를 넘어 200억달러 이상이 될 경우 금년도 외채 누계는 1,300달러 가까이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나라가 갚아야 할 외채는 이자만도 8조원에 가깝게 될 것이다. 1998년도 우리 나라 예산이 약 75조원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자 부담금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8조원에 가까운 이자라면 아무리 나라 경제라 할지라도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를 상당히 넘게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결과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우리의 새로운 각오와 생존을 위한 경영 혁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많은 말들이 존재한다.
“세계 최고의 품질과 세계 최저의 가격이 아니면 살 수 없다.” 또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경고성 발언들의 심각성
그러나 이러한 경고성 발언들이 과연 우리의 가슴에 얼마나 와 닿고, 그리고 우리 매일매일의 업무 처리 자세에 얼마만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는 한번 심각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발언들의 심각성을 충분히 깨닫고, 보다 나은 업무 처리를 위해 골똘하게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옳은 말씀이고, 언젠가는 우리가 그렇게 되어야 할 장래의 비전을 제시해 주는 '상징적'인 말” 정도로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이 세계 최고 또는 최저가 아니면서도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 남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을 예로 들어 보자. 우리 나라 사람의 대부분이 국산 자동차의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거나 또는 그 수준에 걸맞는 세계 최적의 가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산 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9.4% 나 된다. 세계 최고의 품질과 최적의 가격으로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외제 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2%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대단히 높은 수치임을 쉽게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세계 최고의 품질도 아니고 세계 최적의 가격도 아닌 자동차가 거의 10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경제 환경에서 어떻게 우리들이 세계 최고의 품질과 세계 최고의 가격 또는 초일류 기업이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그렇게 느낀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진실로 세계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기업 또는 그에 근사할 만한 기업이 아니면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깨닫는 것은 극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그러한 상황이 된 後가 아니라, 그러한 상황이 되기 前에 미리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최고와의 경쟁
지금까지 우리 나라 기업들이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을 경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쟁과 미래에 있어서의 경쟁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은 바로 우리 한국 기업들끼리의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환경은 거의 동일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우리 국내 기업끼리의 경쟁이었기 때문에, 그 경쟁의 심도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즉, 어느 기업이 TV를 제조한다면 그 기업의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대상은 쏘니나 필립스가 아니고, 바로 LG전자나 삼성전자 또는 대우전자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은 그러하지 않다. WTO와 우르과이라운드의 체결로 국내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외국의 유수 기업들이 우리 나라에서 '그들의 우수한 제품을 가지고', '그들의 저렴한 가격으로', '그들이 직접 영업활동'을 하게 되면 우리 기업의 경쟁 대상이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한국 기업들로부터 세계 최고의 기업들로 갑자기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국내 시장에 있어서도 LG의 경쟁 대상이 그들과 경쟁 능력에서 별 차이가 없는 삼성이나 대우가 아니라, 곧바로 쏘니이고 도시바이며 필립스인 것이다. 우리보다 규모 면에서 훨씬 크고, 생산기술도 훨씬 발전되었으며, 보다 싼 이자율의 자금을 무한히 차입할 수 있고, 인적 자원과 마케팅 능력에서도 훨씬 뛰어난 세계적인 기업들과 직접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품질과 세계 최적의 가격이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말은 결코 상징적인 말이 될 수가 없다. 이제는 국내 가전제품 생산업체에게 세계 최고의 가전 생산업체가 직접 경쟁 대상이 되는 것이며, 그와 똑같이 국내 자동차업체에게도 세계 최고의 자동 차업체가 직접적인 경쟁 대상이 되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다.
일본제 가전제품은 1999년 이후에야 시장이 개방되지만, 미제 가전제품은 1997년 6월부터 시장이 개방되었다. 1997년 상반기 이전까지 쏘니의 34인치 TV 가격은 거의 300만원에 가까웠다. 그러나 수입이 개방되기 시작한 하반기 이후는 그 가격이 200만원대로 떨어졌고, 지금은 거의 12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국산 34인치 TV가격이 180만원 정도인 점을 비교할 때 수입 개방이 가져오는 효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이고, 미래의 경쟁이 과거와는 얼마나 다를 것인가를 쉽게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 혁신의 기회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생존 보장을 위해 조직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기업의 최대 경쟁자(국내 · 국외)는 우리와 동일한 업무를 어떻게 다르게 수행하고 있는가.” “그들은 어느 면에서 우리보다 더 효율적인가.” “그들의 원가 구성은, 그리고 그들의 제품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그들은 어떤 면에서 우리보다 더 나은 비교우위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가.” “그들보다 나은 비교우위 포인트를 얻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만 되는가.” 등등.
지금 우리 주위에는 경영 혁신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기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또한 수많은 경영 혁신의 방법들도 존재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러한 혁신방법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경영 혁신은 이제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하면 좋고 하지 않아도 좋을 그런 일은 더욱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지금 곧 철저히 행해야 할 일이고, 그것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핵심 과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