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평가와 리더십 개발
최근 연봉제 실시 등과 맞물려 직장내 부하 직원들이 상사의 능력 및 근무 성적 등을 평가하는 '상사평가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94년 일부 금융사에서 시작된 이와 같은 파격적 인사고과가 민간기업들을 거쳐 정부투자기관 및 공무원에게까지 확산되면서 보수적이고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직장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에서는 승진서열을 결정하기 위해 동료와 부하 직원의 평가치를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즉, 본부의 복수직 4급 서기관 및 5급 사무관 승진심사에 동급자와 하급자의 평가 결과를 반영키로 한 후 승진내정자 7명 가운데 사무관 2명을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서기관으로 발탁하였다. 외교통상부에서도 외교관들에 대한 인사고과 점수를 상급자뿐만 아니라 동료와 부하 직원들까지 매기도록 하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키로 했다. 그 동안 인사고과 평가를 대상자의 직속 상급자 및 차상급자 등 두 사람이 하던 관행에서 완전히 탈피하려는 것이다. 또 건설교통부는 기능직 112명 중 구조 조정으로 정원이 줄어든 17명의 퇴직 대상자를 가려내기 위해 '투표식 퇴출 방법'을 실시하였다. 평가자로서는 주무급에 해당되는 주사와 계장 등 63명을 선발하여 자신과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을 써내도록 한 뒤 이름이 없는 직원을 퇴출시켰다.
일부 기업의 경우, 부하 직원의 상사에 대한 평가자료는 성과급 및 승진과 관련된 고과 점수 중 최고 20%를 차지한다. 다면평가제를 실시한 기업에서의 상사는 '아랫사람으로부터 평가받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불쾌했지만 점차 부하 직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조직 관리에도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고 하며, 또한 부하 직원도 '인사 고과를 받아만 오는 체제에서 직접 해보니 윗사람의 고충을 알 것 같다'고 토로한다. 조직이 바뀌고 혁신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과거로부터 탈피될 필요가 있는데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평가제도이다. 물론 우체국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체국도 변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민간기업에서는 구조 조정 및 경영 혁신 차원에서 상향평가 · 수평평가 · 하향평가 등을 포함한 다면평가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부하 직원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데서 생기는 폐단을 막고 인사고과에서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다.
물론 상사평가는 유교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 전통적 동양 사회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예컨대 우체국을 선진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사만 부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가 상사를, 동료가 동료를, 고객이 직원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사평가제는 부하 직원이 상사를 평가함으로써 상사의 리더십 개발에 도움이 되고 조직 관리에 좀더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출발되고 있다. 아직은 연봉, 승진 등에 직접 반영하기 보다는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조직이 더 많다. 왜냐하면, 평가 과정에서 개인 감정이 끼어들 소지가 많고 잘못 운영되면 조직 융화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면평가의 또 다른 방법인 동료간, 즉 수평적 평가도 일부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에서는 상하 직급은 물론 같은 직급간에도 서로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전방위평가제'를 도입하여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인사고과란 한 쪽이 일방적으로 매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조직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다면평가제의 장점은 상하간 의사 소통의 기회를 늘리고 상사의 관리 능력을 보완 및 개발할 수 있으며, 고과권자의 개인 감정을 배제할 경우 고과의 신뢰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상사평가제를 도입한 후 직원들의 인사고과에 대한 불만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 한국적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여 상사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지기 어렵고, 혹시 평가 결과가 상사에게 알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부정적 측면으로 부각된다. 그러나 부하에 의한 상사의 평가는 시대적 흐름으로서 그 확산 속도가 의외로 빠르다.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점수를 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체국의 경우에 상사의 리더십 평가항목을 예로 들면 기본 인품, 업무 능력, 관리 능력 등을 포함하고 '나는 귀하의 이와 같은 점을 배우고 싶습니다' 혹은 '이런 점은 이렇게 해주었으면 합니다'라고 기재하게 한다.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상사가 부하 직원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야 한다.
다면평가의 또 다른 방법인 고객에 의한 평가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우체국을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앙케트를 실시하여 직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와 문제점을 듣는 것이다. 특히 고객의 불만 및 불평은 우체국 서비스의 평가수단으로서 소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우체국이 발전되려면 현재보다도 고객이 더욱 많아야 하고, 그것은 직원만족 및 고객 만족을 통해 가능하다. 직원만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리더십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우체국 조직의 변화는 상사평가 · 동료평가 · 자기평가 · 고객평가 등 다면평가를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