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결혼 10년 차 부부의 고부갈등
옛말에 시집살이를 일컬어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벙어리 3년’이라고 했듯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예전부터 어려운 관계였다. 고부갈등이 부부문제로까지 이어져 상담소를 찾는 부부들이 많이 있다. 결혼 10년 차인 이 부부도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 전, 시댁을 갔을 때는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이 상냥하게 대해 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며느리가 되어 시댁을 방문했을 때 시어머니는 180도 태도가 바뀌어 잘 웃지도 않으시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며느리를 대하셨다고 한다. 중간에서 눈치를 보던 남편은 아내가 불편해하는 것을 알고 식사할 때 반찬을 챙겨주거나 과일을 먹을 수 있도록 챙겨 주었다. 그럴수록 시어머니는 더욱 화를 내셨고 사사건건 며느리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며 남편과 며느리의 사이를 이간질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언제든 놀러 오시라고 어머니에게 열쇠를 드렸는데 며느리가 외출할 때면 언제 집엘 다녀가셨는지 며느리에게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살림도 제대로 안 하고 넌 뭐 하고 다니는 거냐?’며 참견하기 시작했다. 며느리는 무엇보다도 시어머니가 남편 앞에서는 잘해주는 척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지속적인 무시를 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어머니 편에만 서서 ‘나이 드신 어머니도 못 맞춰주냐?’며 오히려 더 화를 냈다고 한다. 공감하지 못하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점점 벽이 느껴지고 이제는 시댁에 가도 남편은 더 이상 아내를 챙기지 않는다고 한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시어머니는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으며, 오히려 집안일 외에는 할 줄 모르는, 돈도 벌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 취급을 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당신의 아들을 뺏긴 것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는 며느리. 직장을 다니지 않고 전업주부로 산다는 게 이렇게 무시 받을 일인가? 존재감이 떨어지고 무기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난 어느 날, 아무리 해도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댁 식구들과의 어려움과 무력감, 우울증으로 인하여 며느리는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고 한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싶어 상담소를 찾은 며느리. 과연 어떻게 이 문제들을 풀어나갈 것인가?
며느리를 위한 해법
‘남편이랑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시어머니만 안 계시면 우리 부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안 계셨으면 지금의 남편이 있었을까?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친정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을수록 시어머니와의 갈등, 어머니에 대한 어려움, 서운한 감정들이 많이 쌓인다.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반응이 오지 않는 것에 대해 더 큰 속상함을 느끼게 된다. ‘시어머니는 내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기대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지 못하고 나를 존중해주지 못하는 시어머니 앞에 나 자신이 초라해져서 이 상황이 많이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내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자식의 마음을 다 빼앗겨버린 상실감 때문에 시어머니가 불편해하시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이해하는 날이 오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미안해하시면서 며느리를 진정한 가족으로 인정해 주실 것이다.
시어머니를 위한 해법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으니 어머니 속이라고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들의 뒷바라지에서 벗어나 한편으론 홀가분하시겠지만 섭섭한 마음이 더 크고 허전했을 것이 분명하다. 아들을 결혼시키고 시어머니도 며느리라는 새로운 존재를 통해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심리갈등을 경험했을 것이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며느리의 존재는 별반 노력한 것도 없이 내 소중한 아들을 빼앗아간 존재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시어머니께서도 아들의 결혼을 인정하고 며느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어머니 세대는 시집살이에도 말없이 참고 사는 것이 덕으로 여겨졌으며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는 남편의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들은 유일한 위로이며 의지의 대상으로, 아들이 남편보다 더 좋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며느리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시어머니의 상처와 아픔을 토로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며 자신에게 맞는 여가생활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자식에게 더 이상 의지하지 않고 여생, 자신의 삶을 스스로 누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편을 위한 해법
남편은 중간에서 많이 힘들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가 많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30년간 나를 길러주고 먹여주고 뒷바라지를 하시며 온갖 고생을 다해 오셨는데…’ 어머니를 생각하면 연민의 정이 복받쳐 오를 것이다. 그래서 아내가 어머니에 대해 불평하며 욕할 때면 더욱 화가 났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자녀들의 어머니로서 또 남편의 아내로서 가족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내이므로 그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내와 어머니가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하여 싸울 때, 남편은 중간에서 지혜롭게 대처하고 완충과 이해요소를 제공하는 중간자적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감정싸움의 골이 깊을 때 굳이 편을 들어야 한다면 아내 편을 들어주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부모 자식의 연은 원래 핏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끊어질 수 없지만 부부의 연은 혈연이 아닌 사랑을 토대로 하고 있기에 사랑이 깨어지면 다시 남남이 되기는 쉽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어머니와 며느리의 세대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옳다고 생각하는 관념의 괴리가 양보를 통해 이해와 사랑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머니 편을 들었을 때에 어머니는 ‘우리 아들도 내 말이 맞다고 생각 하는 걸 보니 정말 며느리가 나쁜 애구나, 우리 집안에 사람이 잘못 들어왔다’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아내 입장에서는 부모님 편을 드는 남편이 더 이상 나의 가족이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아내의 편을 들었을 때 처음엔 서운하시겠지만 ‘장가갔다고 마누라 편만 드는구나, 내가 며느리 욕해봤자 아들이 나랑 멀어지니 내가 참아야지’ 하게 되고 아내 입장에서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어머니에게 더욱 잘하게 될 것이다. 아들이 어머니로부터 제대로 독립하지 않으면 고부간의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가야 할 아내를 지켜야 할 역할은 남편이다. 아내는 남편을 믿고 결혼한 것이기에 남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