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들은 너무 자주 사용하는 말이면서도 그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몰라 아리송한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에게 그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묻기도 멋쩍을 때가 있다. 그런한 단어 중의 하나가 '벤치마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벤치마킹이란 단어는 그 모양 자체를 자세히 들여다봐도 뭔가 뜻이 잘 잡히지 않는다. Benchmark, Benchmarking? Bench는 분명히 의자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Benchmarking은 의자에 표시를 하라는 뜻인가? 의자에 표시를 한다고 해서 경영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 그렇다. 벤치마킹은 분명히 의자에 표시를 하라는 뜻은 아니다.
벤치마킹의 의미
벤치마킹을 설명하기 전에 벤치마크의 뜻을 먼저 설명해 보겠다. 벤치마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측량시 기준이 되는 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지도를 펴 보면 서울 ↔부산 440km, 서울↔광주 329km 등의 표시가 있다. 무심히 보아 넘길 수 있는 이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질문이 마음에 떠오를 것이다. 서울의 크기만 해도 수십km이고 부산도 대단히 큰 도시인데, 도대체 서울 어디서부터, 부산 어디까지가 440km란 말인가. 분명히 서울과 부산의 거리를 재는 기준점이 있을 것이다.
서울의 경우 그 기준점은 광화문 앞에 있다.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 단청이 화려 한 조그마한 한옥이 하나 서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 치는 이 집(정확히는 비각)은 고종 임금이 황제로 등극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고종황제 즉위 기념 비각'이다. 이 비각의 쇠창살을 넘어 쳐다보면 높이가 1m쯤 되는 피라밋 모양으로 끝이 뾰족한 화강암이 서있는데, 그것이 바로 서울 0km. 즉, 우리나라 도로원표이다. 이 화강암의 뾰족 점에서부터 우리나라 모든 거리가 계산된다.(그러나 지금이 도로원표를 광화문 지하도 건너편 파출소 앞으로 이전하는 공사가 진행중임).
벤치마크란 원래 바로 이와 같이 ‘기준이 되는 어떤 점'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벤치마크를 경영 혁신에 적용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뜻이 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또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하면서 남의 것을 참조하지 않고도 혁신 노력을 할 수 있겠지만 나보다 더 잘하고 있는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알아본다면 훨씬 더 우리의 혁신 노력을 효과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때 우리가 모범으로 삼고자하는 선진 기업, 그럿이 곧 벤치마크가 된다. 그러므로 벤치마킹을 감각적으로 정의한다면 '우리가 기준으로 삼은 선진 기업(벤치마크)이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잘 연구하여, 그것과 비슷하게 또는 그 것보다 더 잘하고자 노력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감각적 정의를 좀더 세련되게. 좀더 학문적인 냄새가 나게 정의하면 다 음과 같다. 벤치마킹이란 ①조직의 업적 향상을 위해, ②최상을 대표하는 조직의, ③제품 · 서비스 그리고 업무 수행 방식을 분석하고, ④자기 조직의 특성에 맞게 창조적으로 모방하고자 하는, ⑤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자, 그러면 이제는 이 정의를 하나씩 쉽게 풀어 가보도록 하겠다.
조직의 업적 향상을 위해
이것은 곧 무엇을 벤치마킹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다. 이 물음에 답변은 의외로 단순하다. 조직의 업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막상 아무거나 벤치마킹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유한한 자원과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실제 벤치마킹하는 것은 업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긴요하고, 우선이 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즉, '그 조직의 업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또는 '가장 높은 잠재적 보상이 예상되는 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제품 · 서비스 그리고 업무 수행 방식
그러므로 우수한 기업의 품질과 가격, 서비스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업무 수행 방식'도 벤치마킹의 주요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품질 · 속도 · 가격 등이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작 그러한 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져오게 하는 중요한 원인(원천)은 그 조직의 업무 수행 방식(Process)의 차이에서 오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그 회사의 품질 · 속도 등 거죽에 나타나는 것만 배워 온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그 회사의 추종자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즉, 우리는 그 회사를 끊임없이 벤치마킹 하여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벤치마킹의 중요 포인트는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프로세스까지도 벤치마킹함으로써 한두번의 벤치마킹으로도 그 원천보다 더 잘할 수 있게 하자는 데 있다.
최상을 대표하는 조직
벤치마킹을 시행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요소 중의 하나는 가능한 한 최상을 대표하는 조직을 벤치마킹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이 최상의 기업이 아니라면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최고의 기업 또는 그와 유사한 기업을 찾아내어 벤치마킹을 시행하여야 한다.
창조적으로 모방
벤치마킹의 비밀은 바로 ‘창조적’ 모방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선진 제품을 단순 모방하여 그것과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여서는 안되고 그 벤치마킹 대상 상품을 우리 나라 실정에 맞게 변화시키고, 토착화시켜 우리만의 독특한 차별화된 제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벤치마킹 시행자는 벤치마킹 대상 기업의 문화, 업무 프로세스, 업적평가 방법 등 환경적 요소까지를 철저히 벤치마킹하여야 한다. 그저 상대방 제품의 겉모양과 기능만을 복사해서는 안 된다.
체계적인 과정
벤치마킹은 그것을 시행하는 회사가 세계 최고 또는 그와 버금가는 회사가 되기 위해 세계 최고의 자를 창조적으로 모방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벤치 마킹을 하는 작업은 주먹구구식일 수 없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벤치마킹을 위한 주의점
벤치마킹은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의 업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잘하는 선진 기업들을 연구하여 창조적으로 모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념 자체를 이해하는데는 하등의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개념 자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의 시행 자체도 쉽다는 뜻일까? 그 대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벤치마킹을 시행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결코 쉽지도 않다. 그것은 많은 철저한 노력과 장기간의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벤치마킹을 성공시키기 위한 주의점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벤치마킹을 상식적이고 쉬운 작업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②조급하게 그 결과를 요구하지 말 것 ③그 회사에서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환경적 요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행할 것 ④정보 수집시 그릇된 지름길을 택하지 말 것 ⑤타사의 최고 사례를 보기 전에 자신의 최선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해 볼 것
끝으로 재미있는 일화를 덧붙이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모토롤라가 벤치마킹을 시행하면서 붙인 암호명이 Bandit(해적질)이었다. 벤치 마킹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표시해 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당시 세계 최강의 에스파니아 무적함대를 격파하기 위해 영국 함대의 대장으로 임명한 사람이 놀랍게도 그 시대에 가장 악명이 높았던 해적 두목 드레이크였다. 드레이크는 이 해전을 성공적으로 이 끎으로써 해양 왕국 영국을 만드는 기초를 세웠고, 그 자신도 ‘Sir Drake’가 되었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을 벤치마킹이라면 우리나라만큼 벤치마킹을 많이 한 나라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남의 것을 베껴야만 하는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이다. 첫째, 우리는 남의 것을 ‘철저히' 파헤쳐 가면서 베끼지 못하였고. 둘째, 우리는 남의 것을 그대로 복사만 했을 뿐 그것을 우리의 문화 또는 조직에 맞게 ‘창조적'으로 재변형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은 무한히 지속되는 연속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철저히 한두번 시행하고, 그 다음에는 우리의 특성에 맞는 우리만의 재창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