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새 경영 - 윤리경영
포춘 500대 기업 안에 들어가는 외국인 회사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이다. '외국인 지사장이 회사에 부임했습니다. 다른 것에서도 기존의 한국인 사장과는 달랐지만, 무엇보다 비용 처리에 차이가 많았습니다. 출장에 부인이 동행했는데 비행기 값은 물론 식사비까지도 구분해서 처리를 하더군요. 부인 때문에 발생한 모든 비용은 본인이 지불하겠다는 것이지요. 그 사건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분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생기더군요. 그 회사의 진정한 성공 노하우를 알 것 같았습니다.'
반면 한 재벌 기업에서 근무했던 분의 얘기는 대조적이었다. '저는 인사 쪽에 근무했기 때문에 회장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밖에 없는 위치 였습니다. 남들은 다 그 분에 대해 좋게 얘기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그 분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부자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회사 돈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회사 돈을 개인 돈처럼 사용하는 겁니다. 자녀들의 학자금은 물론 부인이 옷 사는 것까지 다 회사에서 비용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무슨 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회사 돈을 쓰면서 온갖 생색을 다 냅니다. 회사 돈으로 유학 간 자녀의 차까지 사 주는 사람이 무슨 리더입니까?' 그런 것이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어보자 이렇게 대답했다. '회장이 회사 돈을 그렇게 개인 용도로 쓰니 직원들도 회사 돈을 쓰는 데 아무 죄책감을 갖지 않습니다. 접대를 핑계로 직원들끼리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치고, 출장 가서 놀러 다니고… 회사 돈을 못 쓰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더군요.'
또 다른 외국인 회사의 임원으로부터 들은 얘기이다. '신입사원 회식 때 벌어진 일입니다. 1차가 끝나고 2차로 노래방을 갔는데, 나이 든 매니저 중의 한 분이 여직원에게 블루스를 추자고 했습니다. 그녀는 싫다고 했지요. 그렇지만 그 분은 계속 강요를 했고, 그녀는 끝내 이를 거절 했습니다. 분위기가 조금 썰렁했지요. 다음 날 그녀는 핫라인을 통해 본사에 이 사실을 알렸고, 본사에서 조사팀이 나왔습니다. 여러 사람과 인터뷰를 한 후 진실임이 밝혀졌고, 블루스를 강요한 매니저는 바로 해고되었습니다. 별 죄책감 없이 관습적으로 술과 춤을 강요하던 기존의 사람들에게 이 사건은 쇼킹 그 자체였습니다.'
강한 조직일수록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 높아
비윤리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직원들은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사용한다. 정확한 정보가 흐르지 않으니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실제 있지도 않은 일이 생산되기도 하고, 설사 좋은 의도로 한 일도 왜곡되기 일쑤이다. 사장이 회사 돈을 물 쓰듯 하면 직원들 또한 회사 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장이 여직원에게 별다른 죄책감 없이 성적인 농담을 거리낌 없이 하면 그 일을 당한 여직원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것을 친근감의 표시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치사하긴 하지만 높은 사람이 그러니까 참자고 생각할 것이다.
강한 조직일수록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다. 잔머리를 쓰지 않고 에너지를 순수하게 업무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부도덕하고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조직문화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곳에 에너지를 사용한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정직한 사람은 갈등부터 하게 된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이런 곳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는 것인지, 여기서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지…. 그러다 선택을 하게 된다. 회사를 그만두든지, 아니면 함께 타락함으로써 그 조직의 구성원이 되든지….
장기적인 성공 위해 당장 실천해야
리더십의 세 가지 요건은 투명성, 정직성, 일 관성이다. 윤리경영을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재무 관계를 비롯한 모든 거래가 투명해야 한다. 또 정직해야 한다. 그리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일시적으로 '이번 추석에는 관련 업체로부터 선물을 받지 맙시다.'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CEO의 강력한 실천 의지가 필요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한다.
미국의 GE는 윤리경영에 대해 기본 원칙을 명확히 하고, 주기적으로 이를 강조하며, 세부 절차를 만들었다. 문제점이 생기면 이를 조사하고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 또 윤리경영에 있어서는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재기의 기회도 없다(No Exception, no second chance). 부패는 단기적으로는 달콤할 수 있다. 하지만 부패한 개인과 집단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도 윤리경영은 당장 실천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