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새 경영 - 업의 재정의와 혁신
고객의 니즈에 따른 변신
또 다른 고객의 니즈는 문제점 해결이다. 이들은 여러 측면의 문제를 갖고 그 해결책을 책에서 찾고자 한다. 자기계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건강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재미있고 읽기 쉬운 그런 종류의 책을 찾길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책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찾는 데 실패하거나,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고 구입했지만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가 되어 믿고 샀지만 아니다 싶은 경우도 꽤 있다. 이런 실패의 경험을 몇 번 반복하게 되면 점점 책을 사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점점 서점을 멀리할 수도 있다.
만약 이런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들을 도와주고, 족집게처럼 책을 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결과는 어떨까? 큰 서점은 너무 책이 많아 찾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다. 작은 서점은 겨우 책값 계산 정도를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고객은 책방에서 문제점을 찾는 대신 네이버나 다음 같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서점의 역할은 끊임없이 바뀌고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곳에서 지식을 주고 받는 교류의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문제 해결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될 수도 있다. 서점의 혁신은 무엇보다 업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 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고객은 무엇을 구입하는가
1930년대 GM의 캐딜락사업부는 차가 팔리지 않아 부도 위기에 처했다. 경영진은 사업부장을 드라이스타(Drystadt)란 사람으로 교체하여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그는 임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우리의 고객은 무엇을 구입 하는가? 우리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당연히 차를 사는 것이고, 그러므로 포드나 다른 자동차 메이커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의 고객이 구입하는 것은 차가 아니라 품위(integrity)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경쟁 자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밍크코트나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것이다.
'고객은 단순히 차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품위를 구입한다'는 그의 발상은 획기적이었다. 이후 사업전략은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자동차회사의 핫 이슈는 어떻게 연비를 올릴 것이냐, 기계적인 성능을 좋게 할 것이냐였다. 하지만 고객의 관심이 품위라는 생각을 하자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할 것이냐, 내장(인테리어)을 우아하게 할 것이냐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고, 캐딜락 디비전은 부도의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우리가 무슨 물건을 만드느냐 보다는 고객이 무엇을 구입하느냐는 질문은 이렇게 중요하다.
혁신의 화두는 고객
수년 전 앰트랙(미국의 철도회사)을 타볼 기회가 있었다. 그 기차는 시카고에서 앤아버란 도시까지 가는 기차였다. 이 회사의 서비스는 별로 기대할 것이 못 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탔는데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때는 한여름이었는 데 내가 탄 칸은 에어컨이 고장나 사우나 같았다. 40도 가까운 찜통 날씨에 쇠로 된 기차를 타고 몇 시간을 간다고 생각해 보라. 참다 못한 나 는 시원한 음료수라도 먹기 위해 홍익회 같은 장사를 찾았으나 없었다. 할 수 없이 미국인에게 물어보니 이쪽으로 쭉 걸어가면 파는 곳이 있다 는 설명을 들었다. 몇 칸을 걸어간 끝에 파는 곳은 찾았으나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족히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같이 치열한 곳에서 이런 식으로 경영을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 지지 않았다.
이 회사는 자신의 업을 '수송'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준다는 의미이다. 업의 정의가 그러니 그 안에서의 즐거움, 서비스 정신 같은 것에는 자연히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다.
호텔을 단순한 숙박업으로 정의하면 할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고객들이 호텔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생각해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추억 재생업, 마음의 평안 제공업, 품위 유지업… 같은 상품을 같은 방법으로 계속 만들어 팔면서 나아지길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개인이나 조직은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고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혁신은 고객에서 출발한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있는가, 만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 파는가'에서 '그들이 구입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우리 비즈니스는 과연 무엇을 하는 비즈니스인지, 우리의 업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 거기에서 혁신의 화두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