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새경영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자동차 번호판을 교체하러 구청에 간 적이 있다. 우선 어디서 이 업무를 취급하는지 물어 보아야 했다. 여기 저기 다니면서 온갖 종류의 서류를 떼어야 했고, 은행에 가서 돈을 내고 영수증도 받아와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번호판을 받았어도 그것이 끝이 아니다.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도움을 받아 이를 달아야만 한다.
참으로 불편하기 그지없는 과정이다. '이사를 자주 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느라 일부러 불편하게 프로세스를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고객의 편의성은 생각지 않고 행정의 편의만을 위해 프로세스를 설계했다는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고객 입장에서 편하게 한 곳에서 번호판을 교체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훨씬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편하게
일본 신주쿠(新宿)에 「헤이록(平綠) 스시」란 회전 초밥집이 있다. 전국 체인인데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사람이 많다. 한 접시에 130엔 짜리와 200엔 짜리 두 종류가 있는데, 대여섯 접시면 웬만한 성인이 만족할 수준이다. 동경에서 1,000엔에 그 정도 품질의 생선초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기적 같은 일이다. 작은 가게지만 이런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우리는 신선을 팝니다. 우리는 위생을 팝니다. 우리는 미소를 팝니다.' 일본 최초로 ISO 9001/2000 인증을 획득했다고 선전을 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곳에서는 몇 가지 경영기법을 배울 수 있다. 생선마다 출산지를 표시한 것도 그렇고, 재고가 없을 때에 대비해 메뉴판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점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것은 프로세스 상에서의 낭비 요소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3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큰 타원형 테이블 주변에 손님들이 앉아 있고, 그 안에 초밥을 만드는 사람 두 명이 계속 초밥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유통이나 운반으로 인한 낭비가 전혀 없다. 또 손님들이 좋아하는 종류는 금방 품절이 되므로 재고를 쌓아둘 필요도 없다. 필요할 때마다 '이것 좀 더 만들어 주세요'하고 주문을 하니, 그야말로 손님과 주인 사이에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느낌이다.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오차를 위해 손님 자리마다 누르면 오차가 나오는 수도꼭지도 설치했다. 젓가락이나 반찬이 자리 마다에 있어 누구를 부를 일도 찾을 일도 없다. 유일하게 일본 된장(미소시루)을 주문하는 사람에게 이를 배달하는 것이 전부이다. 쌓인 접시의 숫자를 보면 계산이 되기 때문에 계산에 따른 낭비도 없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지만 정말 일사불란하게 밥을 먹고 나간다. 번화가에서 초밥을 싸게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데는 프로세스의 혁신이 가장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재고를 파악하고 보관하는 비용…?
조직을 프로세스 측면에서 보면, 가치를 창출 하지 않는 프로세스와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직접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은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세스지만 불량인지 아닌지 검사하고, 불량품을 수정하고, 다른 작업이 끝날 때까지 대기하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운반하는 등의 프로세스는 모두 가치를 만들지 않는 프로세스이다.
낭비 중에 가장 큰 낭비는 바로 수요를 무시한 과잉생산이다. 팔리지 않는 물건을 만들어 놓는 것, 재고품을 창고에 쌓아놓는 것, 이를 파악하고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소요하는 것이야말로 대표적인 낭비이다.
BPR은 낭비가 되는 프로세스를 줄여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의 약자인데, 프로세스를 재배치한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프로세스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은 조직의 철학과 생각이 겉으로 드러난 현장이다. BPR은 경영의 목적에 맞게끔 프로세스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것이다. 중복되거나 낭비되는 프로세스를 없애고, 프로세스를 단순화시키는 것이 다. 그럼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고 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프로세스 측면에서 다시 한번 조직을 들여다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