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체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가 전체의 31%, “불필요한 회의가 많다”가 54%, “업무의 책임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가 82%, “인력 부족보다는 오히려 인력 과다라고 느낀다”가 42%였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통계치이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좀더 나은 경영을 위한 차원으로 새로운 기업문화의 정립을 꾀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도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 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놓고 볼 때, 그것은 바로 기업 구성원들과 조직의 변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업의 구성요소는 인적요소와 물적요소가 있으나, 물적요소를 통합하고 실제로 운영하는 주체는 인간이고, 그 인간으로 하여금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것이 조직이므로 이 요소들이 변하지 않고는 회사가 변했다고 볼 수 없다.
여러 기업들이 도입하려는 기업문화 운용기법들은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조직의 상층부와 실제 운영충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즉, 조직내 계층의 수를 줄이는 것, 혹은 계층 파괴를 통하여 급변하는 환경에 동태적으로 적응하게 하는 것은 조직의 유연성을 제고하여 조직 운영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기업문화는 기업의 행동을 지배하는 요소로서 기업 내부에 공유되고 있는 견해나 사고방식, 지각방식, 제도 등의 총체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기업문화는 해당 기업의 성과, 즉, 유효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각자 독특하면서도 긍정적인 기업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특성을 지속·발전 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기업 성과에 크게 기여하면서 급격한 환경 변화에 신속한 적응 능력을 제공하는 기본적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기업문화의 형성에서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기업문화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좀더 발전적인 것으로 바꾸려는 노력의 중단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건전하고도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립하고자 할 경우에 우선 실시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기업에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문제점들
•조직의 개선을 통한 업무의 효율화 추진과 구심점을 찾는 구성원들의 독창적 의식이 결핍되어 있다.
•기업의 발전에 필요불가결하게 여겨지는 인격 중시, 창조성, 자율성이 결여되어 있다.
•조직의 활력을 저해하는 관료적 혹은 고정적인 체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인적자원을 개발하게 하려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못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정책이 개발되어 있지 못하다.
•혁신적으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적인 경영이 체질화되어 있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 수단인 하의상달을 통한 언로가 원활하지 못하고, 참여의식 고취 및 애사 심 함양의 계기가 부족하다.
•현재의 수직적 조직 구조 및 인간관계에서 수평적인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하간 의식의 공유화 및 일체화가 되어 있지않아 계층간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관리자는 실무를 도와주거나 익히려 하기보다는 결재하려고만 하는, 즉, 관리만을 하려는 경향이 심하며 구성원들과 함께 뛰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심지어 “먹을 밥은 적은데 숟가락을 쥐고 있는 사람의 수가 많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기주의적 성향을 버리고 자기희생정신이 요구되지만 정작 그렇게 하려는 구성원은 극히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기업 본래의 목표 달성보다는 형식적 절차에 얽매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경우가 많다는 것 등이다.
이상의 여러 문제점 가운데서도 특히 경직화되고 관료화된 조직 구조가 초래하는 역기능은 너무 크고 기업의 성과를 내는데 저해요소가 되기 때문에 탄력적인 조직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같은 구조는 의사 소통의 원활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새로운 기업문화를 위해 대화의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여 진실로 회사에 대화문화가 정착되고, 나아가 대화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이 아래에서 위로 전달되고 위의 의견이 아래로 전달되며, 횡적으로도 부서간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질 때 부서간의 업무 협조와 회사의 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신기업문화 추진의 주역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주역은 환경이나 회사외의 요소들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구성원이다. 회사가 건전하고 새로워지려면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 자체가 선진화되어야 하고, 또 업무가 선진화될수록 사고방식도 역시 선진화되어야 한다. 요즈음의 사회를 정보화된 사회 혹은 정보사회라고 일컫는 것은 그만큼 사회 자체나 산업이 발전되고 있기 때문이며, 구성원의 의식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한 의식과 행동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제 21세기도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선진화되는 것이 목표이므로 다 함께 그 목표를 공유하며, 개척정신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앞으로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는 것에 대비하여 어느 기업과도 경쟁하여 이길 수 있도록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고, 이러한 정신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건전하고 활력있는 기업문화의 조성에 앞장서고 참여하여야 한다. 예컨대,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로 만들도록 각별히 노력하여야 한다. 고객이나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성과 품성,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춘 구성원이 되면서 동시에 예의바른 구성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올바른 직장관과 직장윤리를 가져야 한다. 현대의 직장 개념은 과거의 돈벌이 장소로 생각했던 직장의 개념에서 벗어나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장소, 자신이 성장하도록 해주는 장소, 일하는 보람이나 연구하는 보람을 느끼는 장 소로서의 개념, 즉, 보람찬 일터로 그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의 변화 시기에 구성원 모두가 내 직장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 정진하여야 한다.
한편 회사는 종업원들로 하여금 서로의 경험이나 지식·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리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조직의 구조는 전통적 계층조직, 태스크포스, 지식베이스조직의 순으로 발전하게 된다. 먼저 전통적 계층조직은 회사의 일상업무를 처리하고 가시적인 지식을 회사내에 전파시키는데 아주 적합한 조직이다. 기업 구성원의 창의력을 개발하기 위한 태스크푸스(task force)형은 유동적· 신 축적인 조직이고 필요에 따라 재편성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데이타베이스를 주축으로 하는 지식 베이스조직은 컴퓨터의 데이타베이스와 상하계층 모두의 지혜를 포괄하는 정보조직이다.
특히 업무와 관련하여 “새로이 발상한 대안이 절충 과정에서 시들어가는 경우가 91%”라는 현실적 문제점은 연공서열제, 중앙집권적 조직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이들은 새로운 기업 문화를 정립하기 위하여 재검토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정보사회와 기업문화 인식
경영 혁신의 일종인 리엔지어링(reengineering)은 급진 개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급진 개혁이 가능하게 된 것은 컴퓨터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즉, 정보산업의 놀라운 발전으로 업무 진행이 대부분 컴퓨터화되고,이 과정에서 그 동안 발견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기업 경영과 구조 속에서 가졌던 비생산적 의식과 행동을 없애고 그야말로 현대화된, 정보사회화된 세계에서 조화롭게 기업의 경영과 구성원의 삶을 조화시킬 것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에서 국제화로 나아가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출발을 기업문화에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우리가 선진 기술을 도입하고 축적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의욕과 희망을 가지고 다 함께 뛰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며,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일 수 있는 아름다운 직장을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