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타와 그랜저가 차이가 난다고 해도 사람만큼 차이 나는 것이 있을까요? 일을 시켜보면 참 어떻게 같은 사람이 저렇게 다를까 하고 번번이 놀라게 되지요.”
내가 아는 한 회사 사장의 말이다. 나 역시 공감에 공감을 거듭하는 말이다. 사람처럼 차이 나는 존재는 없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다. 한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비슷하게 도토리 키 재기였지만 한 3~4년 있으면 비교조차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숱하게 보아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뜨는 별(rising star)'과 '지는 해 (sunset)' 의 차이는 다름 아닌 위기의식을 얼마나 느끼느냐에 있다. 뜨는 별들의 가장 큰 특징은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는 점이다. 지금 한창 잘 나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점에 있는 것이 곧 위기라는 것을 예리하게 느낀다. 클라이맥스 다음에는 분명히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이다.
한창 잘 나가는 연예인이 외국 유학을 떠나거나 잠시 쉬는 경우가 그 예이다. 아직 몇 년은 충분히 버틸 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후각으로 지금 이 순간이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반면에 바닥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뭉기적거리면서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연예인도 있다(사실은 대부분이 그러하다). 물론 이들은 시장이 넓어진 관계로 여기저기 끼여 가면서 연명은 하지만, 자동차에 기름 넣으라는 붉은 사인이 들어 올 때까지 버티다가 급기야는 길에 서버리고 만다.
내가 아는 한 여사장도 그렇다. 그 회사는 업계에서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고 한창 잘 나가고 있다. 회사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모두들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 여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과 초조함,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1년 후, 2년 후를 생각하면 지금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제 회사일은 슬슬 하면서 대충 아랫사람에게 맡겨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녀는 지금 위기를 안테나로 감지하고 있다. 즉,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는 것, 그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과 에너지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사는 시대, 우리가 사는 삶은 살아 움직이는 우리의 몸과 같은 것이다. 발레리나들이 언제나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하루 연습을 거르면 내 몸이 알고, 이틀 연습을 거르면 주변의 동료들이 알고, 사흘 연습을 거르면 관객들이 안다'는 말이다. 더 빨리 위기를 감지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앞서가는 이들에게는 생존 본능이다. 스스로 위기를 느낄 때 그것에 대처하기 위해 준비를 하면 영원히 앞서 갈 수 있다. 그러나 동료가 알게 되면 눈치 보며 살아남는 것이고, 관객이 알아버릴 때는 이미 그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21세기는 불안의 시대이다.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 그 어느 누구도 ‘내일'을 알아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한가한 시절에야 10년 후, 20년 후는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설이 맞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 미래학자들의 그 모든 예측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들이 잘못된 예측을 했다기보다 21세기에 는 ’메가트렌드'니 ‘아시아 트렌드'니 ’우먼트렌드'니 했건만 실은 20세기에 그 모든 것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몇십 년을 내다보고 한 말이 1년도 채 안돼 이뤄진다면 아예 틀린 것만도 못하다.
그런 점에서 21세기는 위기의 시대이다. 21세기를 사는 화두는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갖는 것이다. 지금의 나에 절대로 만족하지 말고 나 자신을 계속 개발하고 또 갈고 닦아야 한다. 하루 연습의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만큼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없다'는 말, 21세기의 우리가 외어야 할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